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더 빨라질 듯…윤리위 구성·조직 개편 등 과제 산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은 지난달 22일 취임 후 한 달간 '새 출발 알리기'에 집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강행군을 펼치며 대내외적으로 "한경협 출범 이후에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공표했다. 류진 회장의 움직임은 당분간 분주할 전망이다. 윤리위원회(윤리위) 구성, 조직 개편 등 주어진 과제가 산적해 있다. 류진 회장은 "앞으로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류진 회장은 이날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는 지난달 7일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뒤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현 FKI타워)에서 열린 임시총회를 통해 정식 취임했다. 당시 전경련은 류진 회장 선임안과 함께 한경협으로의 명칭 변경안도 처리했다.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의 이름으로, 한경협은 1968년 명칭을 바꿔 최근까지 전경련으로 불렸다. 다시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명칭을 변경한 건 류진 회장 체제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는 평가다. 류진 회장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끌어냈다.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핵심 축으로 지목받아 홍역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4대 그룹이 탈퇴,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류진 회장은 4대 그룹 복귀에 대해 "정경유착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저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4대 그룹이 돌아오지 않았는가 싶다"며 "과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정경유착 방지 장치를 만들고, (4대 그룹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경협 출범 작업도 마무리했다. 단체는 산업부 승인을 거쳐 지난 18일 공식 출범했고, 19일 류진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한경협 임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표지석 제막식도 가졌다. 공석이었던 상근부회장 자리도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채웠다. 류진 회장은 제막식에서 "55년 만에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꾼 건 진정한 변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싱크탱크로 나아가는 길에 임직원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진 회장은 한경협의 쇄신 작업과 관련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류진 회장은 취임 이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등 강행군을 펼치며 새 출발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첫 일정으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단체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폴란드 크리니차 포럼에 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등 글로벌 행보에도 시동을 걸었다. 한경협 출범 후에는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국가 경제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한경협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향후 류진 회장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명함을 내미는 수준이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재계 의견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윤리위 구성이 꼽힌다. 윤리위는 정경유착 등 전경련 시절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외압 차단의 핵심 장치다. 스스로 "한경협은 옐로카드를 한 번 받은 상태"라고 진단한 류진 회장은 윤리위 구성에 상당한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 회장은 "그 누가 보더라도 윤리위는 진짜 잘 됐구나 (생각이 들도록) 구성하려고 한다"며 "발표 후 (위원 명단을 보면) 아마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쇄신안 중 하나인 신규 회원 모집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대표 싱크탱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기업으로 외연을 확장할 필요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한경협은 최근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 IT·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4대 그룹의 경우에는 회비 납부나 회장단 가입 등 아직 실질적 참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이를 설득하는 것도 류진 회장의 몫이다. 4대 그룹은 본격적인 활동에 대해 '쇄신 과정을 지켜본 뒤'라는 전제를 달며 한경협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부흥을 위한 내부 조직 정비도 끝내야 한다. 다만 조직 개편과 인사 확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창범 부회장은 표지석 제막식 현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직원 의견을 경청하고, 외부 자문을 얻을 것"이라며 "진정한 변화를 앞둔 한경협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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