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 물적 분할 1년, 경쟁력 확보·실적증대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한 대기업 계열사 대표이사가 공격적인 경영 행보로 회사 경쟁력·실적 개선 등의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물적 분할'(지주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는 비상장하는 방식)로 회사 중간지주사로 입지가 확고히 되면서 대표이사의 경영 전략이 더 탄력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혁신을 꾀하는 부분이 회사 내부 측면에서도 좋게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 중간지주사 이랜드리테일을 이끌고 있는 윤성대 대표이사 얘기다.
윤성대 대표이사는 1981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그룹 CHO실을 거쳐 이랜드파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2019년 이랜드파크 대표이사로, 2021년에는 이랜드건설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3월에는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윤 대표이사는 젊은 경영인으로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물러섬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를 증명해낸 것이 실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이랜드파크 최근 3개년 매출은 △756억 원(2020년) △873억 원(2021년) △1082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225억 원(2020년) △-18억 원(2021년) △17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사령탑에 오른 뒤 수익성 적자를 기록한 회사를 흑자로 돌려놨다.
이랜드리테일 수익성도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매출은 △1조6401억 원(2021년) △1조6161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289억 원(2021년) △669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대표이사 명함이 3개나 되는 이유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 이랜드리테일은 사업부문을 △리테일운영부문 △하이퍼마켓 부문 △글로벌패션부문 등 3개 부문으로 개편해 각 부문별 자율성을 부여했다.
윤 대표이사는 취임 당시 "유통산업의 구조가 변하고 시장의 순위가 급변하는 지금이 제2의 성장을 이뤄낼 적기"라며 "각 사업 부문이 시장과 고객에 맞춰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구조를 개편해 뉴 리테일 시대를 여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물적 분할' 효과 실적 증가 이어져
이랜드리테일은 하이퍼마켓 사업 부문은 '이랜드킴스클럽'으로, 패션브랜드 사업 부문은 '이랜드글로벌'로 각각 물적 분할 돼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이로써 △중간지주사 △식품 △패션 등으로 사업영역을 나눠 전문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했다.
물적 분할 이후 이랜드리테일 실적은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18일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이랜드리테일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외형매출은 2조7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70% 증가했다"며 "특히 혼재 돼 있는 사업 부문이 재편되고 경영 투명성과 재무건전성 확보, 의사 결정의 속도가 올라가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다"고 강조했다.
이어 "44개 유통점을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은 패션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F&B와 테넌트 카테고리로 쇼핑과 여가 공간을 제공하는 등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1등 아울렛'이라는 큰 그림을 바탕으로 팩토리 아울렛 모델도 선보였다"고 첨언했다.
실제 지난 9월 광명점을 팩토리형 아울렛인 뉴코아 팩토리 아울렛으로 새롭게 리뉴얼해 선보였다. 해당 매장은 직영 상설 할인 점포로 이랜드리테일의 판매 철학인 'Everyday low Price' 철학이 반영된 매장이다. 언제든 기존 아울렛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고물가에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패션브랜드도 선보였다. 지난 9월 NC백화점(송파점·야탑점·평촌점) 3곳에 'NC베이직 파일럿 매장'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파일럿 매장은 고물가 시대 고객의 의류 지출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랜드리테일은 패션부문에서 43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을 경쟁사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대량 생산하는 원단 공장을 직접 발굴해 원단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매입해 원가를 절감한 덕분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의 글로벌 원단 소싱 전문가가 국내를 비롯해 중국 상해, 광저우나 베트남,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원단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을 찾아 해외 유명 브랜드에도 납품하는 원단을 발굴해 낼 수 있었다"며 "원단을 매입한 후 이랜드가 그 동안 관리해온 국내·해외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한다"고 전했다.
NC베이직은 파일럿 매장 첫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스웨터와 청바지 등 의류 3만장이 판매됐다. 1차 발주한 물량은 완판을 기록했다. 또 일반매장 대비 평당 매출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패션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원하는 고객층을 공략한 상품으로 주목도를 높인 결과라는 평가다. 향후에는 온라인 부문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며 NC베이직 아동복까지 전개해 고객의 의류 지출 부담을 지속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 이랜드킴스클럽·이랜드글로벌…시장 확대 박차
이랜드킴스클럽은 '킴스클럽'과 'NC식품관'을 운영하면서 지분 투자를 완료한 오아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산지 신선식품 시장과 온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이랜드킴스클럽은 오아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비대면 새벽배송 서비스로 더 폭넓게 고객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다년간의 산지 개발로 확보한 고품질의 합리적인 신선 상품과 유명 맛집 콜라보 전문 브랜드 '오프라이스' 상품·직수입 공산 상품들을 오아시스마켓의 흑자 새벽배송 서비스로 제공한다.
윤 대표이사는 "킴스클럽의 산지 직거래 역량과 오아시스마켓의 유기농 신선상품 역량이 만나 신선식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사는 강점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고객 가치를 창조하고 고물가 시대에 고객의 합리적인 소비를 돕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랜드글로벌 역시 물적 분할을 계기로 최근 외부 온·오프라인 채널에 적극 브랜드를 진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랜드글로벌은 △밀리밤 △로엠걸즈 등 아동복 브랜드와 데이텀 등 영캐주얼 브랜드, 멜본 등 숙녀복, M.I SUIT 등 남성복 브랜드 등 총 3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밀리밤의 경우 지난달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차세대 모델 매장을 선보였다. 브랜드 '신디' 역시 지난 1일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신규 매장을 열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에 이어 올해 7번째 신규 매장이다. 내년까지 50개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이랜드글로벌 관계자는 "신디는 일상 애슬레저룩으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실제 월별 매출이 지난해 대비 평균 50% 성장했다"며 "매출 1위 매장인 NC강서점은 월매출이 지난해 대비 80% 증가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해 다른 유통사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확산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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