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종가 47만1000원…물적분할 이후 하락
"3대 신성장동력 박차…주주가치 증대 노력"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을 꼽자면 단연 2차전지 소재기업 에코프로를 꼽을 수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7월 18일 주가 100만 원을 돌파하며 코스닥 시장에서 16년 만에 황제주에 등극했다. 에코프로는 핸디소프트, 리타워텍, 신안화섬, 동일철강에 이어 코스닥 시장에서 황제주에 몸을 담은 5번째 종목이 됐다. 2007년 동일철강이 코스닥 황제주 4번 주자로 올라섰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16년 만이다.
에코프로가 황제주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에코프로가 생산하는 양극재가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고조됐고, 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이차전지 열풍이 이어졌다. 올해 1월 10만 원대였던 에코프로는 상반기 내내 오름세를 연출하며 "자고 일어나면 앞자리가 바뀌어 있다"는 평가까지 자아냈다. 결국 지난 7월 18일 에코프로는 황제주 자리에 안착했다. 111만 8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종가 기준 100만 원을 넘어섰다. 같은 달 26일에는 153만9000원을 호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지금은 60만 원대로 오름 폭을 크게 줄였으나 에코프로가 황제주로 어깨를 들썩일 당시 2차전지 관련주로 엮인 종목들은 일제히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케미칼 △POSCO홀딩스 △나노신소재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천보 등이 대표적으로 회자됐던 종목이다. 이 가운데 LG화학이 과거 황제주 타이틀을 거머쥔 적이 있던 터라 기대감을 더욱 자아냈다. <격동의 황제주>는 LG화학으로 시리즈의 포문을 연다.
◆ '반짝' 황제주 LG화학, 40만 원대 횡보
LG화학은 약 3년 전인 지난 2021년 1월 황제주에 이름을 올렸던 종목이다. LG화학은 당해 1월 8일 장중 101만 6000원까지 오르며 최초로 100만 원대에 진입했고, 이어 같은 달 13일 100만 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본격적인 '100만 화학'시대를 열었다. 당시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100만 원 이상인 종목은 LG생활건강(159만 8000원)이 유일했기 때문에 LG화학은 LG생활건강과 함께 'LG천하'를 영위하는 듯했다. LG화학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시가총액이 22조 원 수준이었던 기업이었으나 당시 70조 원을 웃도는 덩치를 자랑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석유화학과 2차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LG화학의 외형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증권가의 LG화학에 대한 목표주가 상향조정도 잇달았다. 이베스트증권의 경우 LG화학의 목표주가로 131만 원을 제시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증권 125만 원 △대신증권 120만 원 △SK증권 110만 원 등 여타 증권사들의 LG화학에 대한 목표치도 높았다.
하지만 LG화학의 호시절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당시 테슬라 열풍에 더해 '알짜'로 꼽혔던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한 것까지는 호재로 작용했으나, 이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이후 재상장 결정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급등세를 틈타 수익 실현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도 내림세를 부추겼다. 종가 기준 100만 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 5일이 마지막이었으며, 장중 100만 원선을 터치한 것도 2월 15일 지나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로 LG화학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출렁였고, 올해 10월 중순 40만 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달 3일 LG화학의 종가는 47만1000원이다.
◆ 3분기 아쉬운 실적…증권가 목표주가 하향조정 잇달아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역시 실적이다. LG화학은 현재 아쉬운 실적을 거두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8604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10월 30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 줄어든 13조4948억 원, 순이익은 18.0% 감소한 5850억 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을 제외한 LG화학의 3분기 직접 사업 실적은 매출 6조 2777억 원, 영업이익 1161억 원 규모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석유화학부문은 매출 4조4111억 원, 영업이익 366억 원을 기록했다. 첨단소재부문은 매출 1조7142억 원, 영업이익 1293억원 을 나타냈다. 생명과학부문은 매출 2914억 원, 영업이익 152억 원, 에너지솔루션은 매출 8조2235억 원, 영업이익 7312억 원의 실적을 보였다. 팜한농은 매출 1201억 원, 영업손실 150억 원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전후로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목표주가를 연거푸 낮춰 잡았다. 증권사별 조정된 목표주가는 △하나증권 65만 원→59만 원 △대신증권 88만 원→70만 원 △신한금융투자 80만 원→70만 원 △삼성증권 75만 원→70만 원 △DB금융투자 95만 원→67만 원 △유진투자증권 75만 원→67만 원 △미래에셋증권 80만 원→62만 원 △NH투자증권 68만 원→61만 원 △하이투자증권 93만 원→66만 원 등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전기차 수요 둔화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미국 시장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 전략은 긍정적이나 단기적으로 업황 둔화 국면에서 투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7020억 원으로 시장 전망치 평균인 8910억 원을 밑돌 것"이라며 "이는 예상보다 부진할 LG에너지솔루션 실적과 이에 따른 LG화학의 양극재 출하량 추가 감소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본사 설비투자 규모 4조 원(배터리 제외)과 배당액 8000억 원 등에 비해 영업활동 현금창출 규모는 2조3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고 2조~3조 원 정도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LG화학 재무 부담은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판가 및 유럽향 출하량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기에 4분기 실적 하락을 주도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LG화학 "3대 신성장동력 확장 목표…주주가치 제고 힘쓸 것"
LG화학은 전지 소재·친환경 소재·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실제 LG화학은 올해 5월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의 매출 목표치를 높여 잡은 상태다. 전지 소재 매출 목표의 경우 종전 2030년 21조 원이었으나 30조 원이 됐다. 목표가 계획대로 실현되면 3대 신성장동력의 매출 비중은 2022년 21%(6조6000억 원)에서 2030년 57%(40조 원)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이 추구하는 성장 전략은 글로벌 산업 대전환기를 기회 삼아 R&D, 전략적 투자는 물론 M&A까지 포함한 내ㆍ외부의 모든 성장 기회를 모색하여 블루오션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라며 "2030년까지 친환경 비즈니스·전지 소재·신약 중심 글로벌 과학 기업으로 비즈니스의 핵심 축을 전환하고 어떤 경영환경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키워 나가며 주주가치 극대화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관계자는 "당사는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주요관심사항, 경영현황 및 전망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 연간 약 600회 가량의 미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분기별 정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주주 및 미디어 등에 적극적으로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동시에 투자자들과 회사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정보 교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주주가치를 증대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분기 실적 발표 후 LG화학은 정기적으로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을 먼저 방문해 기업가치제고를 위한 능동적인 정보교류와 신뢰관계를 구축해왔으며, 'C-Level' 주관의 'Investor Day' 개최를 통해서도 LG화학의 중장기 성장 동력에 대한 주주 소통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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