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 43% '껑충'
SNS서 VPN 통한 인도·파키스탄·이집트 요금 '꿀팁' 확산
[더팩트ㅣ서다빈 인턴기자] 유튜브가 유료 구독형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 가격을 43% 인상했다. 유튜브가 요금을 기습 인상하자, 더욱 저렴한 구독료를 찾아 가입 국가를 옮기는, 이른바 '인터넷 이민'을 결심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8일 주요 구독형 서비스 요금 인상 소식을 홈페이지와 메일을 통해 공지했다. 이번 요금 인상 여파로 기존 월 1만450원이었던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은 1만4900원으로 인상됐다. 수수료 정책이 다른 애플 iOS 인앱결제 사용 시 1만9500원을 지불해야한다. 더구나 이번 인상은 2020년 9월 이전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했던 초창기 이용자에게도 적용됐다. 이에 따라 초기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들은 5개월 유예기간 이후 기존 요금 월 8690원이 아닌 인상 가격인 1만4900원을 내야 한다. 한 번에 요금이 약 71% 넘게 오른 셈이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뮤직 또한 기존 8690원에서 1만1990원으로 올랐다.
이미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요금 인상에 '인터넷 이민'을 결심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네이버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우회 가입 방법을 공유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픈마켓에는 유튜브 계정 우회 가입을 돕는 인터넷 이민 대행업자도 등장했다. 논란의 주인공인 유튜브에도 다양한 국가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우회 가입하는 방법이 소개된 영상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유튜브는 국가의 소득 수준과 물가 상승률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을 반영해 국가별로 다른 요금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보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료가 저렴한 국가로 '인터넷 이민'을 가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인터넷 이민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가는 인도(약 2100원), 파키스탄(약 2260원), 튀르키예(약 1360원), 이집트(약 2800원) 등이다.
과연, 이번 인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우회 가입을 결심한 이용자들이 많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더팩트>는 13일 홍대입구 거리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우회해 인터넷 이민을 떠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저만 바보가 된 기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인상 공지가 뜨자마자 나이지리아로 이민 갔어요…"
유튜브 프리미엄을 2018년부터 장기 구독해 온 직장인 곽 모(27) 씨는 이번 인상 공지를 접하고 나이지리아 접속망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을 보여주며 우회 가입 원리를 설명했다. 한국 이용자가 외국의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상의 IP주소를 만드는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해야 한다. VPN을 사용하면 가상의 IP 주소를 사용할 수 있으며 접속 국가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곽 씨는 네이버 블로그의 설명을 보고 VPN을 우회해 인터넷 이민을 떠났고 주변 지인들 역시 이집트, 파키스탄 등의 국가로 이민을 떠났다고 말했다. 곽 씨는 단 1800원으로 10분 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나이지리아 시민이 돼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 부장님도 어떻게 유튜브 이민 가냐고 물어보길래 도와드렸어요"
올해 5월부터 '이집트 이민'을 떠난 직장인 전 모(26) 씨는 "월급 빼고 가격이 다 오르고 있는 상황에 생활비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이민을 떠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번 가격 인상으로 회사 부장님과 선배들도 이민 경력직인 전 씨에게 유튜브 프리미엄 우회 가입하는 방법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편법인 걸 인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 씨는 "편법인 걸 알고 있지만 달마다 OTT 구독료로 나가는 돈이 많고, 적은 금액들이 쌓이다 보니 큰 금액이 돼서 제 가격 주고 구독하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를 VPN 등을 활용해 우회 가입하는 행위는 이용 약관에 어긋나는 편법이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2021년 9월 14일부터 신규 가입자에 한해 1개월 또는 3개월 결제만 가능하도록 정책이 변경됐다. 기존에는 VPN을 통해 한 번만 국적을 설정하면 동일한 요금제가 쭉 유지됐지만, 정책 변경 이후 가입한 사람들은 1개월 또는 3개월마다 국적을 재설정해야 한다. 또한 VPN을 활용한 우회 결제가 적발될 경우, 유튜브 계정이 정지될 수도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우회해 가입한 이용자들은 편법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저렴한 가격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는 "10% 정도 가격 상승이라면 물가 인상이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40%가 넘는 인상은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43% 인상은 한국 소비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VPN과 같은) 편법 사용은 지양해야 하지만, 주요 유튜브 시청층인 젊은이들이 한국의 고물가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돈을 매달 내야 하는 상황이 부담될 수밖에 없어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요금 인상 여파로 성장세가 꺾이며 국내 플랫폼이 반등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경우,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부록이라는 지위와 함께 급격히 성장한 유튜브 뮤직의 기세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집계를 살펴보면, 지난 11월 유튜브 뮤직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16만 명을 기록하며 1위인 멜론(634만 명)을 턱 끝까지 따라붙었다. 지난 1일 기준, 유튜브 뮤직(236만 명)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멜론(231만 명)을 역전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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