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렉라자', 셀트리온 '짐펜트라', 녹십자 'ALYGLO' 등 美 진출 임박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최근 종근당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총 1조7000억 원(13억500만 달러)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CKD-510)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다른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의 경우 한 번에 전체 금액을 받는 게 아니다. 통상 전체 계약 금액의 10% 미만을 계약금으로 받고, 90% 이상은 마일스톤 방식으로 지급받는다. 마일스톤은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돼 상품화까지 가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돈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종근당이 지난 6일 노바티스와 체결한 신약 후보물질 기술 이전 계약도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8000만 달러(약 1061억 원)를 수령한 뒤 나머지 금액은 기술 개발이 진전될 때 조건부로 받는다. 이 계약으로 내년 이후에도 CKD-510과 관련한 수익이 추가로 생길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유한양행은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내년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8년 유한양행은 폐암치료 신물질인 레이저티닙을 얀센에 1조40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이후 순조롭게 개발돼 국산 신약 31호가 된 이 제품은 국내에서 '렉라자'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얀센은 최근 렉라자와 자사 3세대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임상 3상을 완료했다. 이에 이르면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인플릭시맙의 SC(피하주사)제형 치료제인 '짐펜트라'를 미 FDA으로부터 신약으로 승인받았다. 유일한 SC 제형 치료제라는 차별성을 가졌고, 유럽 등에서 편의성과 유효성을 이미 검증받은 제품인 만큼 이 제품이 미국 시장에 출시되면 매출 증가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GC녹십자는 내년 초 면연글로불린 혈액제제인 'ALYGLO(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미 FDA 허가가 기대된다. 이 혈액제제는 지난 2021년 2월 미국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이듬해 2월 검토완료서한(Complete Response Letter, CRL)을 수령했다. CRL에 요청 사항에 따라 올 4월 현장 실사를 완료하고, 7월 FDA에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ALYGLO는 사람 혈장에서 특정 단백질을 분리·정제해 만든 고농도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무감마글로불린혈증, 길랑바레 증후군 등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GC녹십자 대표 혈액제제 중 하나다. GC녹십자는 내년 초 품목허가 승인을 받고,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Worldwide 2023'에서 미 FDA에서 승인받아 판매 중인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와 당뇨병 신약 '엔블로' 등을 앞세워 국내 1위 제약사이자, 국내 최초로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현지에서 대웅제약 측은 펙수클루와 엔블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수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수 상위 제약·바이오사가 신약 후보물질 및 신약 수출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는 것은 오랜 기간 R&D에 지속 투자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성과 사례가 쌓이기 시작한 기업은 더 활발한 R&D 투자를 이어가고, 이것이 다시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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