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건설업 전반 문제로 보기는 곤란"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태영건설이 과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자력으로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할 때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절차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대주주의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채권단과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은 이날 오전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가진 뒤 이같은 내용을 담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태영건설의 최대주주는 TY홀딩스(지분율 27.8%)이며, TY홀딩스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0.5%)의 아들인 윤석민 회장(25.2%)이 최대주주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산하에 태영건설 외에 SBS(방송 사업), 블루원(레저 사업) 등을 두고 있다. 이달 초 구순의 윤세영 창업회장이 태영건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에 복귀했지만, 결국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 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태영건설 관련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의 예기치 못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관계기관이 함께 미리 마련해 놓은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금융시장 안정조치'를 확대하고 추가적인 '건설업 종합지원 대책'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까지 태영건설이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 원이며, 내년 1분기에는 추가로 4361억 원 규모의 PF 우발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및 회사채 규모는 총 3조8987억 원에 달하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가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업계까지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은 태영건설만의 문제로, 파장이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관계부처 대응 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분양계약자와 태영 협력업체 등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태영건설의 경우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의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도 과도한 점 등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커진 만큼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리스크 관리, 시장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며 "일부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들 체력이 튼튼해진 상황이다. 앞으로 건설사가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워크아웃은 신청 기업뿐 아니라 금융회사, 협력 업체 등에도 유리하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게 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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