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여의도서 '메밀단편' 1호점 개점
업계, 사업 다각화 통한 수익원 확보 목적 분석
[더팩트|이중삼 기자] 한 치킨기업 회장이 외식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새로운 수익 모델 마련에 나섰다. 국내 치킨 시장 포화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업 다각화를 통해 향후 매출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추진 중인 신사업 이외에 신규 사업으로 수익을 더 창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 본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 사령탑 권원강 회장 얘기다.
1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교촌에프앤비는 내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파이낸스타워 2층에 한식 면요리 전문점 '메밀단편' 1호점을 연다. 지난 5월 특허청에 메밀단편 상표를 출원했을 당시만 해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지만, 다음 달 공식 오픈하게 됐다.
사실 교촌에프앤비가 한식 사업에 발을 들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5년 한식 레스토랑 '엠도씨'를 출시했고, 2018년 돼지고기 전문점 '숙성72'를 선보였지만 2019년 모두 철수했다. 이유에 대해 교촌에프앤비 측은 "가맹사업을 테스트한 것으로 현재 외식업 상황에서 섣부른 가맹사업 확장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가 다시 재도전하게 된 이유는 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고 한국인들도 꾸준히 접하는 한식을 선택하게 됐다"며 "(재도전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K푸드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에 발맞춰 한식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다시 선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장소 가운데 서울 여의도로 선정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직장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인 점을 고려했다"며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며, 가맹 계획은 현재 없다"고 했다.
◆ 신사업 추진보다는 본업 집중도 필요
국내 치킨 시장 전망이 흐리다는 점 역시 교촌에프앤비 재도전 이유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에 의하면 올해 3분기 치킨 전문점의 경지기수는 76.34로, 올해 2분기(79.72) 대비 3.38 하락했다. 올해 3분기 피자·햄버거·샌드위치 전문점(86.62)과 한식 면요리 전문점(83.91)보다 경기지수가 낮다. 물론 두 전문점도 경기지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하락 폭(피자·햄버거 0.66, 한식 면요리 2.1)을 보면 치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이 경기지수는 50에서 150 사이로 평가된다. 기준치는 100으로 100을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한다.
교촌에프앤비는 전체 매출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부문 매출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그러면서 커머스·신사업부문은 계속 늘리고 있다. 실제 교촌에프앤비는 커머스·신사업부문을 통해 HMR(간편 가정식), 소스 등 식품가공·유통시장 확장과 수제맥주 등 신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사업의 전체 매출 비중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교촌에프앤비 주요 사업 부문은 크게 국내 프랜차이즈, 글로벌 사업, 커머스·신사업 등 총 3가지로 요약된다.
올해 3분기 국내 프랜차이즈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2.9%다. 같은 기간 글로벌 사업은 4.1%, 커머스·신사업 부문은 3%에 그친다. 하지만 커머스·신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1.8%(2021년)→2.7%(2022년)→3.0%(2023년 3분기)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프랜차이즈 부문 매출 비중(전체 매출 대비)은 2021년 95.1%에서 지난해 93.9%, 올해 3분기에는 92.9%로 줄었다.
복수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날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향후 가맹사업으로 나가느냐, 직영점으로만 운영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매장 하나만 내고, 확장하지 않는다면 테스트용에 그칠 뿐, 차라리 본업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한식은 치킨보다 정부의 눈치 없이 가격을 올리기 편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경쟁사 경우 적극적인 해외사업 진출과 신사업에 성과가 나타나면서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실제 bhc그룹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한 데 이어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까지 선보여 안정된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해외사업 활로를 열고 지속해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57개국에서 7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교촌에프앤비의 이번 사업 확장에 대해 '치킨 시장 성장 정체'를 꼽는다. 김상철 유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교촌에프앤비가 한식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성장 정체기로 판단했다고 본다. 기업성장에는 시장침투전략과 시장개척전략, 시장개발전략, 시장다각화전략 등이 있다. 여기서 교촌에프앤비는 다각화전략을 썼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 실패 경험도 있지만) 이번 계기로 한식이라는 시장에 다시금 물꼬를 트기 위한 행보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앞서 권원강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본질을 유지하되 새로운 것을 더한다'는 '해현갱장' 가치를 깊게 되새기며 교촌 임직원들의 동반성장에 더욱 힘쓸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촌의 성장은 매출이나 이익만을 뜻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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