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O '2년 차' 맞은 김동원 글로벌 경영 박차
경영 능력 입증 위해선 한화생명 성과 절실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은 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명 '한화 금융황태자'로 불리는 그는 보험사 오너 3세 가운데 경영승계 준비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선 이번 한화생명의 성과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한화생명의 실적이 투자부문 적자전환으로 위축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여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해외 사업 강화하는 김동원,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행보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사장은 최근 한화생명의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사장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금융업계 리더들과 활발한 교류와 협력의 시간을 가졌다. 김 사장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2016년을 시작으로 올해 6번째다.
김 사장은 CGO로서 10여 차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한화생명의 글로벌 전략의 방향성을 찾았다. 특히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Lippo)그룹의 존 리아디 대표와 만남을 통해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인도네시아 보험 전망과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리포그룹의 금융 계열사 '리포 손해보험(Lippo General Insurance)'의 지분을 47.7% 보유하는 등 현지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생명은 현재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 3개국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 중이다. 국내 보험사 최초로 단독 100%를 출자해 설립한 한화생명 베트남 현지법인은 2008년 설립 이후 15년 만에 지난해 누적 손익 흑자를 이뤘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베트남 법인의 이익잉여금은 1615억 동(한화 약 91억 원)이다. 오는 2030년까지는 현지 'TOP5 보험사' 진입을 목표로 한다.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여전한 과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현지 경기 침체 탓에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까지 5개년 연속 흑자를 달성한 결과 누적 결손을 해소하는 등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리포그룹 인수 등 인니 시장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을 마련했다.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자산 운용 역량 제고, 고객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 등을 지속 추진해 동남아시아 종합금융사 도약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입사 10주년 '한화 금융황태자' 김동원, 올해는 경영능력 입증할까
김동원 사장은 올해 한화생명 입사 10주년을 맞이했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2014년 한화생명에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후 전사혁신실 부실장, 디지털혁신실 상무, 해외총괄 겸 미래혁신총괄,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등을 거쳐 9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CGO로 재직 중이다.
한화생명은 현재 여승주 부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전에는 부회장과 사장 2명이 함께 경영을 맡았었다. 형인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김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머지않았다는 예측도 나온다. 향후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김동원 사장은 보험사 오너 3세 가운데 경영승계 준비에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보험업에서의 뚜렷한 성과가 부족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따른다. 일례로 김 사장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019년 출범 이후 적자경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 한화손해보험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 받았다.
올해에도 업황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 3세들의 경영 전진 배치가 추후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화생명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고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생명의 실적은 투자부문 적자전환으로 크게 위축됐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798억 원, 순손실 408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영업부문에서 1726억 원의 이익을 냈으나 투자영업부문에서 2524억 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 한화생명은 최근 GA(법인보험대리점)채널을 강화하면서 공격적으로 영업판매를 확대하고 있어 사업비 등 보험계약 초기 비용 지출 규모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신계약 APE(연납화 보험료)는 조직규모 확대를 기반으로 한 보장성 상품 판매 확대에 따라 2조565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7% 신장한 수치다.
한화생명은 타 사 대비 상대적으로 FVPL(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FVPL 비중을 꾸준히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3분기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로 인한 신계약CSM의 견고한 성장 등 안정적인 보험손익 시현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이 하향된 것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FVPL 자산 평가손실이 주요 원인"이라며 "변동성 축소를 위해 당기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FVPL 비중을 꾸준히 줄여나갈 계획이다. 안정적인 보험손익 시현을 기반으로, 견고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김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선 글로벌 관련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그룹의 자녀들이 10년 안에 대부분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고 한화생명도 우리나라 최고 보험사다 보니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경영 능력이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인구는 5000만 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해외에서 성과를 낸다면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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