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합병' 한미사이언스, 상한가 직후 11%대 하락
레고켐 품은 오리온, 52주 신저가 기록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최근 인수합병(M&A)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가 하면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 확장의 기회를 얻었지만, 오히려 주가가 빠지는 예도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빅딜이 이어지는 만큼 신규 자금 유입 등을 기대하지만, 단기적인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먼저 지난 12일 OCI홀딩스와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통해 그룹 통합에 나선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16일 상한가를 기록해 주가가 5만6200원까지 오르더니 17일 장에서 하루 만에 무려 11.30% 하락했다. OCI그룹과 통합을 발표한 후 상승 곡선을 그려오다가 경영권 분쟁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리면서 등락을 반복한 모양새다.
한미사이언스를 품은 OCI그룹의 OSCI홀딩스도 종잡을 수 없는 주가 흐름을 보인다.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을 결정하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다가 12일부터 17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해 상승 분을 모두 반납했기 때문이다. 18일 장에서는 오전 기준 다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오리온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장 마감 후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발표하기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16~17일 이틀간 23.3% 내려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오리온의 주가가 10만 원 밑으로 내린 것은 지난 2022년 11월9일(9만8100원)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인수 대상인 레고켐바이오도 16일부터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인수기업이 유망한 기업을 품에 안는 인수합병을 발표하면 시장은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웅진이 2차전지 업체인 이큐셀 인수를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하루 만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를 오히려 악재로 해석한 셈이다. 앞서 오리온은 약 5500억 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취득한다고 공시했으나, 일각에서는 레고켐바이오가 유망한 기업이라 해도 3년간 적자인 기업인 데다가, 바이오 부문은 오리온의 주 사업군인 유통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단기적인 실적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증권가에서는 기업의 인수 합병이 지분을 움직여 신규 투자로 이어지는 만큼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인수합병에 따른 사업성 변화 외에 '남매의 난'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추이를 자세히 지켜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 타계 후 약 5000억 원 규모의 상속세가 발생했고, 현재까지도 상속세에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지속해서 제기된 상속세 우려가 해소되는 점과 OCI홀딩스가 27% 최대 주주가 되면서 지배구조 개선과 추후 현금 흐름 확보에 유리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한미사시언스 남매간 갈등도 표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향후 진행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변동성 확대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단기간 내 주가 하락은 관련 이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향후에도 오리온의 실적 가시성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며 "최근 인수와 관련한 우려는 과도하다. 레고켐바이오 인수 이후에도 오리온이 제과 산업을 유지한다는 점과 현금 창출 능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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