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위원장 "카카오, 외형적 성장에 치우쳐 사회적 기준 미달"
카카오 등 관계사, 11일 협약 체결…엔터테인먼트는 연내 협약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의 외부 준법·윤리경영 감시 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이하 준신위)'가 첫발을 뗐다. 준신위는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준법 경영과 관련한 전권을 일임한 만큼,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의 경영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준신위는 18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EG빌딩에서 첫 회의를 열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소영 준신위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소장(프리챌 공동창업자),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은행법학회장),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이지운 서울신문 전략기획실장(전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유일한 카카오 내부 인사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준신위는 지난 11일 공식 출범했다. 이날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는 '카카오 공동체 동반성징 및 준법경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사회 의결 절차를 마무리지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연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준신위는 카카오를 비롯한 총 6개의 관계사에 대한 준법 지원 활동을 실시하게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준신위는 앞으로 카카오의 준법 경영에 있어서 매우 강력한 권한을 갖고, 경영 상의 주요 결정에도 관여할 수 있다"며 "따라서 준신위 공식 출범 전 각 사 이사회가 이러한 준신위의 권고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와 주요 관계사들이 준신위의 감사와 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위원회는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첫 회의를 앞두고 모두발언을 통해 "카카오는 10여 년 전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혁신의 대표주자로 국민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하지만 카카오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은 최근 몇 년 새 우려와 비판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러한) 원인은 카카오에 있다. 카카오가 만들어 낸 혁신만 강조했을 뿐, 그 뒤편에서 피해를 받은 사람들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며 "외형적 성장에 치우쳐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소영 위원장은 지난달 김범수 창업자의 뜻으로 출범한 준신위를 맡으며 카카오 내부의 변화 의지 여부를 가장 주요한 가치로 살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창업자와의 상견례, 카카오 임직원과의 대화 등을 통해 카카오 내부의 변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소영 위원장은 "카카오가 변화의 문을 연 만큼 진정성을 가지고 준법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준신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에 대한 규정과 협약사들의 준법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검토할 안건의 우선순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준신위는 앞으로 준법경영·신뢰경영 원칙이 협약사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정립 등 준법 통제 틀 마련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와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의 감독과 권고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에 대한 직접 조사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에 해당되는 주요 경영 활동에는 협약사들의 △회계 처리와 주식시장 대량 거래, △합병, 분할, 인수 등의 조직변경과 기업공개(IPO) △내부거래를 비롯한 기타 거래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용자의 이익 보호와 업계 상생과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을 경우, 협약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최고경영진·준법지원인 등의 준법의무 위반에 대해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협약사의 준법 경영에 대한 감독과 직접 조사권도 갖는다. 준신위는 협약사들의 준법 프로그램이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하며, 해당 이사회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완 조사와 재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행 사항이 미흡할 경우 직접 조사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카카오의 주요 의사 결정을 관장하는 조직에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해당 행위에 대한 긴급 중단과 함께 내부조사와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다.
김소영 위원장은 "준법경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 만큼,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임직원,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목소리를 듣고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정립해 나가겠다"며 "단순히 카카오의 잘못을 지적해 현재의 위기를 넘기려는 것이 아닌, 카카오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법과 내부통제의 틀을 잡는데 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준신위는 협약사의 준법 경영 안건에 대해 조사, 연구, 의견 제시를 담당할 외부 전문 위원단을 선임했다. 이와 함께 정책의지를 집행할 수 있는 실무기구인 사무국 구성을 완료하고 각 관계사의 법무·준법·감사 조직과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준신위의 활동 사항을 공개하고,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한 제보 시스템을 갖춘 웹사이트도 빠른 시일 내에 오픈해 소통 창구 확보와 투명성 제고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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