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부분변경…섬세한 외장·고급 강조 내장 디자인
조용하고 안락하면서도 힘 넘치는 주행 성능 제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간판 모델 'G80' 부분변경 모델이 4년 만에 공개됐다. 지난 2008년 처음 출시된 1세대(BH)부터 이어진 헤리티지(정신)와 역사가 반영된 만큼 고급스러움과 안락함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섬세한 외장 디테일은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다. 내부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첨단 편의사양으로 하이테크 이미지를 더하면서, 고급 내장재를 활용해 품격 있는 감성을 선사했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과 인천 인근 도로를 시승하면서 신형 G80의 편안한 주행 감성을 직접 느껴봤다. 시승 모델은 3.5 가솔린 터보 풀옵션 모델로, AWD에 20인치 휠,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내장 시그니처 디자일 셀렉션, 파노라마 선류프, 파퓰러 패키지, 2열 컴포트 패키지,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뱅앤울룹슨 사운드 패키지 등이 추가됐다.
외관에서 기존 G80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면부였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전면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이 '이중 메쉬'로 한 줄 그물 형상이 두 줄로 모양이 변경됐다. 여기에 전조등에도 MLA(초미세렌즈패턴) 기술을 적용해 좀 더 촘촘하게 LED가 박혔다. 외관상으로 기존보다 좀 더 정교하고 섬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야간 운전 시에는 기존보다 좀 더 넓고 밝은 전방 시야를 갖췄다.
휠(바퀴) 역시 바큇살이 두 줄로 구성되고, 볼트까지 이어지는 선이 엇갈려 얼기설기 엮이는 느낌을 강조해 마냥 심심하지 않은 인상을 줬다. 후면부는 후미등 그래픽을 좀 더 입체적이고 세련되게 변경했다. 다만 도로를 돌아다니면서 얼핏 봐서는 디자인 변경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대형 세단인 만큼 트렁크도 상당히 넓었는데, 키 175cm의 성인 남성이 다리만 구부리면 편안하게 트렁크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골프백을 눕혀서 넣는다면 빡빡하게 4개까지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신형 G80에서 내부의 고급스러움은 국내 출시된 럭셔리 세단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높았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계기판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이어진 27인치 디스플레이 대화면이 반겼다. 기존 14.5인치와 비교해 상당히 넓어져 시인성이 좋았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내비게이션 화면 범위를 넓히거나 속도계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공조장치는 정전식 터치 방식으로 내비 화면과 분리돼 구성됐다. 공조장치 조작도 내비 화면으로 하는 일부 다른 차량과 달리 직관적이라 편했다. 다만 유광 처리가 돼 있어 자주 조작하니 손때가 묻게 된다는 점은 아쉬웠다.
가죽시트의 고급스러움은 최고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독일 럭셔리 브랜드 내부에 쓰인 가죽보다도 만졌을 때의 질감이 훨씬 좋았다. 가죽 사이사이에 적용된 우드(나무) 장식도 밝은 회색이라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인상을 줬다. 크리스털 디자인의 전자식 변속 다이얼과 볼륨 조절 로브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후열의 안락함과 편의장비도 인상적이었다.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돼 14.6인치의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암레스트에는 1열처럼 크리스털 디자인의 컨트롤러가 적용돼 있고 2열 공조장치와 시트 포지션 변경 버튼 등이 집중돼 있다. 리모컨은 스웨이드 재질로 감싸 고급감을 더하고 미끄럼을 방지해 실리와 감성을 모두 잡았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시승차는 3.5T AWD로 3.5ℓ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공차중량이 2톤에 육박하는 데도 치고 나가는 힘은 발군이었다. 서스펜션은 매우 부드럽게 세팅됐다는 느낌을 줬다. 다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이 오지 않고 한번 필터를 거친 가속감이 전달된다는 인상이었다. 편안하고 포근하며 평화로운 주행을 가능하게 만들어줬다.
노면 정보를 카메라로 미리 확인하고 최적의 서스펜션 제어를 지원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빛을 발했다. 도심 주행 시 자주 마주치는 맨홀뚜껑과 포트홀을 지나치는 데도 차량의 흔들림과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구름 위를 달린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북악 스카이웨이를 올라가는 구불구불 산길에서도 차는 크게 휘청이지 않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원심력이 일정 수준 이상 크게 작용한다 싶으면 단호하게 차를 잡아줬다. 만일 2열에 사장님이나 전무님을 태우고 있었다면, 운전 스킬이 아니라 순수 차량 성능만으로 "코너링이 훌륭하시네요"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성시경의 발라드를 듣다 갑자기 윤도현의 샤우팅을 듣는 기분이었다. 들리지도 않던 우렁찬 엔진음이 들리며 폭발적으로 차량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80km를 가리키던 속도계는 순식간에 160km까지 치솟았다.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54.0㎏·m의 강력한 힘이 온전히 달리기에만 집중된다는 느낌이었다.
G80 판매가격은 2.5리터 가솔린 터보 기준 5890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승한 풀옵션의 경우 8860만 원이다. 동급 수입차 브랜드의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성능이나 내장 측면에서는 오히려 뛰어났다. 국내에서는 G80이 '임원용 차'라는 인식이 많은데, 이번 신형 모델은 '성공한 아빠차'로도 충분히 매력을 뽐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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