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난 이주연, "일신상 이유"
지난 19일 도세호, 대표이사 선임 등기 절차 마쳐
[더팩트|이중삼 기자]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로 도세호 경영총괄임원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주연 전 대표이사가 일신상 이유로 취임 약 8개월(지난 2월 대표이사 선임) 만에 돌연 사의를 표명한 후 이달 19일부로 사표 수리가 됐다. 이 자리에 도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도 부사장은 2021년~2023년 2월까지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로 활동했었는데 다시 회사의 꼭대기에 앉았다. 일각에서는 악화된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과거 경영능력을 보여준 도 부사장을 다시 사령탑에 앉힌 것이라고 보고 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비알코리아는 지난 19일 도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관련 등기 절차를 마쳤다. 지난달 초 돌연 사의를 표명한 이주연 전 대표이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겠다고 밝히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선임된 지 약 8개월 만에 회사를 떠난 이유를 두고는 조직 적응에 어려움, 도 부사장의 회사 복귀(지난 8월)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정확한 사유는 밝혀진 것이 없다.
SPC 관계자는 이날 "(이주연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도세호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이 맞다"며 "이 전 대표이사가 사임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1975년생인 이 전 대표이사는 SPC 첫 여성 대표이사로 주목 받았다.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스쿨에서 MBA(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현대카드에서 디지털본부와 전략기획본부를 총괄하며 디지털 혁신과 핀테크 신사업 등을 주도했다. 또 SCK컴퍼니 전략기획본부장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스타벅스 간편 주문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 등의 사업을 고도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SPC 관계자는 "이 신임 대표이사는 비알코리아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가속화 하고 젊은 감각과 섬세한 리더십으로 MZ세대(밀레니엄+Z) 직원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조직의 변화와 브랜드의 혁신을 이끌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이사가 자리를 내려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직 장악력'을 들었다. 리더로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학과 교수는 "(이 전 대표이사)는 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파괴적 혁신을 일궈온 인물이다"며 "그러나 비알코리아는 결이 다르다. 현대카드와 스타벅스 등에서는 창조적, 파괴적 혁신(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 가능했을 텐데 비알코리아는 존속적 혁신(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해 더 나은 성능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높은 가격에 제공하는 전략)을 지향하는 기업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이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저항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 분야 자체가 다르고 분위기도 달라 리더십 발휘가 어려웠을 수도 있다"며 "기존 멤버인 도세호 경영총괄임원이 다시 대표이사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첨언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 전 대표이사가 SPC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놨다.
수장에 오른 도 부사장은 1958년생으로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SPC샤니 공장장을 거쳐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비알코리아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도 부사장이 다시 돌아온 이유는 실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2022년 수익성이 2021년 대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비알코리아 매출은 △6246억 원(2019년) △6523억 원(2020년) △7507억 원(2021년) △7916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582억 원(2019년) △648억 원(2020년) △792억 원(2021년) △338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대표이사에 오른 첫 해 도 부사장은 비알코리아 실적을 역대 최대로 이끌어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하락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 부사장이 대표이사 시절 최대 실적을 달성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실적과 무관하게 사령탑에 오르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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