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최강 적재 공간·V2L로 아웃도어 활동성 극대화
주행질감 내연기관차 유사…'전기차 멀미' 없어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앞으로 KG 모빌리티는 '코리아 넘버 원 e-모빌리티 브랜드'를 목표로 차별화된 상품 개발은 물론 통합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삶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갈 것이다."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9월 KG 모빌리티 미래 발전 전략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포부다. 쌍용자동차가 아닌 KG 모빌리티 이름으로 첫선 보인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 EVX'는 곽 회장의 비전을 시행시킬 선봉장으로 시장에 나왔다.
내연기관 토레스의 상남자 스타일을 계승한 단단하고 남성적 디자인과 더불어 동급 경쟁차종과 비교해 가장 넓은 실내 공간으로 정통 SUV DNA를 훌륭히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기술을 접목한 LFP배터리로 주행거리와 안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음과 동시에, 주행 질감을 내연기관차와 유사하게 만들어 일부 전기차에서 나타나는 꿀렁임과 '전기차 멀미'를 최소화한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더팩트>는 지난 9일 인천 영종도에서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주차장까지 약 60㎞ 구간 시승하며 토레스 EVX의 매력을 확인해봤다.
토레스 EVX의 외관은 강렬함과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함꼐 느낄 수 있었다. 전면부의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DRL)은 '세로형 그릴'로 웅장함을 강조한 내연기관 토레스의 인상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세로가 아닌 가로 형태로 구성돼 깔끔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특히, 소소하게 운전자 마음을 사로잡는 상황에 따라 점등을 다르게 하는 '키네틱 라이팅 블록'도 미래 자동차 느낌을 강조했다. 스마트키로 조작할 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라이트가 점멸하는데, 마치 차가 직접 운전장게 인사해 주는 모습처럼 다가와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1열 운전석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에서 볼 수 있었던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을 연결한 대화면 파노라마 디스플레이가 배치됐다. 전기차의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실내를 더욱 넓게 느껴지도록 구성됐다.
다만 공조장치 조작도 내비 화면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는 점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마치 스마트폰을 조작하듯 손가락으로 드래그해서 온도를 조절하고 내비를 조작하는데, 운전 도중 추가로 하나의 동작을 추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거롭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연기관 토레스에서는 공조장치 조작을 하단부에 따로 7인치 콘트롤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분리시켰는데, 차라리 이렇게 구성하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부 재질은 가죽의 질감을 구현한 플라스틱으로 마감됐다. 눈으로 보기엔 고급스럽지만 막상 만져보면 플라스틱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 조금 아쉬웠다. 엠비언트 라이트는 좋게 표현해 은은하고, 나쁘게 표현해 너무 어두웠다. 주간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내부 공간은 중형 SUV 수준에 걸맞는 넓이를 제공했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 토레스 차체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적재공간이 경쟁사 동급 전기 SUV 대비 넓었다. 실제 토레스 EVX의 트렁크 공간은 839ℓ로, 아이오닉5(527ℓ), EV6(520ℓ)보다도 크다. 2열까지 모두 접을 경우 토레스 EVX의 적재공간은 1662ℓ까지 넓어진다.
여기에 전기차의 강점을 살린 V2L 기능도 제공해 아웃도어에서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최대 배터리의 20% 수준, 3.5kW의 소비전력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전기매트는 약 5일 연속, 55인치 OLED TV를 6.5일 연속으로 시청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다.
오토홀드가 제공되는데, 가속페달을 다소 깊게 밟아야 차가 출발했다. 내연기관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전기차 특성이 덜 반영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제 주행질감도 가솔린 차량과 유사했다. 회생제동은 강하지 않았고, 일반 전기차들과 달리 크게 속도가 줄지 않았다. 총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1단계에 놓고 타면 그냥 회생제동이 없는 것 같도록 느껴졌다.
특히, 기존 전기차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즉시 회생제동이 걸리는데, 토레스 EVX는 페달에 발을 떼고도 0.5초~1초 가까이 뒤에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급격하게 가속페달을 떼다가 차가 울렁이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 '전기차 멀미'를 예방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차선 변경 경고, 차선 유지 보조, 지능형 차량 속도 제어와 같은 주행 안전 보조 시스템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운전대에 손을 얹고만 있으면, 도시 고속화 도로나 고속도로에서는 사실상 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정통 SUV 형상을 그대로 가져와 차체가 높고, 운전석에서의 시야가 탁 트였다는 점도 편안한 주행을 도왔다.
토레스 EVX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탑재함에도 불구하고 완충시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433㎞에 달한다. 셀투팩(Cell To Pack) 공법을 적용해 단위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 가까이 높였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다.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200kW급 충전기를 활용해 고속충전도 지원된다. 200kW 충전기를 활용하면 20% 잔량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하는데 약 37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밀도가 높다보니 무게가 늘어날 것 같았는데, 토레스 EVX의 공차중량은 1940kg으로 경쟁 차종 전기차와 비슷하다.
전비는 어떨까. 서울에서도 교통체증이 심하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영등포로터리를 지나 올림픽대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복합 구간에서 전비는 6.7㎞/kWh를 기록했다. 이는 공인 전비 5.0㎞/kWh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다만, SUV 형상 때문에 공기저항계수가 높다는 점에서 전비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비슷한 환경에서 현대자동차의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는 기자가 직접 전비 8.6㎞/kWh까지 기록한 적이 있었다.
주행 도중 내비게이션이 먹통되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시승차에는 지원되지 않아 다소 난감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만, 시승차는 양산되기 전 시범 운영되는 차량이라 다소 오류가 있고 고객 인도 차량에는 업데이트를 통해 대부분 해결했다고 KG 모빌리티는 설명했다.
불편한 공조장치 조작, 다소 고급스러움이 떨어지는 내장과 같이 소소한 단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다. 토레스 EVX는 E5트림 4750만 원, E7은 4960만 원으로 책정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면 39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경쟁사 준중형 전동화 SUV가 한 체급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레스 EVX는 활용도와 가성비 측면에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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