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연임 성공, 연매출 2조 원 목표
"혁신제품 출시 통해 문제 돌파할 것"
[더팩트|이중삼 기자] 올해 3월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 문진섭호 2기가 출범한 가운데 수입산 우유 관세 철폐 대응·저출산 위기 돌파 등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저출산 여파로 유(乳)업계가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는 만큼 업계 1위 서울우유도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2026년 수입산 우유의 관세 철폐 관련 대응책도 마련해야 하는 미션도 있다.
2기 출범 당시 문 조합장은 2026년 FTA 유제품 완전 개방에 대비한 서울우유만의 차별화된 혁신제품을 출시해 초일류 서울우유로 거듭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과제 수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관세·저출산 문제는 혁신제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정부·동종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 국내 유(乳)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조합장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 1468명 가운데 908명에게 표(득표율 63.7%)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2019년 제20대 조합장에 오른 뒤 또 한 번 수장에 올랐다. 문 조합장은 지난 임기 동안 서울우유의 '매출 신화'를 이끌었다. 취임 당시 목표로 한 연매출 2조 원 달성도 사실상 이뤘다. 26일 서울우유 경영공시에 의하면 서울우유 매출은 △1조7244억 원(2019년) △1조7548억 원(2020년) △1조8433억 원(2021년) △1조9684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4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9520억 원)보다 901억 원 늘었다.
매출 증대 원인에 대해 이날 서울우유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서울우유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소비심리 위축과 학교 우유급식 물량 감소 등으로 인해 경영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유기농우유, 프로틴 우유 등 국산 원유 품질의 신선도와 차별성을 부각해 프리미엄 우유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고 온라인 유통채널의 보편화된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 전용 브랜드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대형 커피전문점 우유 납품 등 영업 확대를 꾀했고 학교 우유급식물량도 많이 회복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업이익은 △559억 원(2019년) △594억 원(2020년) △581억 원(2021년) △473억 원(2022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33억 원으로 지난해 동반기(328억 원) 대비 95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이 준 이유에 대해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서울우유의 시장 점유율(닐슨 데이터 기준)은 지난 5월 기준 47%다.
동종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 매출은 5011억 원, 영업손실은 -223억 원으로 지난해 동반기 매출(4690억 원)보단 321억 원 늘었고 영업손실(-421억 원)은 193억 원 적자 폭을 줄였다. 다만 적자의 늪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매일유업은 올해 1분기까지 수익성 악화를 보였지만 긴축 재정 운영을 통해 상반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8976억 원, 영업이익은 34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은 801억 원, 33억 원 늘었다.
업계에서는 서울우유가 올해 연 매출 2조 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혁신제품 출시만으로는 수입산 우유 관세 철폐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업계 관계자는 "올해 2조 원 돌파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미 상반기 1조 원을 넘어서다"며 "다만 문 조합장이 공약한 혁신제품 출시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은 동종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서울우유도 해가 바뀔수록 매출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진퇴양난' 유(乳)업계, 위기 해법은 '상생'
저출산 문제는 유(乳)업계 전체를 뒤흔들어 놨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0.81명)보다 0.03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 현상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01명에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우유·분유 소비량 감소도 급전직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국내 분유시장 규모는 2017년 4314억 원에서 지난해 2897억 원으로 5년 새 1417억 원 줄었다. 특히 백색 시유(일반 우유) 소비량이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낙농진흥회 유통소비통계에 의하면 2017년 국내 1인당 일반 우유 소비량은 26.6kg, 2020년에는 26.3kg, 지난해는 26.2kg로 줄었다.
수입산 우유 관세 철폐도 대응해야 할 문제다. 현재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에 관세 7.2%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4.8%(2024년) △2.4%(2025년)로 점차 줄이고 2026년에는 관세가 0%가 된다. 관세 철폐가 현실화될 경우 국산 우유의 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멸균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3' 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멸균 우유를 찾는 이유로 △보관이 간편해서(30.7%) △가격이 저렴해서(29.7%) △궁금해서(15.6%) 등을 꼽았다. FTA는 협정을 체결한 나라 간에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는 협정을 말한다.
이에 대한 서울우유의 전략안은 확고하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수입산 우유 관세 철폐와 수입 시장의 확대는 한국낙농산업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위협요소다"며 "서울우유의 전략은 명확하다. 고객에게 언제나 세계 최고의 원유를 만들어 낸다는 자부심으로 신선하고 우수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유일 '밀크마스터' 제도를 통해 철저하게 원유 품질을 관리하고 있고 '나 100%' 대표 브랜드를 통해 고품질 우유를 선보이고 있다"며 "특히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라는 경영이념을 내세워 한국 낙농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품질의 신선한 우유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현재 '양주 신공장'이다. 최고 수준의 신규 설비들을 도입해 신선하고 위생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생산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향후 혁신 제품으로 A2 우유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우유는 모유와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화 개선에 효과가 있고 뇌 발달에 필수요소이자 항산화성분인 글루타치온을 생성하고 면역기능 강화에 효과를 보여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관세 문제는 서울우유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가 적극 나서고 유(乳)업계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향후 우유 소비량 축소가 예상된다.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며 "일례로 서울우유가 유제품 다각화와 제품구성의 다양화로 위기 극복을 위한 혁신제품 등을 만들 때 정부가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가 살아야 낙농업자들도 함께 생존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지속가능한 협력체제 구축도 중요하다. 좋은 우유, 맛있는 우유를 개발하고 제품을 다양화하기 위한 낙농업자, 업계 등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한편 문 조합장은 1951년생으로 국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학원 고위자연자원정책과정과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경기 파주시 축산계장을 거쳐 서울우유협동조합의 12대부터 15대까지 대의원을 역임했고 14~15대 이사, 22~24대까지 감사로 활동했다. 2019년 제20대 조합장에 당선돼 4년간 조합을 이끌었고 지난 3월 연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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