포스코 후추위, 지난달 31일 파이널리스트 공개
내·외부 인사 각각 3명씩…오는 8일 최종 1인 선정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정리=최문정 기자] 힘찬 다짐과 함께 시작한 2024년도 어느새 한달이 지나갔습니다. 굳은 마음으로 시도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았어도 다행히 곧 설날이 다가오는 만큼, 다시 한 번 결심의 계기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계의 시계 역시 멈추지 않고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새로운 대표를 찾아 나서고 있는 포스코는 이번 주 최종 후보군을 발표했습니다. 예상 범위에 있던 후보도 있지만 '깜짝' 후보 역시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명실상부한 재계의 소통왕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적극적인 소통 활동을 펼쳐온 정 부회장이 이번 주에는 인맥과 제품인증까지 다양한 글을 게시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에 이어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은행권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금리 경쟁이 '눈치싸움'에 돌입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최정우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 새 CEO를 찾아 나선 포스코의 소식을 들어볼까요?
◆ 포스코 차기 회장 후보 6명으로 압축…'포스코맨' 3명에 외부인 3명 경쟁
-최정우 회장의 뒤를 이어 포스코그룹을 이끌 CEO 후보가 6명으로 추려졌습니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장고 끝에 내부 출신 후보 3명과 외부 인사 3명을 파이널리스트로 공개했습니다. 예상됐던 인사도 있지만, 의외의 인물도 포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단 내외부 비율이 같은 게 눈에 띄네요?
-네. 후추위는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연 뒤 최근까지 여덟 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내부 선정과 외부 추천 등으로 후보를 선정했고, 그간 내부 6명과 외부 12명 등 롱리스트 18명에서 내부 5명과 외부 7명 등 숏리스트 12명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파이널리스트 6명으로 압축됐습니다.
-역대 파이널리스트는 내부 인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죠?
-그렇습니다. 2014년에는 내부 인사가 4명, 외부가 1명이었고. 2018년에는 내부 인물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부와 외부가 각 3명으로 맞춰졌습니다. 이번 인선 과정에서 외부 후보가 내부보다 많았는데요, 호화 이사회 의혹이 제기된 후추위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명단을 확정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부 인사로는 어떤 인사가 낙점됐죠?
-그간 언론에 이름이 언급됐던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이나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내부 출신 3명 중 현역 '포스코맨'은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이 유일합니다. 김지용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포스코에 입사해 광양제철소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포스코 스펙' 보유자입니다. 그리고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과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장 전 사장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포스코 사장과 철강부문장을 맡은 이력이 있습니다. 2018년엔 최정우 회장과 회장직을 놓고 자웅을 겨루기도 했죠. 전 전 사장은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취임 100일 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일하고,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며 최 회장과 가까운 인물입니다.
-내부 후보들의 경쟁력은 어떤가요?
-철강산업을 잘 아는 포스코 출신인 만큼 내부 후보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다만 3명 모두 경찰이 수사 중인 이사회 의혹의 피고발인입니다. 시민단체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해 12월 최정우 회장과 박희재 후추위 위원장, 김지용 사장 등을 '캐나다 이사회' 사건으로 고발했습니다. 범대위는 지난달 장 전 사장과 전 전 사장 등을 '중국 이사회' 사건으로 추가 고발했습니다.
-외부 후보에 의외의 인물이 두 명이나 포함됐네요?
-네. 외부 후보로는 LG맨, 현대맨, SK맨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LG맨인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퇴사한 뒤 꾸준히 차기 포스코 회장 하마평에 오른 인사인데요. 권 전 부회장은 이차전지와 에너지 등 포스코의 신사업 전환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권 전 부회장의 지원 동기도 알려졌죠?
-그렇습니다. 권 전 부회장 측 관계자는 지난 1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고 박태준 회장 같은 사명감을 갖고 마지막 열정으로 딱 3년 해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권 전 부회장은 '정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해 말 김 전 실장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개입했다는 지라시가 돌았고, 김 전 실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깜짝 후보는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과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입니다. 우 전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제철 등에서 근무한 대표적인 현대맨입니다. 한보철강 당진 철근공장이 IN스틸(현 현대제철)에 인수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해서 철강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다만 철강산업계 쪽에서 보면 포스코의 '동생' 격인 현대제철 출신이라는 점이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김동섭 사장은 현직 공기업 사장이네요?
-김 사장은 학자 출신으로 영남대 기계공학과 조교수로서 강단에 선 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일하다가 2009년 SK이노베이션 CTO로 근무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기술총괄사장으로 근무했고, 2016년 울산과학기술원 석좌교수로 강단에 돌아왔습니다. 김 사장은 철강 이해도가 부족하고, 문재인 정부 후반부인 2021년 공기업 사장으로 취임한 전 정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상황에서 차기 회장 선정 절차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공정성 논란이 또 제기됐네요?
-네. 범대위는 8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달 31일 포스코센터에 최정우 회장이 후추위 회의에 난입했다고 주장하며 2일 최 회장과 박 위원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포스코홀딩스는 '거짓 의혹'이라며 즉각 반박했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강경한 대응 방침도 밝혔습니다.
-최종 후보 1인은 언제 결정되죠?
-오는 8일 결정될 예정입니다. 후추위는 이달 7일과 8일 파이널리스트 6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 1인을 선정에 내달 주주총회에 올립니다. 다음 주면 차기 포스코 회장의 윤곽이 드러나는 셈인데요, 다만 그 인사가 정권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가 아니면 국민연금 등이 또다시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글로벌 톱티어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CEO 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일단 8일에 어떤 인물이 최후의 1인이 될지 지켜보시죠.
<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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