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관광적자, 48억 달러로 5년 만에 최대
정부, 추석연휴 국내여행 지원…외국인 관광객 유치 물길
[더팩트|우지수 기자] 올해 해외여행 증가세에 비해 국내여행은 잠잠하다.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연휴 기간 국내여행을 독려하는 할인 정책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이 갈 만한 관광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지역 관광지 활성화가 필요하단 분석이다. 그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정부의 국내여행 장려 대책이 이번엔 통할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더팩트> 취재 종합하면 올해 해외여행에 관광 소비가 쏠리면서 국내 여행지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국내 관광 시장이 약화하면서 외국인 방문도 생각만큼 늘지 않아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2018년 이후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 추석 황금연휴 프로모션으로 국내 여행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정부 차원의 관광 지원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출국자는 993만 명, 한국을 찾은 해외 관광객은 443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국제수지 개선과 내수 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 70억 달러(약 9조2715억 원) 적자 이후 올 상반기 관광수지는 46억 달러(약 6조927억 원) 적자로 최대치를 보였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올해 정부 목표치도 상반기 수준으로는 달성하지 못한다.
국내 관광업계는 올해 두 번째 성수기,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 지역 관광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는다.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관광지는 물론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인이 국내 관광지를 먼저 방문하게 해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길을 뚫겠단 전략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추석맞이 2023 대한민국 숙박세일 페스타'를 함께 예고했다. 추석을 포함한 하반기에 국내 숙박비를 3만원 할인해주는 쿠폰을 60만 장 배포한다. 추가로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공기관 주차장 이용요금도 면제한다. 여행업계는 홈페이지마다 국내 주요 관광 상품을 선보이면서 패키지 여행을 선호하는 기성세대 고객을 붙잡기로 했다.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숙박·관광 플랫폼도 국내 숙박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내수 활성화를 돕고 있다.
이전 국내여행 장려 대책도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선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국내 여행객 보단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더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경쟁력과 신뢰를 잃은 국내 여행지도 비용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3월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대 600억 원의 국내 관광 지원금을 투입하겠다"며 "1인당 숙박비 3만 원씩 총 100만 명, 유원지 입장료 1만 원씩 총 18만 명, 휴가비 10만 원씩 최대 19만 명 등 총 153만 명에게 필수 여행비용 할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 6월엔 KTX 할인을 지원하는 '여행가는 달' 행사도 열었지만 국내여행 활성화엔 큰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부터 5.0% △5월 13.1% △6월 14.5% △7월 14.3% △8월 14.5%씩 꾸준히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대비 1.1%p(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콘도 이용료와 호텔 숙박료는 전년 대비 각각 8.5%, 6.9%만큼 올랐다. 이외에도 △택시비 19.1% △시외버스 요금 10.2% △시내버스 요금 8.1% 등 교통비도 올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거치며 지역시장 바가지 논란 등 국내 여행지의 가격 경쟁력, 신뢰가 약해졌기 때문에 여전히 '같은 값이면 해외여행'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숙박세일 페스타 행사도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숙박쿠폰 발급이 추석 전날 9월 27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은 이미 만실일 가능성이 높다.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3만 원 쿠폰이 전국민에게 발급되다 보니 숙박업주가 추석 연휴동안 3만 원씩 숙박비를 올릴 수도 있다"며 "가격 정책은 업주 자율이니 통제할 수도 없고 정부 쿠폰이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국민이 아닌 해외 여행객에게도 관광비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팬데믹이 끝나면서 그간 못 갔던 해외여행에 관심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막을 수도 없다. 국내여행을 하는 국내 관광객이 아닌 외국인 관광객에게 집중해야 한다"며 "숙박비 지원을 외국인에게 해 줄 수도 있다. 한 번이라도 관광지에서 관광객이 좋은 경험을 한다면 SNS로 경험을 공유하는 시대다. 관광지 상향평준화는 이미 돼있으니 고객부터 들이는 시도도 해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보통 관광지에 국내 관광객이 70%, 해외 관광객이 30%를 이상적인 비율로 본다. 지역 관광을 생각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좋은 관광지를 싼 가격에 갈 수 있게 해준다면 충분히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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