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한 마리 '7900원' 치킨 앞세워 고객 관심 유도
소비자, 고물가에 마감세일·못난이제품 등 가격 효율 추구
[더팩트|우지수 기자] "할인 상품이 아니면 손이 잘 안 가요."
지난 14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고물가 현상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예년보다 '할인'에 촉각을 더 세우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유통업계는 할인 상품, 틈새 기획 등 가격 전략으로 고객 발길을 이끈다. 내년 경기 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유통 업계가 얼어붙은 연말 소비를 조금이나마 녹이는 분위기다.
편의점에서는 치킨 할인 소식이 소비자 관심을 끈다. 배달비를 포함한 배달앱 기준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교촌치킨 '허니콤보'가 2만8000원, BBQ '황금올리브치킨'이 2만4900원이다. 메뉴 옵션을 변경하거나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면 3만 원을 넘긴다. 올해 치킨 업계가 가격을 올리면서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에서는 1만 원대 치킨 수요가 늘었다.
GS리테일은 최근 이 같은 소비자 심리를 공략해 편의점 GS25 자체 브랜드 '쏜살치킨' 가격을 1100원 낮추고 지난 14일까지 선주문을 받았다. 이후 오는 31일까지 금·토·일요일에 4000원 할인해 판매한다. 최소 7900원에 치킨 한 마리를 먹을 수 있게 되자 미리 주문을 하기 위한 고객들 관심이 뜨겁다. 서울 구로구 한 GS25 매장 직원은 "할인가가 게시된 후 '쏜살치킨' 선주문 물량이 평소보다 더 몰렸다. 소비자들이 할인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GS25가 치킨 할인으로 소비자 이목을 끌었으니, 다른 편의점들도 치킨 가격 경쟁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 유행은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상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PB상품은 유통 과정을 줄여 기성 상품보다 20~45%가량 저렴하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초저가 PB '득템시리즈'가 10개 제품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제품군은 달걀, 닭가슴살, 김치볶음밥, 순살치킨, 각티슈, 롤티슈, 휴대용티슈 등으로 구성됐다.
◆ "어떻게든 싸게"…마감 세일, 못난이 제품 판매량도 주목
백화점·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영업 종료 직전 '마감 세일'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부쩍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오후 6시 이후 매출 가운데 델리(즉석식품)·반찬·과일은 전년 동기 대비 15%, 10%, 5%씩 늘었다. 이 회사는 오후 6~7시 이후 과일과 반찬 등 품목을 최대 50%가량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본점 오후 6시 델리 품목도 3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부터 반찬 선할인권을 판매 중이다. 이를 사용하면 마감 할인 시간이 아니더라도 할인율을 적용해 구매할 수 있다. 그랬더니 올해 1~11월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5% 증가했다.
오후 늦게 마감 품목 할인에 나서는 대형마트 상황도 같다. 이마트는 올해 1~11월 과일·채소 마감 품목 매출이 최대 10%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는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 오후 7시 이후 델리 부문 매출이 20% 늘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외형 상품성이 떨어지는 일명 '못난이' 제품 판매가 증가해 눈길을 끈다. NS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 7, 11, 13위를 못난이 제품이 차지했다. 사과, 백명란 등 못난이 제품군이 연간 100억 원 이상 팔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파격적으로 저렴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새"라며 "할인율이 아주 크거나 가성비가 높지 않으면 고객 지갑을 열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유통 업계에서 펼치는 할인 정책은 시장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다만 기업이 할인 상품을 '미끼'로 던져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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