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사업부 매각 안건 이사회서 통과…EU 집행위 기업결합 승인 전망
기업결합 완료시 세계 7위 수준 초대형 항공사 탄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가장 큰 선행 조건이었던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이 최종 통과되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심사 통과가 유력해졌다.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세계 7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은 2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체결한 신주인수계약 관련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을 위해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의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하여 해당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하고 화물 부문의 경쟁제한(독점) 우려가 있다며 시정안을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을 매각하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시정안 제출을 동의할지에 대해 논의했으나,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을 짓지 못하고, 이날 다시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최종 승인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금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대한민국 항공산업 경쟁력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슬롯을 일부 반납하고 화물 사업부를 매각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공중분해'하는 것이라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의견과, 이를 감안해도 경쟁력 제고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맞섰다.
양사 합병이 성공할 경우 슬롯 반납과 화물 부문 매각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의 반열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를 살펴보면 여객·화물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현재 국내 대형항공사(FSC) 기준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항공은 29위 수준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두 회사 합병시 세계 7위 수준의 규모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도 코로나 시절인 지난 2020년 매출 비중이 70%에 육박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25.7%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화물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로의 매각이 유력해, 한국 항공업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악화된 재무 여건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자금 수혈이 절실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는 현재 12조 원으로, 부채비율만 1741%에 육박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9600억 원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보유 현금은 지난 7월 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각각 약 5000억 원, 2000억 원씩 상환한 뒤 3000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특별 약정 지원인 1조8000억 원 등의 대출 만기가 다가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병이 불발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나타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 제출 이후 △계약금 및 중도금의 인출과 사용 △인수계약금 3000억 원 중 1500억 원의 이행보증금 전환 △인수 불확실성 해소 위한 협력 강화 △양사 상설협의체 구성 및 거래종결 위한 협의 강화 △EU 집행위 조건부 승인 직후 신주인수거래기한을 2024년 12월 20일까지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환경 복원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으나 EU 집행위에서 모두 불수용했으며, 협의한 결과 본건 거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화물사업 매각'을 시정조치안으로 제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면서 "시정조치안 제출을 완료하고 내년 1월 말까지 EU 심사 승인을 받고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과도 내년 초까지 심사 종결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에 제출하는 시정조치안에는 한국에서 출발해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선에 대해 국내 타 항공사로의 진입을 지원(슬롯 반납)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부 내용은 비밀유지 의무조항으로 인해 공개하지 않았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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