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하한가' 직행도…상장일 상승제한폭 확대 효과는 '갑론을박'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데뷔한 새내기 종목들의 주가가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했다가 다음 날 하한가로 직행하는 종목도 등장했다. 정부가 주가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상장일 가격상승제한폭 확대 효과도 논란이 적지 않다.
먼저 새해 IPO 첫 포문을 연 우진엔텍은 31일 장중 전날보다 11%가량 내린 1만7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아직 공모가(5300원)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나, 최고가(26일, 3만1000원) 대비 약 45% 내려앉은 결과다.
지난 2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원전 솔루션업체 우진엔텍은 거래 중인 31일 장을 제외하면 상장 후 5거래일간 따따블, 상한가, 10%대 상승, 10%대 하락, 하한가를 모두 겪었다. 3일 연속 급증 후 3일 연속 급락했으니 현 시장에서 바라보는 우진엔텍의 적정가가 1~2만 원대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200대 1(일반 청약 경쟁률 2700대 1)을 기록하면서 희망 밴드 상단 이상으로 공모가가 책정된 기업치곤 주가 흐름이 다소 의아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올해 IPO 시장에서 세 번째로 상장한 현대힘스는 주가 변동 폭이 더욱 크다. 지난 26일 공모가 73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선박 및 조선기자재 제조업체 현대힘스도 우진엔텍처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달성했으나, 상장 이튿날인 29일 곧장 하한가를 맞았다. 30일 장에는 13.40% 내린 1만7710원에 거래를 마쳤고 31일은 거래량도 뚝 끊기면서 보합 중이다. 상장일 따따블을 통해 2만9200원까지 오른 주가가 현대힘스를 바라보는 시장 눈높이보다 과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진엔텍과 현대힘스의 상장 초기 주가 흐름에 대해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마련한 IPO 개선 방안이 통했다는 평가가 일부 나온다.
한국거래소 등 당국은 당시 '허수성 청약 방지 등 IPO 건전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IPO 종목의 상장 당일 최고가를 기존 공모가의 2.6배에서 최고 4배까지 확대했다. 신규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상황이라면 예비 투자자들이 연이어 고가에 매수 버튼을 눌러 주가가 걷잡을 수 없게 올라 적정한 시장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장 첫날부터 상한선을 올려놓으면 다음 날 투자자들이 추가 매수 주문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상장 초기 단계부터 투자 과열 양상을 막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상장사의 공모가가 상장 후 책정되는 시장가와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배까지 오를 수 있게 한 방안이 역효과를 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신규 상장 종목은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상장 전 책정되는 공모가와 달리 현시점에서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성과, 대내외적 요인이나 중장기적 업황 전망, 오너나 부채 리스크 등 다양한 변수가 고려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 과열 양상까지 더해진다면 변동 폭 확대는 시간문제다. 당국이 상장사의 경우라도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되면 투자 주의나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 또는 일일 거래정지 조치 등을 통해 과열을 막고 있으나, 오히려 상장일 '불패 공식'을 부추기고 이후부터는 투자자들의 개인 영역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개장 직후 시초가가 결정되는 국내 거래소의 가격 산정 방식을 꼬집는 시선도 있다. IPO 종목 특성상 투자자들의 관심을 필연적으로 끌기 때문에 과열 양상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상장 첫날 거래소에서 내부 알고리즘을 통해 잠재적 균형가를 미리 설정한 후 이를 적절하게 맞출 거래량이 뒷받침된다고 판단될 때부터 상장 종목 거래가 가능한 나스닥 거래소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당국이나 증권사에도 자금 유동성이 풍부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시장 유지나 확대를 위해서라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면서도 "모든 종목이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하진 않지만, 이 경우 과거 IPO 시장을 얼어붙게 한 오버 밸류(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당국의 노력이 IPO 시장 환경 개선 방향에 포함된 주가 변동성을 낮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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