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격대 'EV 라인업·충전소 인프라' 확대 추진
테슬라도 가격 인하 정책 시행 중…'충전 시간' 언급 없어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기아가 EV(전기자동차) 대중화를 선도할 복안을 공개했다.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준중형급 전기차를 출시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EV 라인업을 넓히고, 충전소 인프라도 확충해 EV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아가 밝힌 청사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아는 지난 12일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개최한 '2023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EV3'(내년 상반기 출시), 'EV4'(내년 말 출시), 'EV5'(내후년 상반기 출시)를 3만5000달러(약 4720만 원)~5만 달러(약 6745만 원) 가격대로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아 EV차는 차명 끝자리 숫자가 낮을수록 가격대가 낮다.
이와 함께 기아는 충전 환경이 전기차 구매에 대한 장벽이 되지 않도록 국내외 충전 인프라 확대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대중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핵심 요소를 이 두 가지로 판단하고, 이 부분을 개선해 고객을 넓히겠다는 게 기아 경영진의 계획이다.
기아 경영진은 EV 데이 행사와 맞물려 진행된 '전 세계 대리점 대회'(10~13일 진행)에서 전 세계 140개국 권역본부, 각국 법인, 대리점 사장단 등에 이같은 EV 대중화 가속화 전략을 공유하면서 2030년 글로벌 430만 대, 전기차 160만 대 판매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아의 구상은 미국 테슬라사 이미 취하고 있는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현재 판매 중인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은 중국 CATL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넣어 가격을 대폭 낮춘 5699만 원(보조금 포함 시 4300만~5000만 원 안팎 구입 가능)에 판매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다. 지난 6일 미국에선 또다시 가격 인하를 단행해 모델 3는 3만8990달러(약 5260만 원), 모델Y는 5만2490달러(약 708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9월 테슬라가 국내에서 판 전기차는 총 9047대로 벤츠(6244대)와 BMW(5490대)를 제치고 전체 수입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아가 지난 5월 야심 차게 선보인 EV9은 6월 665대, 7월 1682대, 8월 551대, 9월 787대로 누적 판매량이 3685대에 그쳤다.
EV9 판매 저조와 관련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12일 EV 데이 행사 질의응답에서 "전기차 시장이 국내에서는 정체되고 있지만, 해외는 올해도 35% 성장하고 있다. 즉, 국내의 정체 상황이 글로벌 트렌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는 8000만 원 이상의 시장이 월평균 외산 1만1000대, 국내 2000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 EV9 출시 시 외산의 젊은 수요층을 가져오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 미흡하지만 그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을 살펴봐도 기아는 경쟁사에 비해 성장세가 더디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전 세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의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한 870만3000대다. 각사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87.4%가 급증한 중국 BYD(183만9000대, 점유율 21.1%)가 1위, 62.5%가 증가한 테슬라(117만9000대, 점유율 13.5%)가 2위를 차지했다.
현대·기아차는 11.7% 판매량이 증가한 37만4000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점유율이 4.3%에 그쳤다. 이는 전년(5.4%) 대비 1.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기아의 또다른 전기차 대중화 전략 포인트인 충전소 인프라 확대는 전기차를 판매하는 모든 업체가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는 분야이며, 그 수혜도 모든 전기차 업체가 받는다.
전기차 대중화는 '배터리 충전 시간 단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은 '급속 충전'과 '완속 충전'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급속 충전기는 시간당 50kW 이상 충전이 가능하지만, 충전 비용이 다소 높고, 배터리에 무리가 간다는 단점이 있다. 완속 충전을 하면 통상 5~12시간 이상 걸려 충전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의 대중화는 가격, 인프라뿐 아니라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도 중요한 걸림돌"이라며 "배터리나 충전 기술 발전으로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중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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