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산업부 비리 공무원, 이권 청탁 대가로 한화 합류 의심"
한화 "2019년엔 문제없었어…'비리 공무원' 결론 난 건 아니다"
[더팩트ㅣ장병문·이성락 기자] 국내 최대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인 '아마데우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편의를 봐줬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비리 공무원'으로 지목된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출신 A 씨가 현재 한화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 퇴직해 한화로 합류했는데, 현재 한화 측은 "A 씨를 '비리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더팩트> 취재 결과, 최근 공개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등장하는 A 씨는 현재 한화오션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A 씨는 한화에 합류하기 전 산업부에서 에너지 관련 경력을 쌓았고, 2019년 한화파워시스템에 입사하면서 '한화맨'이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A 씨의 비리는 민간 업체 태안안면클린에너지가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국내 최대 규모인 300㎿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8년 태안안면클린에너지는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태안군이 사업 부지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초지에 대해 전용을 반대하자, 태안군을 설득하는 대신 산업부의 유권해석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산업부 공무원 B 씨와 접촉했다. B 씨의 행시 동기가 바로 A 씨다.
태안안면클린에너지는 B 씨의 소개로 A 씨에게 접근한 뒤 초지 전용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A 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유권해석이 산업부 권한이 아님에도 농림부나 태안군 등에 문의하지 않고 임의로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고, 상급자인 국장 보고 역시 거치지 않고 초지 용도 변경을 위한 유권해석 공문을 내줬다. 산지관리법령 등을 근거로 '태양광 시설이 용지 전용이 가능한 중요 산업 시설에 해당한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A 씨와 B 씨의 산업부 퇴직이 이뤄진 시점은 해당 행위 발생 2개월 후쯤인 2019년 4월이다. A 씨는 같은 해 한화로 합류했고, B 씨는 2020년 태안안면클린에너지의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현재 한화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태안안면클린에너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화는 이 사업의 EPC(설계·조달·시공)를 맡고 있으며, 올해 말 준공 후 3년 동안 수익을 벌어들일 예정이다. 부지를 제공하는 두산에너빌리티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은 이 대목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리 공무원'으로 뒤늦게 적발된 인물들이 사업 추진 과정과 추후 상업 운전 등에서 직접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형국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향후 수익과 관련해 일정 부분이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보조금 형태라는 점이 논란을 더한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대규모 태양광 사업 인허가·계약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며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아마데우스 사업'의 중심에 서 있는 태안안면클린에너지로 재취업한 B 씨뿐만 아니라 A 씨 역시 이권 청탁의 대가로 한화에 합류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산업부 비리 공무원들이 공모해 업체 청탁을 들어주면서 현실화된 이 사업에 결과적으로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아마데우스 사업' EPC 참여의 경우 주도적인 형태가 아니라 두산 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EPC 사업 실적이 전무해 사업 경험이 풍부하고 신용도가 높은 한화솔루션이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라며 "사업자 선정 전후 관련 내용을 A 씨에게 문의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입찰 관련자 외 누구와도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A 씨 채용 당시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쇠 입장을 고수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감사 결과는 최근에 나왔다. 당시(A 씨가 한화로 합류할 때)에는 결과(비리 행위)를 알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않느냐"며 "A 씨에 대해 잘 모른다. 현 소속인 한화오션에 문의하라"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직 재직 중 사안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A 씨를 영입할 때는 분명히 문제가 없었다. 공무원이 기업체로 이동할 때는 늘 여러 부분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한화 측은 검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통해 A 씨의 과거 행위를 문제 삼았음에도 '아직 A 씨를 비리 공무원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때도 감사를 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다시 문제로 삼는 것"이라며 "A 씨는 2019년 당시 유권해석을 너무 크게 해준 것뿐이다. 법률에 따라 권한 범위 내에서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한화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 씨 채용 배경을 설명할 때는 산업부 재직 중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A 씨가 산업부 재직 중에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한화와 달리 관련 당사자들을 전부 조사한 뒤 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산업부 소속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A 씨가 비리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한화가 (감사 결과를 인정하는 않는 등) 구체적인 의견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 한 개인(A 씨)의 과거 행위를 기업 입장에서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부정행위 발생 후 곧바로 공무원들의 퇴사가 이뤄졌고, 공교롭게도 관련자들이 해당 사업을 이끄는 회사로 재취업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는 대외적으로 청렴한, 도덕적인 회사라고 외쳐왔다. 그만큼 충격을 주는 것 같다"며 "정관계 외부 인사의 영입이 대가성이 아닌 기업과 개인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조사를 통해 A 씨가 한화로 합류하는 과정에 대한 대가성 관계를 명확히 밝히진 못했다. 그러나 정황이 충분하다고 보고, 지난 6월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가성 관계를 입증하는 데 감사의 한계도 있었다"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화그룹도 "감사 결과가 나왔더라도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그렇기에 '비리 공무원'으로 결론이 난 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산업부는 A 씨의 부정행위를 포함한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산업부는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철저한 사업 관리와 감독을 통해 위법·부당·부적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별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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