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회장 경영 방향, '속도'→'숨 고르기'로 변화
올해, 기업금융 중심으로 실적 상승
비은행 강화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코로나19 종식에도 올해 한국 경제는 불확실했다. 금융권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새판짜기에 분주했다. 그 결과 KB금융그룹은 9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고, 신한·우리·NH농협금융그룹은 새 수장과 한 해 농사를 펼쳐나갔다. 당국은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디지털 전환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지주가 안정과 쇄신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며 생존경쟁을 펼친 가운데 <더팩트>가 올해 각 최고경영자(CEO)의 성과를 결산해 본다. 아울러 당면한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올해 경영 성적표는 명확했다.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등 하나금융의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비은행 기여도는 후퇴하며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임기 2년 차를 보냈다. 함 회장의 경영 방향은 올해 초 '속도'에서 올해 말 '숨 고르기'로 변화했다.
앞서 지난 1월 함영주 회장은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풍전등화' 현실에도 안도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더 늦기 전에 보폭을 넓혀 더욱 빠른 속도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 '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현재 잘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약점도 놓치지 않고 끌어올려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는 최근 방향을 틀었다. 함영주 회장은 최근 그룹 명동사옥에서 열린 출범 18주년 기념식에서 "지금까지 하나금융그룹은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지만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어느 시점에서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쉼이라는 것은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미래를 위해 우리의 부족한 것을 찾고 세상을 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고도 했다.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속도'에서 '숨 고르기'로 방향을 크게 튼 것이다.
이는 실적 상승에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그의 대표적 성과를 꼽으면 단연 '외형 성장'이라 할 수 있다.
함영주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22년부터 '현장 영업'을 강조해 왔다. 함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고 밝히며 인사·조직개편 등 그룹의 굵직한 경영전략 모두 '영업'에 방점을 뒀다.
이는 결실로 이어졌다.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리딩뱅크' 경쟁에 합류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조169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꿰찼다. 올해 2분기까지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했다. 3분기에는 KB국민은행에 밀리며 1위 자리를 놓쳤지만, 그동안 이어져 왔던 KB국민·신한 양강구도를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성장은 기업금융 중심의 성장이 주효했다. 하나은행의 3분기 기준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대비 11.5% 성장했다.
이는 함영주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함 회장은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업의 경쟁력'을 제시한 바 있다.
은행의 성장으로 하나금융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3조6257억 원의 역대급 순이익을 거뒀으며, 올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도 2조9779억 원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규모다.
◆ 92.9% 높은 은행 의존도는 숙제…하나금융 "본업 핵심 역량 강화"
다만 앞으로 함영주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명확한 한 해였다. 바로 '비은행 강화'다.
특히, 하나금융이 '리딩금융' 경쟁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90%대를 넘는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함영주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보험·카드·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M&A를 포함한 모빌리티·헬스케어·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올해는 그 숙제를 풀지 못한 형국이다.
3분기 누적 기준 하나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92.9%에 달한다. 특히 올해 3분기 기준 은행, 증권, 캐피탈, 카드, 자산신탁, 저축은행, 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하나금융 역시 비은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서 하나금융은 비은행 강화 일환으로 KDB생명 인수를 검토 후 실사 작업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내년에는 함영주 회장의 숙원 사업인 비은행 강화 드라이브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관련 징계 취소 소송 2심과 채용 관련 상고심 등이 남아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24년 금융은 높은 불확실성으로, 예측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 놓여있다"며 "환경의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본업의 핵심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튼튼하고 견고한 내실로 외부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디지털·고령화 시대에 변화하는 손님을 위해, 하나금융이 가진 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룹 내·외부, 금융·비금융 등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여 손님에 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손님, 직원, 사회 공동체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과 미래를 꿈꾸게 하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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