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9개월 만에 로켓배송 재개, 中 이커머스 확대 견제
CJ와 갈등 개선 '요원'…물류·뷰티·OTT 등 경쟁 사업 많아
[더팩트|우지수 기자] 쿠팡과 LG생활건강의 4년 9개월 다툼이 마침표를 찍었다. 쿠팡은 LG생활건강 인기 품목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중국 이커머스 등 시장 변화에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손 잡고 대응하기로 한 모양새다. 햇반·비비고 등 제품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과 쿠팡의 화해 전망에도 유통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쿠팡은 LG생활건강과 인기 제품군 '코카콜라', '페리오 치약', '엘라스틴' 등 로켓배송 거래를 이달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플랫폼 수수료와 납품 단가로 갈등을 빚어 왔다. 소비자들은 쿠팡에서 LG생활건강 제품을 구매할 수는 있었지만, 로켓배송 서비스로 빠르게 받아볼 수는 없었다.
유통 업계는 이번 거래 타결 배경이 쿠팡과 LG생활건강이 시장 환경 변화에 느낀 위기감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은 고정 고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애경산업, 쿠쿠 등 국내 브랜드를 본격 입점시키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LG생활건강은 알리익스프레스 중국 광군제 행사에 '코카콜라 전용관'을 선보이기도 했다.
15일 빅데이터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월 237만 명, 12월 863만 명으로 1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2월 쿠팡 MAU가 2728만 명으로 1년 간 약 30만 명 줄어든 것과 상반된다.
LG생활건강 경우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 내 화장품 매출이 급감하면서 실적 타격이 커지고 있다. 이에 쿠팡과 협업해 국내 이커머스 영향력을 키우려는 분위기다. 지난 2022년 LG생활건강 매출액은 7조1858억 원으로 전년(2021년)과 비교해 11.2% 줄었고, 영업이익은 7111억 원으로 44.9% 줄었다. 지난해 1~3분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이와 관련,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유통 시장 경쟁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쿠팡은 해외 플랫폼 성장을 걱정하고, LG생활건강은 조금이라도 시장에 더 팔아 실적을 개선하고 싶을 것"이라며 "건강한 경쟁이 있어야 기업 간 의견 조율도 잘 된다. 앞으로 소비자 선택 폭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6월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쿠팡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32억9700만 원을 부과받았고 지난 2021년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 소송은 오는 18일 선고를 앞뒀다.
◆ "햇반·비비고도 로켓배송 될까?"…CJ와 화해는 '글쎄'
쿠팡과 LG생활건강이 거래 재개를 발표하자 업계 관심은 CJ제일제당으로 향했다. CJ제일제당과 쿠팡 역시 납품 가격으로 갈등을 빚긴 했지만,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 등 다양한 업종에서 쿠팡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화해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CJ제일제당과 쿠팡은 지난 2022년 11월 햇반 납품 가격 문제로 의견이 충돌했고 이후 햇반을 포함해 비비고, 스팸 등 주요 제품군 로켓배송 거래가 중단됐다.
쿠팡과 CJ그룹은 식품 유통 외 여러 분야에서 경쟁 양상을 띈다. 쿠팡은 '로켓럭셔리' 서비스로 CJ올리브영과 온라인 화장품 시장서 맞붙고 있다. '쿠팡플레이' 서비스는 CJ ENM 티빙과 같은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OTT) 업태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초부터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물류를 CJ대한통운이 전담하면서 이커머스 물류 분야에서도 최전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알리익스프레스와 CJ제일제당 관계가 돈독해진다면 이 플랫폼에서 CJ제일제당 제품이 유통될 수 있단 가능성도 제기됐다. CJ대한통운이 처리한 알리익스프레스 물동량은 지난해 1분기 346만 상자에서 3분기 904만 상자로 3배 이상 늘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CJ와 쿠팡의 관계 회복은 LG생활건강과 달리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겹치는 사업이 많아 갈등이 더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다만 CJ제일제당이 성장한 중국 이커머스와 손 잡고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면 쿠팡이 CJ와 화해를 시도할 수 있다. 시장 잠식을 저지하고 싶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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