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70대 고객에게 고위험 ELS 팔아…"적합성 원칙에 맞나"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수조 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판매사인 은행을 상대로 거센 비판에 나섰다.
이 원장은 29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일부 은행이 무지성으로 (ELS 관련) 소비자 피해예방 조치가 마련됐다고 운운하는 것은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F(펀드)·ELT(신탁) 중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8조4100억 원이다. 투자자들은 은행이 해당 상품의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합성 원칙의 취지는 금융기관이 소비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고위험 고난도 상품이 다른 데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한테 특정 시기에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그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해 한번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보장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 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ELS 상품 구조를 노령의 소비자나 금융 투자 경험이 없는 이에게 짧은 시간 내에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ELS를 일반 투자자에게 권유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H지수는 2016년 몇 개월 사이에 43% 넘게 폭락한 전례가 있는 기초 지수"라며 "그로 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창구에 노후 자금을 맡기러 온 투자자에게 투자를 권유한 건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년 이후에 검사하는 게 통상적으로는 맞으나 특정 은행의 판매 쏠림 현상이 지나쳐 사실관계를 빨리 점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금감원은 홍콩H지수 관련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현황 파악 중이다.
일부 은행에서 ELS 판매 한도를 지켰다는 주장에 대해 이 원장은 "증권사는 한도가 없다"며 "수십 개 증권사에서 판매된 걸 다 합쳐도 한 은행에서 판 것만 못 하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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