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기자협회, 'HMM 매각 최선의 민영화 해법' 토론회 개최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보유한 HMM 주식(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 3억9879만156주, 지분율 38.9%)을 일괄 매각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영구전환사채(이하 영구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독일 하팍로이드 방식으로 민영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용백 전 HMM 대외협력실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한국해양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HMM 매각 어떻게 해야 하나, 최선의 민영화 해법은?' 토론회에서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 아닌가. 영구채를 소각할 것인지, 아니면 상환할 것인지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HMM 매각이라는 흥행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HMM이 발행한 영구채 중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규모는 총 1조 원(2억 주)으로, 오는 25일 이전까지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3억3600만주의 영구채가 잠재 주식 전환 물량으로 남아 있다.
영구채를 소각할 것인지, 아니면 상환할 것인지 등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유일한 국적선사인 HMM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이 인수 후보자로 들어올 수 있을텐데, 영구채 불확실성이 커 관련 사업을 하는 상위 대기업들이 이번 매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전 실장은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진짜 메인 플레이어들이 (매각) 판에 들어올 수 있을텐데, 그런 것들이 명확하지 않으니 흔히 거론되는 현대글로비스, 포스코, 롯데, CJ 등 HMM을 인수해서 경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기호 HMM 육상노조위원장도 불확실성 제거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위원장은 "입찰 공고에 매각할 최종 물량이 변동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런 매각은 드문데, 매도인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 절차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기재돼 있다"며 "그 결과 (예비 입찰 후보자로 선정된) 동원, 하림, LX가 (HMM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니라, 왜 그들만 입찰했을까에 대한 답이자 매각의 한계"라고 말했다.
실제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에 지난 7월 20일 올라온 HMM 주식 매각 공고를 보면 "이달 중으로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인 2억 주를 포함해 총 3억9879만156주를 하나의 입찰대상에게 일괄 매각한다"라면서도 "대상주식의 수량은 최종입찰 시점에 변경될 수 있으며, 매도인의 사정에 따라 매각 절차가 취소 또는 변경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줘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유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되어야 하고, 영구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부가 내는 게) 이번 매각의 핵심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저는 이번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유찰 후에 어떤 대기업이 마지못해 참여해서 인수 협상을 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 영구채는 정상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사려는 이가 없어 편법으로 주식 전환 옵션을 행사하게 해 이 자체가 해당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고, 이건 인수하려는 기업이 안고 가야 할 문제라는 게 구 교수의 주장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권 국장은 "아름다운 매각이 이뤄지기 위해선 일단 제대로 몸값을 받아야 한다. 또 인수하는 회사가 HMM의 경쟁력 강화와 업황이 나빠질 때를 대비할 체력도 있어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인수에 참여한 그룹이 향후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해운업황에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예비 입찰자로 나선 3개사보다 더 자본력이 풍부하고, 해운업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도 "HMM이 제대로 된 기업 운영 능력이 있는 기업에 매각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바쁠수록 돌아가자. 제대로 (인수 후보 기업을) 찾아보자"고 제언했다.
HMM이 보유한 10조 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 활용에 대해 매각 측에서 조건을 달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김종현 전 한진해운컨테이너선 운영본부장은 "누가 인수하더라도 HMM이 보유한 자금을 손대지 않고 HMM을 위해서만 쓰겠다. 항만, 터미널, 물류시절, 복합 물류시설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 HMM이 가진 현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확답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 교수도 "인수 기업이 10조 이상 인프라 투자를 하도록 엄격히 하고, 인수금액에서만 처분가능하게 옵션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정부 측이 일부 영구채를 보유하는 게 좋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교수는 "하팍로이드의 방식을 우리도 좀 적용할 수 없겠는가. 하팍로이드는 2대 주주가 함부르크시다. 함부르크시는 20~50%의 지분을 보유하는데, 하팍 경기가 안 좋으면 시에서 지분을 늘리고, 경기가 좋아지면 팔아서 지금은 20%정도 갖고 있다. 산업은행이 빠진다면 부산항만공사나 인천항만공사가 산업은행의 지분을 일정 부분 인수하게 하고, 외국 선사도 협력하겠다면 들어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구 교수도 "우리나라도 HMM을 만약 특정 기업이 인수한다면 최소한 산업은행은 영구채를 계속 유지하면서 우호 혹은 견제 지분으로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의 HMM 매각은 예비입찰절차 및 최종입찰절차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해당 기업과 매각 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재 인수 후보는 하림,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세 곳으로 좁혀진 상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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