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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통상 '탑텐' 날아오르는데…'바닥' ESG 개선은 언제쯤 [TF초점]

  • 경제 | 2024-01-09 00:00

탑텐 매출액, 2019년 이후 연평균 두 자릿수 꾸준히 성장
신성통상 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최하' D등급


신성통상이 올해 SPA 브랜드 '탑텐' 연 매출액 1조 원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ESG 경영 개선 필요성이 지적된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탑텐 매장 /우지수 기자
신성통상이 올해 SPA 브랜드 '탑텐' 연 매출액 1조 원을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ESG 경영 개선 필요성이 지적된다. 사진은 서울 관악구 탑텐 매장 /우지수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이 단일 브랜드 연 매출액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신성통상은 탑텐을 출시 12년 만에 유니클로와 매출액을 견줄 수 있는 SPA 브랜드로 만들었지만, ESG 경영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란 지적이 따른다. 국내 매장 확대·해외 진출 계획 등 규모를 늘리는 신성통상이 국내 소비자 환경·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9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탑텐 연간 매출액은 약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 7800억 원과 비교하면 15% 증가했고, 일본 불매 운동 '노노재팬'이 시작된 지난 2019년 3340억 원과 비교하면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 2012년 출시한 탑텐은 12년 만에 연 매출액 1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신성통상이 탑텐 경쟁자로 꼽아 온 유니클로가 지난 2005년 국내에 들어와 10년 만인 2015년 1조 원 매출액을 달성한 것과 비슷한 성장 속도다.

유니클로 매출액은 지난 2019년 7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고꾸라졌다. 탑텐은 이 시기 유니클로 대체 브랜드로 소비자 관심을 받아 매출이 늘었다. 이후 지난 2022년 유니클로 매출액은 8036억 원, 탑텐은 7800억 원으로 근접한 성적을 기록했다. 신성통상 영업이익은 탑텐 성장에 힘입어 △제54기(2020년 7월 1일~2021년 6월 30일) 743억 원 △제55기 1399억 원 △제56기 1441억 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호실적과는 반대로 신성통상의 ESG 경영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국내 주요 ESG 평가 기관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발표한 기업 ESG 등급에서 신성통상은 모든 부문(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최하 'D'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D등급은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신성통상 ESG 등급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지난 2017년 종합 C등급을 받았고 2022년부터 D등급으로 하락한 뒤 2년 연속 최하 등급을 유지했다. 최근 국내 경영에 ESG가 중요시되고, 특히 섬유패션 기업 환경 마케팅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데 반대되는 신성통상 행보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신성통상은 탑텐 외에도 지오지아와 폴햄 등 캐주얼 브랜드가 속한 에이션패션을 운영하고 있다. 전개하는 브랜드의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연간 1조5000억 원 가량이다. 현재 탑텐 전국 매장은 690개로 2023년 한 해 동안 140곳 늘었다. 3~4년 내 해외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는 신성통상의 ESG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신성통상(아래)은 홈페이지에 ESG 경영을 명시한 메뉴를 만들지 않았다. ESG A등급을 받은 휠라홀딩스(위) 홈페이지는 지속가능경영 메뉴가 개설돼 있다. /휠라홀딩스·신성통상 홈페이지 갈무리
신성통상(아래)은 홈페이지에 ESG 경영을 명시한 메뉴를 만들지 않았다. ESG A등급을 받은 휠라홀딩스(위) 홈페이지는 지속가능경영 메뉴가 개설돼 있다. /휠라홀딩스·신성통상 홈페이지 갈무리

◆ ESG 경영, 해외 진출 '필수적'…고용문제, 지배구조 등 취약점 여전

신성통상은 3~4년 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 기반을 다진 후 자신이 있을 때 해외로 나가겠다는 염태순 회장의 의지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ESG 경영이라도 충족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해외 시장은 ESG 경영에 대해 엄격하다. 유럽 연합(EU)는 오는 2026년까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공급망 실사법'을 적용해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 진출을 허가할 계획이다. 공급망 실사법을 통과하기 위해 진출 기업은 사내 ESG 규정이 필요하다. △원재료 확보 △상품·서비스 제작 △유통까지 환경·인권·윤리적 문제를 파악하고, 기업 차원에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신성통상 ESG 등급이 하락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20년 4월 불거진 직원 부당 해고로 전해진다. 사전 공지 없이 전화를 통해 당일 해고해 논란이 일었다. 이때 D등급으로 하락한 사회 부문 등급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신성통상 지배구조에 쏠리는 부정적 시선도 개선점을 시사한다. 신성통상은 이사회 구성원을 3명으로 유지 중이고 사외이사는 1명이다. 이사회 의장은 창업주이자 대표인 염태순 회장이다. 염 회장이 의사 결정에 중요한 직책을 모두 맡아 내부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따른다.

다만 환경 부문에서는 개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친환경 소재 활용과 소비자 참여형 환경보호 캠페인 등 ESG 경영을 위해 노력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염태순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ESG에 있어서도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 내부에서부터 ESG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성통상이 ESG 경영 첫발을 떼기 위해선 ESG 경영에서 좋은 평을 받는 패션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단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ESG 경영 행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신성통상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ESG 경영, 지속가능경영 메뉴에 관련 활동을 따로 모아두지 않았다. 윤리경영 항목에서 포괄적인 ESG 경영을 언급하고 있지만, 관련 활동이나 보고서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는 없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은 기업은 F&F홀딩스,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휠라홀딩스, 한세예스24홀딩스 등 5개 기업 경우 홈페이지에서 ESG 경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기업이 발간한 지속경영가능보고서도 이곳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신성통상이 ESG 경영을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성통상 같은 중견·중소기업은 공시 내용이 아닌 이면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활동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평가 체제는 보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광범위한 관리가 자본 문제로 어렵다면, ESG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을 하나만 집어서 취사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해외 공급망 기준만 충족하더라도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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