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시 결제수단 인식, 퇴장 땐 집은 물건 자동 결제
선두 이마트24 이어 GS25, CU까지…'인공지능 편의점' 개발 박차
[더팩트|금천=우지수 기자] "바코드? 안 찍어도 돼요. 자동 결제 됩니다."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고객이 집는 상품을 인식하고 매장을 나서면 자동으로 결제하는 '인공지능(AI) 편의점'이 걸음마를 뗐다. 실생활에도 스며들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고객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하고 앞으로 소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지난달 26일 <더팩트> 취재진은 인공지능 편의점을 찾아 유통업의 미래 모습을 미리 엿봤다. GS리테일이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에 선보인 완전무인편의점 'GS25 DX LAB' 가산디지털점을 방문했다.
GS25 가산디지털점에는 결제를 돕는 직원이 없다. 고객이 상품 바코드를 인식해 직접 결제하는 기존 무인 편의점 방식도 아니다. 구매 상품 인식과 결제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고객이 상품을 매대에서 집고 편의점을 나서면 어떤 상품을 선택했는지 인공지능이 판단해 계산한다. 자사 앱, 혹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편의점 출입구에 결제수단을 인식하면 상품이 진열된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출입문에 설치된 기기에 GS25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우리동네GS'에 신용카드·계좌를 연동하고 QR코드를 인식하면 문이 열린다. 앱을 통하지 않고 카카오 QR코드를 사용하거나 신용카드만 인식해도 입장할 수 있다.
취재진은 우리동네GS QR코드를 인식하고 인공지능 편의점에 입장했다. 매장에 들어서자 먼저 천장에 달린 수십 대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무인 매장인 만큼 절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카메라 하나하나가 인공지능이 탑재된 '딥러닝 AI 카메라'다. 모두 60대 딥러닝 카메라가 고객 행동을 분석한다.
인공지능이 강조된 인공지능 편의점은 상품 진열대에 설치된 센서로 무게 변화를 감지해 선택된 제품을 인식한다. 여기에 딥러닝 카메라가 인식한 고객 행동을 결합해 어떤 고객이 어떤 제품을 몇 개 집었는지 알아낸다.
결제는 간단했다. 입장할 때 앱을 실행한 뒤 상품을 고르고 편의점을 나서면 처리됐다. 과정을 더 거치지 않아도 할인과 적립까지 적용됐다. GS25 가산디지털점을 찾은 한 소비자는 "이런 자동화 결제가 보편화되면 소비자로서 더 편해질 것 같다. 쇼핑의 미래를 경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 편의점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있다. 집은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면 오류가 발생한다. 매대에서 상품을 집은 사람을 구매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집은 물건을 내려놓을 때, 놓였던 상태 그대로 놓지 않으면 결제 처리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1+1, 증정 행사 상품을 우리동네GS '나만의 냉장고'에 자동 저장해주는 기능도 인공지능 편의점의 특징이다. 일반 매장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앱을 켜고 행사 제품을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인공지능 편의점에서는 별다른 절차 없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예컨대 1+1 상품 중 하나만 집어 매장을 나선다면 나머지 1개 제품이 우리동네GS 나만의 냉장고에 기록된다. 저장된 상품은 다른 GS25 지점에서도 수령할 수 있다.
GS25 가산디지털점은 약 60㎡(약 18평)의 일반적 편의점 크기에 평균 절반 수준인 1000여 개 종류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타 매장에 비해 상품 다양성은 떨어지지만, 수집된 데이터로 고객이 많이 찾는 제품만 들였다. 퇴근 시간 신선제품 코너 경우 진열된 제품이 절반 이상 팔려 나간 상태였다. GS25 관계자는 "인공지능 편의점에서 모은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재고를 줄일 수 있는 자동 발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2024년 한 해 동안 완전무인매장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준비 단계 '인공지능 편의점'…보편화는 언제쯤
편의점 업계 첨단화는 이제 발을 뗐다.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과 비용 절감 등 과제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험 매장을 토대로 경험을 쌓고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자동 결제가 더 자연스러운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GS25는 인건비 대비 투자 비용이 커 상용화가 어렵다는 인공지능 편의점 문제점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기존 인공지능 매장에서는 딥러닝 카메라를 설치할 때 가격이 비싼 3D 카메라와 비교적 저렴한 2D 카메라를 섞어 사용했다. 반면 가산디지털점에는 3D 카메라의 5분의 1 가격인 2D 카메라만으로도 매장을 구축하는 데 성공해 비용을 개선했다.
국내 운영 중인 인공지능 편의점은 GS25 가산디지털점과 이마트24 스마트스타필드코엑스점 두 곳이다. 이마트24 경우 지난 2021년 9월 국내 최초로 자동 결제 매장을 개점한 이후 2년 넘게 새 인공지능 편의점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2호점 구축을 검토하고 있으며, 1호점과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내년 '리테일 테크 팀'을 신설하고 드론 배송·인공지능·핀테크 등 기술이 적용된 첨단 편의점 개발을 예고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인공지능 편의점 개발에 박차를 가할 걸로 보인다. 동참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발전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자동 결제가 어색하지 않게 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인공지능 편의점은 초기 전기자동차와 같다. 시범 매장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쌓으면서 어떻게 보편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인공지능 매장을 먼저 도입한 미국 아마존 경우 비용 문제가 커 매장을 축소하고 있다. 한국 인공지능 매장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지켜봐야 한다. 미래 오프라인 매장이 다른 모습을 띌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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