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특권 카르텔 혁파해야" 금융당국 향해 연일 쓴소리 자처
톱스타급 팬덤 문화 형성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좀 먹는 '여의도 특권 카르텔' 혁파에 앞장서겠습니다."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는 명절 연휴 하루 전날인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금감원) 앞에서 열린 '금감원 규탄 및 박순혁 작가 지지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인 '박지모(박순혁을 지지하는 모임)와 금융선진화' 카페 회원들은 박 작가의 말 마디가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복창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박순혁'을 연호했다.
박순혁 작가는 2차전지 소재업체인 금양에서 기업설명회(IR) 홍보이사로 일했다. 당시 '개미들의 주식 멘토'로 주목받으며 2차전지 테마주의 폭등세를 이끌더니, 이젠 금감원,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에 연이은 쓴소리를 퍼붓는 '민족 투사'를 자처하고 있다. '개미 선봉장'에서 '증권가 다윗'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달아 금융당국에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역시 증권가 일번지인 여의도 출신이다. 과거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로 30여 년간 증권가에 몸을 담은 기업분석가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증권가에서 '주식 전문가' 수식어가 따라오거나 이를 자처하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올해 단연 화젯거리인 인물이기도 하다.
박순혁 작가의 유명세는 올해 2월 그가 출간한 저서 'K배터리 레볼루션'으로 시작됐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SK이노베이션, POSCO홀딩스, 포스코케미칼 등 배터리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출간 뒤에도 여러 유튜브나 경제 방송에 출연해 2차전지 소재 종목을 사 모아야 한다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배터리 아저씨'도 이때 얻은 별명이다.
7월 말 에코프로가 기어이 '황제주'에 등극하자 그의 인지도는 주가만큼 폭등했다. 올해 4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증권 계좌를 당당히 꺼내 보인 박 작가는 이름을 떨친 후에도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면서 '계좌 인증 카드'를 꺼내 들고 자신의 논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박순혁 작가의 언행에 공감한 지지자들은 열렬한 박수를, 박 작가가 추천한 2차전지주를 매수했다가 수익을 낸 개인투자자들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2차전지 상승론에 회의적 태도를 보인 증권가도 그를 투자설명회 연사로 초청하는 등 인기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주식계 임영웅'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강력한 팬덤 문화마저 형성됐다.
그런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엔 K배터리에 대한 찬론이 아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섞인 '여의도 특권 카르텔 혁파'를 외친다. 박순혁 작가가 과거 "우리나라 증권사나 연구원들은 한국의 배터리 산업의 우수성을 무시해 왔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금융 사업부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며 개인 투자자들이 여의도 증권가의 거짓 정보에 선동되면 안 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왔으나, 금감원이나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을 '오만방자한 종놈'이라고 표현하면서 쓴소리를 자처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다시 박순혁 작가의 행보를 주시한 까닭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박 작가가 금양 IR(기업설명회) 담당 홍보이사로 일하면서 2차전지주 매수를 추천할 때 투자일임사 넥스테라투자일임의 상근 투자운용본부장으로 근무한 것과 관련해 '겸직 금지 의무 위반', '부정거래' 등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에 박순혁 작가는 자신이 불법적 권력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박 작가를 주시하면서 금양과 IR 대행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됐고 30억 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것은 물론, 상근직이던 투자일임사 일자리도 잃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순혁 작가는 아직까지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여의도행 버스에 몸을 실어 '박순혁 살리기'를 자처한 지지자들의 성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당분간 박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에 증권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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