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까지 대안 내놔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내놓은 자구계획을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는 최후 통첩도 날렸다.
이복현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수 일가가 자회사 매각 등으로 확보한 유동자산이 있음에도 워크아웃 계획에는 1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워크아웃 신청 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을 얘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영건설이 부동산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이 상당 부분 총수 일가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고 꼬집었다. 부동산 침체기가 도래해 발생한 손실은 협력업체·수분양자·채권단 등이 떠안아야 하는 현재 상황이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라는 지적이다.
이복현 원장은 태영건설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면 외담대를 정리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외담대가 금융채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 지속에 필요한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외담대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아주 기초적인 신뢰를 쌓는 것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전날 발표한 호소문과 관련해서도 "울림 있는 호소를 하긴 했지만 지금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숫자에 기반한 이성의 문제"라며 "채권단이 수긍할 수 있는 형태의 유동성 조달 근거를 마련한다면 충분히 워크아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복현 원장은 태영건설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까지가 아니라 바로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을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일 당일에 이런 방안을 내놓고 동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을 넘게 되면 설득 시간이 많이 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복현 원장은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 나서서라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채권단이 동의할 수 있는 지점과 그럴 수 없는 지점에 대해 중간에 마중물 역할을 해서 이를 해소하고 가급적 워크아웃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라며 "개인으로서도 채권자·채무자 의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협력업체·수분양자의 피해, 건설업 전반에 미치는 연쇄적인 영향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안정조치 확대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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