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초 영업익 '1조 클럽' 가입 유력
펀더멘털 풍부하지만 '너무 안정적' 평가도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증시에서 가장 비싼 종목은 70만 원대의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액면가를 환산하면 순위가 바뀌지만, 단순 주가로 봤을 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홀로 70만 원대를 기록하면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수달째 70만 원대 주가에서 횡보하고 있어 주주들에게 질타받곤 한다. 지난 2021년 8월 17일 '황제주'(주당 100만 원이 넘는 주식)에 등극한 후 2년째 90만 원은커녕 80만 원(종가 기준) 선도 넘지 못하고 있다. 최저가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66만8000원이다. 올해 들어 장중 최고 80만 원까지 오르면서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만 3년간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언제쯤 고공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보다 0.93%(7000원) 내린 74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14일 69만8000원까지 내렸던 주가가 연말부터 대형주 중심의 외인 수급이 들어오며 서서히 오른 모습이다.
그러나 새해 첫날(1월 2일 장중 80만 원)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해 주가는 74만9000원까지 뒷걸음질 쳤고, 이후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일 평균 거래량은 10만 주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연초 상승 랠리를 이어온 바이오 섹터에 겹쳐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만은 소외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현재 가치가 높고, 23조 원대 수주 잔고를 소화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장 증설 소식도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아서다. 어느 시점에 매도를 해야할지 더 모아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너무 안정적이라 문제?'…투자자들은 다양한 해석 내놔
삼성바이로직스는 2011년 4월 설립된 삼성그룹 계열사로 삼성물산(43.06%), 삼성전자(31.22%), 삼성생명(0.07%), 국민연금(5.60%) 등이 주요 주주로 된 제약·바이오 업체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을 통해 자체 신약 개발도 하고 있으나 비중이 작고, 대부분의 매출은 CMO(의약품 위탁생산)에서 발생한다. 특히 CMO 부문에서는 세계 1위 수준의 생산량을 보유하고 수주 잔고도 넉넉해 안정적인 매출을 끌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횡보하는 이유를 공교롭게도 '너무 안정적이다'로 꼽는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고 미래가치도 밝은 편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데 끌 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해석이다.
엔데믹 이후 국내 증시가 중소형 테마주 중심의 한 섹터 쏠림 현상 위주로 흘러간 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약보합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 시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제약·바이오 섹터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섹터에 자금이 쏠리면 큰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도 있었으나, 합병 이슈가 있는 셀트리온, 기술 수출과 신약 개발 위주로 운영되는 국내 유망한 바이오주들에 비해 투자자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견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2021년 8월 황제주에 올랐을 때도 종목 자체에서 드라마틱한 상승 모멘텀이 발생한 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코스피가 3300선까지 급등할 때 다른 대형 종목들과 함께 가격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펀더멘탈이 하방 압력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량이 많지 않은 고가의 주식임에도 박스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 매출 3조·영업익 1조 발표 '눈앞'…증권가·업계 전망?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 원동력이 되는 새로운 계기 중 하나가 호실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4분기 실적에는 연간 실적 집계도 따라오니 투자자들이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를 전망해 보는 좋은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다.
우선 실적 전망은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추정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1조560억 원, 영업이익 3133억 원이다. 지난 2022년 4분기 매출(9655억 원)과 영업이익(3128억 원)보다 소폭 오른 수치다.
4분기 추정치가 반영되면 지난해 연 매출은 3조6704억 원,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1조712억 원)을 돌파한다. 2020년 연 매출 1조11648억 원, 연간 영업이익 2928억 원이던 회사가 3년 만에 3~4배 가까이 오르는 초고속 성장을 눈앞에 둔 셈이다.
증권가도 증권사별 수치적 차이는 있으나,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를 유지 또는 상향하면서 화답하고 있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관련 CMDO(위탁개발생산) 계약 종료 보상금과 같은 회성 수익은 없으나 별도 영업이익은 3354억 원으로 8% 넘게 늘어날 전망"이라면서 "기존 상향했던 매출 성장 예상치에서 20% 이상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도 "본격적인 실적 성장은 4공장의 6만 리터와 18만 리터가 모두 가동되는 2025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수주 증가, 4공장 생산량 확대 속도, 인수 합병 추진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올해 중 상업 생산을 시작할 ADC(항체약물접합체)는 비중이 높지 않아 수익성 기여에 시간이 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박스권 탈출을 위해서는 회사의 주된 매출원인 CMO의 업황이 회복되는 것 외에도 ADC 비중 확대나 위탁과 개발을 함께 하는 CMDO 부문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춰야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 잔고와 세계적 수준의 가동 라인으로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이에 맞는 공급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ADC 제조 공장이 완료될 예정인데 CMO 업체도 ADC 개발 수요 증가에 맞춰 추가적인 공급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바이오테크들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수도 늘어나 CDMO 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ADC와 CDMO를 확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관련 수주가 향후 주가 상승의 주요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도 CMO 경쟁력을 잘 지키면서 ADC나 CDO(위탁개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개발 사업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9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올해 말까지 ADC 전용 생산공장 증설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임드바이오와 치매·아토피 후보물질에 대한 위탁개발(CDO) 계약도 체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에 적극 뛰어들 것"이라며 "내년 4월 가동 예정인 5공장 증설 속도도 5개월 앞당겨 총 78만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구축해 압도적 1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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