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하락에…5대 금융지주 '꼴찌'
관치금융 논란 속 '성과' 보여줄지 관심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 강화 등 과제
코로나19 종식에도 올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했다. 금융권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새판짜기에 분주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은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고, 신한·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새 수장과 한 해 농사를 펼쳐나갔다. 당국은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디지털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지주가 안정과 쇄신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생존경쟁을 펼친 가운데 <더팩트>가 올해 각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결산해 본다. 아울러 당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음에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당기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4위'에 올랐으나 한 분기 만에 자리를 내줬기 때문이다.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임기 2년 차를 앞둔 이 회장의 당면 과제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가 될 전망이다.
◆ 이석준 회장, '낙하산 인사' 논란 속 임기 2년 차 맞아
올해 1월 취임한 이석준 회장은 내년 임기 2년 차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금융의 모든 순간,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비전 체계와 '고객과 함께하는 생활금융 생태계 구현', '미래형 금융서비스를 선도하는 개방형 사업모델 입성'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관치금융 논란 속 본격활동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경제부처를 거친 인물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등 요직을 거쳐 장관급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6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과 함께 경제 관료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기 전 주로 정부 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과거 회장들 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았다.
관치 논란을 의식한 듯 이 회장은 취임 초기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좋은 '경영 성적표'를 통해 낙하산 논란을 불식시키기 전까지는 이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최근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농협금융의 불투명한 승계 프로세스를 지적하며 농협금융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 농협금융 3분기 실적 '반토막'…'4위' 타이틀 놓쳐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이 '관치'를 벗고 '성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에 내년 임기 2년 차를 앞둔 이 회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농협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5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9717억 원보다 3.7% 늘었으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3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6212억 원) 대비 45.4% 감소한 339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당기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4위'에 올랐으나 한 분기 만에 우리금융지주에 역전당했다.
주요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실적도 주춤하며 그룹 실적 증가에 힘을 보태진 못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보면 농협은행은 1조6052억 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을뿐 아니라 유일하게 1조 원대다. KB국민은행이 2조8554억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하나은행(2조7664억 원), 신한은행(2조5925억 원), 우리은행(2조3735억 원) 등이다.
3분기만 놓고 보면 농협은행은 358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5749억 원) 대비 37.7% 줄어든 수치이며, 전년 대비 33% 감소한 성적이다.
특히 비은행 부문에서 효자 노릇을 해온 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보유채권 가치 하락 등으로 3분기에 적자 전환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은 각각 57억 원, 46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각각 125%, 436% 하락했다. NH농협캐피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한 201억 원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의 농협은행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어 문제점으로 꼽힌다. 누적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농협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71.9%에서 올해 73.8%까지 올랐다.
◆ 비은행계열사 강화는 숙제…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도 꾀해야
이에 이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비은행계열사의 경쟁력 강화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비은행계열사 강화 없이는 그룹 전체 실적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회장은 내년부터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 강화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16년 8월 출시한 NH올원뱅크는 농협금융 계열사들이 참여·개발한 모바일플랫폼으로 출시 7년 만에 가입고객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회장은 최근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직접 드러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NH올원뱅크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초일류 역량 내재화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 중심의 슈퍼플랫폼 역량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며, 고객 만족을 넘어 감동의 아이콘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부문 강화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신경(신용·경제 부문) 분리 이후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 금융그룹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을 했다. 농협금융은 현재 총 10개국에 21개 네트워크(법인·지점·사무소)를 두고 있다. 신한금융(20개국 169개), KB금융(14개국 697개)보다는 한참 뒤처진다.
이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1개국에 27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이익 비중을 10%까지 키울 계획이다.
농협금융은 내년 중점 해결 과제와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석준 회장이 제시한 농협금융의 지향점은 디지털 기반의 고객 중심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으로, 1월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제시한 키워드도 디지털, 디자인"이라며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보다 내년 경영환경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미래전략부를 신설해 외부협업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리스크 요인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금융을 위해 생활금융 플랫폼 연계를 강화, 은행과 증권 부문에서는 토큰증권(STO) 및 조각투자 등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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