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K하이닉스·가우스랩스·루나에너지 연쇄 방문
독일 찍고 다시 네덜란드로…尹 대통령 순방 동행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에 이어 미국, 유럽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광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고, 현장 경영을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차원이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근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지난 8~9일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투자사 3곳을 연쇄 방문했다.
구체적으로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 구성원들과 만나 "기존 사업 구조 외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HBM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인사·조직 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을 만들었다.
최태원 회장은 이어 9일 가우스랩스 사업장을 찾았다. 가우스랩스는 SK가 지난 2020년 설립한 첫 AI 연구개발 전문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수율을 개선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가우스랩스 구성원들에게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거대언어모델(LLM)도 접목하고, 향후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같은 날 루나에너지 사업장도 방문해 사업 현황과 시장 전망 등을 꼼꼼히 챙겼다. 루나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문기업으로, SK(SK㈜·SK이노베이션·SK E&S)가 미국 현지 1위 주거용 태양광 설치 기업 선런과 함께 공동 투자한 회사다. 이 회사는 주택 보유자가 청정에너지의 생산, 저장, 소비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용 ESS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최태원 회장은 루나에너지 구성원에게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 아프리카 등 진출을 미리 염두에 두고, 특히 전력 공급이 열악한 지역을 위한 오프그리드(off grid) 솔루션 제공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프그리드는 외부에서 전기, 가스 등을 제공받지 않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최종현학술원이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한 제4회 도쿄포럼,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과 비전을 강조했다. 이어 미국 계열·투자사를 잇달아 방문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은 연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미국 일정을 마친 최태원 회장은 독일을 방문해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회장을 만나 글로벌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만남에는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도 함께한다.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구성, 세계 45개국 약 12억 명을 포괄하는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네덜란드도 방문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를 찾는다. 최태원 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SK엔무브 유럽법인도 방문해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재계는 최태원 회장이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현장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3' 현장을 찾아 SK의 탄소중립(넷제로) 의지를 피력했다.
이처럼 최태원 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는 건 현재 그룹이 맞닥뜨린 경영 환경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한 대응력 강화 등 그룹의 주요 과제를 적극 챙겨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지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처음 언급한 '서든 데스'(돌연사) 화두를 재차 제시했고, 최근에는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미국 현장 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연말 글로벌 경영 행보는 2024년 새해에도 반도체, AI, 미래 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스토리'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rock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