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30일 임시 주총서 선임…기업가치 제고 약속
직원 챙기며 내부 결속 다지고·GMSA 이사회 등 외부 활동 데뷔전
[더팩트｜최문정 기자] 지난 3월 이후 경영 공백을 겪어온 KT가 김영섭 대표를 선임했다. KT는 김영섭호 출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임직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주문하는 한편,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시행을 예고했다.
KT는 1일 김영섭 대표가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 선임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GSMA 멤버는 KT 대표의 당연직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신임 회장 역할도 맡게 됐다.
KT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2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김영섭 대표를 정식으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오는 2026년 3월까지 약 3년 동안 KT그룹을 이끈다.
김 대표는 공식 임기 첫 일정으로 경영 공백 사태에도 KT를 이끌어 온 구성원들을 만났다. 김 대표는 주총을 마치고 바로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KT분당사옥으로 이동해 최장복 노조위원장,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부사장(사내이사), 전국 광역본부와 그룹사를 포함한 신입·중견사원 등 임직원 약 40명과 함께 취임식을 치렀다.
대외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김 대표는 오는 9월7일~8일 양일간 열리는 GMSA의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컨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았다. M360은 GMSA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열어온 행사로, 국내 개최는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날 '개방된 디지털 국가 선도'를 주제로 글로벌 ICT와 디지털 선도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KT 대표이사 자리가 약 반년 동안 비어있던 만큼, 경영 정상화 작업도 병행될 예정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이다.
KT는 통상 매년 11~12월 사이에 대대적인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에는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연금공단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반대가 이어지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모두 실시되지 않았다. 해가 바뀐 뒤에도 KT 대표이사 후보 경선이 이어졌다. 구 전 대표는 끝내 연임을 포기한 데 이어 지난 3월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돌연 사퇴했다. 경선을 통해 최종 대표에 선정된 윤경림 전 사장 역시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사퇴했다. 이에 따라 KT는 지난 3월 말부터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됐다.
김 대표 역시 지난 4일 대표 후보 내정자로 선정되며 조직 파악에 나서왔다. 김 대표는 만 39년간 LG그룹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아온 '외부인사'다. KT 외부 출신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은 이석채·황창규 전 회장에 이은 3번째다.
1959년생인 김 대표는 1984년 LG상사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이후 LG CNS, LG유플러스 등 LG그룹 계열사만을 거친 'LG맨'으로 꼽힌다. 김 후보자는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05년에는 LG CNS로 자리를 옮겨 재무개선팀 팀장과 상무, 경영관리본부장, 하이테크사업본부장(부사장), 솔루션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4년 LG유플러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고, 2015년 LG CNS 대표로 취임했다.
업계는 경력으로 미루어 볼 때 핵심인재 중심의 경영과 디지털전환, 재무 효율성 등에 중점을 두고 KT를 운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취임 후 대표이사직 인수위원회를 만들라는 건의와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경영진을 만나 현안 등을 논의해 왔다"며 "경영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개편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재무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외부 출신으로 KT의 수장을 맡았던 이석채·황창규 회장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 전 회장과 황 전 회장은 각각 6000명, 8000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김 대표는 우선 구조조정 가능성은 부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임직원과의 대회에서 "KT 직원 대부분이 훌륭한 직장관을 갖고 일하는 이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직을 운영하면서 순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처우와 대가로 인정받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KT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실력이 중요하며,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대표인 저도, 여러분도 고수가 돼야 하고, 고수답게 화합하고, 고수다운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 제고도 당면한 과제다. KT는 지난 2020년부터 통신을 넘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신사업을 영위하는 '디지털플랫폼기업(이하 디지코)'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해 8월1일 종가 기준, KT의 주가는 3만8350원이었다. 당시 시가총액은 10조136억 원을 기록했다. KT의 시총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13년 6월 이후 9년2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KT 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경영진 거취 불안과 올해 3월부터 불거진 비상경영체제로 인해 크게 흔들렸다. 당시 차기 대표 후보로 선정됐던 윤경림 전 사장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던 3월16일엔 3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2만 원대 후반과 3만 원대 초반을 오가던 KT 주가는 지난 4일 김 대표의 최종 대표 후보 확정 이후 안정적으로 3만 원 대를 유지했다. 2차 임시주총이 열린 지난달 30일 종가는 3만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 대표 역시 선임 직후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KT그룹이 보유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력, 사업역량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김영섭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영섭 신임대표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LG CNS 대표이사를 역임해 통신산업을 포함한 ICT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경험이 풍부하다"며 "KT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빠른 시일 내 회사 정상화와 성장의 발판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표 선임이 마무리됐고 통신업을 잘 알고 있는 분이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 반등을 기대한다"며 "빠른 시일 내 새 대표의 비전과 전략이 공개될 예정이며 이에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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