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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섣부른 금리 인하, 부동산 자극하는 부작용 클 수 있어"[일문일답]

  • 경제 | 2024-01-11 15:35

"금통위원 5명 '동결' 만장일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 낮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통화 정책 운영과 관련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금리 인하 기대감에 제동을 걸었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

한은은 올해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8연속' 동결했다. 지난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한 데 이어 또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동결 결정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5명 전원일치였다.

이 총재는 2~3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시장 전망엔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 사태 등의 해외리스크가 완화됨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은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지금 금통위원들은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했다. 향후 3개월 이후 금리를 금통위원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향후 3개월 최종금리는 지난 11월 금통위원 4명이 3.75%로 열어둬야 한다고 했고, 2명이 3.5%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5명 모두가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고, 그 기간을 충분히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물가안정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왜 의견을 바꿨느냐면 전체적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1월에 비해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주목해서 봤던 하마스 사태나 대외경제 불안 요인 리스크가 완화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11월보다는 추가인상 필요성이 많이 낮아졌다. 지금은 상당 기간 동안 현재 긴축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부동산PF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인지.

금중대 지원과 태영건설, PF 사태와는 무관하다. 우선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PF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제가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불안 요인으로 시장안정에 충격이 왔을 때 정책대응을 한다.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불안을 가져올 상황은 아니라고 보기에 현재는 한은이 나설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금중대와 태영건설 부동산PF와 직접 연결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저희가 금중대 지원을 결정하면 이것을 집행할 때까지 시차가 필요하다. 이번 결정은 지방 본부를 통해 지방 중소기업을 타깃한다. 이를 위해 전산도 필요하고 준비과정이 1~2개월 걸린다. 그 기간 고려해 1월에 발표한 것이다.

발표문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금중대 지원의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금리인하를 논의하기 시기상조고 상당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기에 고금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 중소기업, 특히 지방 중소기업에 대해 지원을 한시적으로 하자고 결정한 것이다. 금통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조윤제 위원은 현 상황에서 금중대 지원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통화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한은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위원들은 그런 위험은 있지만 실제로 금중대 지원이 경제 전체 유동성 크게 늘리는 것은 아니고 선별 지원을 통해 고금리 기조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에 선별적, 한시적 지원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부동산PF, 건설업 전반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나 건설업 위기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영건설을 보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보증액이 다른 건설사보다 굉장히 높다. 이는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예다. 규모가 큰 중견 건설회사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부 구조조정의 하나의 좋은 예라고 본다. 태영건설이 시스템 리스크로 변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우량 회사채 등 시장에 전혀 영향이 없다.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은이 2~3분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은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상황을 보며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시장 기대가 저희 생각에 부합하는지 답변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는데,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내리는 것도 이에 해당하나.

현재 3.50%가 중립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견해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꼭 중립금리에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지금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에 있는데,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올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되면 주택시장이나 가계부채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가계부채를 낮추는 데는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가져감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대심리를 낮춰주는 것이 정책 금리 만큼 중요하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관련해 무주택 서민, 특히 젊은 층과 저출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도가 좋다고 해서 소득 수준이 안 되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은 심각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낮은 금리일 땐 좋은 일이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엔 도움을 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느 정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는데,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비트코인은 확실히 하나의 투자재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비트코인이 처음 도입될 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화폐의 대체재가 될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는데 이제 그 논의는 마무리가 된 듯하다. 비트코인이 바람직한 투자자산이냐고 하면 변동성과 내재가치 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보게 된다. ETF가 승인됐으니 투자자산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해 볼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 중국 경제 부진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

중국이 4%대 중후반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무역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중국의 성장 자체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같을 것인가이다. 중국이 회복해 우리 반도체 수출이 늘어날 것인지, 관광객이 얼마나 오는지 등 중국 성장률 자체보다는 중국과 한국 경제의 연관관계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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