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2021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론이 미뤄졌다. 서울고등법원은 12월까지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더팩트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쿠팡과 LG생활건강의 틀어진 관계 회복이 조금은 늦어질 전망이다. 쿠팡에게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등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쿠팡이 공정위에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을 '유통사 갑질'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후 4년 동안 분쟁 중이다. 유통업계는 소송 판결이 난 후 두 기업이 납품 계약을 다시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이를 시작으로 유통기업과 제조기업간 납품 갈등이 해결책을 찾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1일 <더팩트> 취재 결과, 쿠팡이 LG생활건강에게 행한 갑질 여부를 결정짓는 쿠팡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소송이 3개월 이후 판가름나게 됐다. 업계에선 이 소송의 결과가 대형 유통사와 납품업체간에 벌어지고 있는 납품단가 협상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 기준을 근거로 쿠팡과 납품 단가 등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기업들이 쿠팡과 다시 손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쿠팡은 2021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이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했고 공정위가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주며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7일 예고된 판결 일정을 미뤄 지난달 31일에 양측 추가 변론을 듣기로 했다. 이날 쿠팡과 공정위의 변론이 재개됐지만 법원은 12월까지 양측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법원에서 양측에 자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니 이후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LG생활건강은 2019년 6월 쿠팡을 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이 경쟁업체에게 제공하는 제품 납품가 공개와 근거 없는 반품 처리를 요구했다는 이유였다. 또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유통사 지위를 무기로 계약을 중단했다고도 주장했다.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쿠팡에서는 LG생활건강 제품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엔 쿠팡이 론칭한 로켓럭리관에 LG생활건강이 입점하지 못했고 지난 18일 쿠팡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흘간 개장한 '뷰티 버추얼스토어'에서도 LG생활건강 화장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쿠팡과 공정위의 행정소송이 LG생활건강의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보면서 두 기업이 재판 이후 손을 잡을 것이라는 유통업계 시각이 나왔다. LG생활건강이 매출이 가장 큰 이커머스인 쿠팡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란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공정위의 소송 결과로 LG생활건강과 쿠팡이 관계를 회복할지 주시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쿠팡을 비롯한 다양한 판매 채널을 활용하는 편이 좋다. 쿠팡의 몸집이 커지고 있는 만큼, 쿠팡과 관계 회복을 원하는 기업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 몇 년간 거래업체와 경쟁업체의 잇따른 공격을 받았다. 위메프, 우아한형제들 등 쿠팡을 비판한 기업들이 일명 '반 쿠팡'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CJ계열사와의 불화가 거셌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 햇반, 비비고 제품 등 납품 갈등으로 등을 돌렸다. CJ올리브영은 뷰티 시장 진출 방해를 이유로 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에 올리브영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CJ대한통운과는 지난 14일 택배 없는 날 이슈로 한 차례 논쟁이 오갔다. CJ제일제당은 쿠팡 대신 네이버쇼핑의 빠른 배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과 컬리에서만 신제품을 먼저 공개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성수동에서 운영한 뷰티 버추얼스토어에도 LG생활건강의 화장품은 입점되지 않았다. /쿠팡

반면 쿠팡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유통 분쟁을 벌이던 기업이 쿠팡과 다시 협력관계로 돌아서는 일도 생기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기업 크린랲은 2019년 쿠팡을 본사와 직거래를 하겠다며 대리점 발주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지난 20일 크린랲은 쿠팡과 다시 손잡으며 본사 직거래 요구를 수용했다.

업계에선 쿠팡과 공정위의 재판 결과가 유통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든지 거대 유통사와 제조업체 간 납품 기준이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을 비롯한 큰 유통사와 납품업체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소비자"라며 "유통업계 분쟁을 식힐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쿠팡과 LG생활건강 양측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LG생활건강에 대한 소송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두 기업의 관계까지 예상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당사가 소송 주체가 아니어서 덧붙일 말은 없다"고 전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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