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규모
로봇·자율주행 셔틀 등 첨단 기술 적극 활용
'각 춘천' 노하우로 글로벌 시장 겨냥
[더팩트|최문정 기자] 주변 말소리를 삼켜버릴 정도로 맹렬한 팬(fan)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서버실.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네이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한 데이터가 연산을 이어가는 이곳은 네이버의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다.
네이버가 2013년 '각 춘천'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의 준공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각 세종은 축구장 41개 규모에 최대 60만 유닛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규모(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다. 네이버는 앞으로 각 세종에서 AI, 클라우드,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ICT 기술 실증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지난 6일 각 세종을 처음으로 취재진들에게 공개했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앞으로 10년 그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네이버 뿐 아니라 모든 산업과 기술 혁신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 세종은 설계 단계부터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이날 돌아본 운영동과 서버동 바닥은 모두 약간의 광택이 도는 매끈한 소재로 마감돼 있었다. 바퀴가 달린 로봇이 움직이기 어려운 문턱 같은 구조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벽 사이사이에 놓인 로봇 충전소나 로봇의 동선을 알려주는 푸른 화살표,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임을 알리는 픽토그램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각 세종에서 활용되는 로봇은 수평으로 움직이는 '가로'와 수직으로 적재된 서버를 날라주는 '세로' 등 2종이다. 각각 2대씩 가동되고 있는 가로와 세로는 자산관리 자동화 업무를 맡아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세로가 IT창고에서 미리 명령된 대로 서버의 불출과 적재를 해 필요한 수량을 가로에 가져와 전달하면, 가로가 이를 다시 서버실과 로봇 창고 등을 오가며 필요한 곳에 옮겨주는 구조다. 충격에 민감한 서버를 다루다 보니 가로와 세로는 각각 mm 단위까지 인지할 수 있다. 가로의 경우, 적게는 80kg에서 최대 400kg까지 서버를 운반할 수 있다. 또한 '파워 어시스트 모드'를 지원해 사람이 쇼핑카트처럼 밀며 손쉽게 제어할 수도 있다. 가로와 세로 등 로봇을 활용할 경우, 서버 설치와 유지보수 작업 시간은 이전보다 최대 50%까지 단축된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가로와 세로는 별도의 카메라 등의 장비가 아니라, 이미 정밀하게 스캔된 전용 지도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는 네이버 제2사옥인 '1784'에 활용되는 '루키' 등의 로봇에도 적용된 기술"이라며 "다만, 사람과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푸른 불빛을 쏘거나, 화살표 등으로 로봇의 이동 경로를 표기해 뒀다"고 설명했다.각 세종의 모든 로봇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ARC와 ARM-시스템을 통해 공간과 서비스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이에 따라 로봇의 위치와 경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미리 이동과 업무를 계획해 데이터센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네이버의 자율주행 기술은 셔틀 '알트비(ALT-B)'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광활한 각 세종의 부지를 오가는 알트비는 네이버랩스의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돼 운전자 없이도 목적지를 오갈 수 있다. 알트비는 자율주행 레벨 4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이는 특정 환경에서 모든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며, 운전자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을 의미한다.
최수연 대표는 "각 세종은 더 많은 고사양의 서버를 관리해야 하고, 지금 가동을 시작한 공간에서 최대 6배 더 확장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로봇과 자율주행을 활용한 운영 효율화 역시 미래의 10년을 먼저 생각하고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2사옥 1784가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 오피스 공간이라면, 각 세종은 미래 산업 현장의 새로운 참고지표(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각 세종은 네이버가 2013년부터 '각 춘천'을 운영하며 쌓아 올린 노하우가 곳곳에 녹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에 붙은 '각'은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각에서 따온 말로, 각종 데이터를 훼손없이, 안전히 보관하겠다는 네이버의 의지를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조시스템 '나무(NAMU, NAVER Air Membrane Unit)'다. 나무는 데이터센터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인위적인 에너지 활용을 최소화하고, 직·간접 외기를 적극 활용하는 공조설비다. 또한 서버실을 식히고 배출되는 열기도 건물 내 온수, 바닥난방, 관내 도로의 스노우 멜팅 시스템 등에 고루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각 춘천에 처음으로 도입된 나무는 개선을 거쳐 각 세종의 기후적 특징에 맞게 적용됐다. 실제로 지난 6일 각 세종의 서버실 방문 당시 별도의 냉방장비 없이도 시원한 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실내 온도 역시 적정 수준인 21.6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각 춘천을 운영하며 확보한 무중단·무재해·무사고 노하우 역시 적용됐다. 각 세종은 지진·정전·화재 등의 재난과 재해가 발생해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대비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건물 내 내진 설계는 원자력발전소에 적용되는 수준인 규모 7.0, 진도 9.0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이뤄졌다. 2km 부근의 세종변전소에서 받아오는 전기도 이원화돼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없이 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 무정전 전원장치(UPS)와 디젤 발전기 등의 장비도 갖췄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최대 72시간까지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 통신과 데이터, 작업자 도구 역시 다원화해 비상상황에 대비했다.
네이버는 각 세종을 베이스캠프로 삼아 다양한 AI, 클라우드, 로봇 등 다양한 기술 실험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또한 각 세종의 시설을 활용해 최근 각국의 관심사로 떠오른 자체 초대규모AI 구축이나 대규모 언어모델(LLM) 구축 등의 수요에 대응하는 등 해외 사업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최근 소버린AI, 소버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국가와 산업의 고객들을 만난다"며 "이들은 네이버의 AI 기술력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안정적인 운영 역량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세종은 다양한 산업으로 뻗어 나가는 AI· 클라우드 비즈니스의 전초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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