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더팩트 혁신 포럼 연사 최홍준 업스테이지 부사장 인터뷰
"금융 고객에 맞춤형 AI 솔루션 제공"
[더팩트|최문정 기자] "디지털전환을 꿈꾸는 금융 고객들에게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최근 금융업계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전환(DT)이 꼽히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솔루션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금융계 전반이 전력투구 하고 있는 가운데 최홍준 업스테이지 부사장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금융업계의 숙원인 AI 기반 디지털전환에 업스테이지가 한몫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올해 3월 보험사 임원직을 마다하고 설립 3년차 AI 스타트업에 합류한 것도 이런 트렌드를 읽었기 때문이다. 최홍준 부사장은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을 주제로 <더팩트>가 두 번째로 여는 '혁신 포럼'에 연사로도 나선다. 최 부사장은 이날 '금융권의 AI 기반 디지털전환과 이를 위한 업스테이지의 노력·기술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 금융업계도 AI 전환 필요성 인지하지만…정확도·보안성 '발목'
최 부사장은 업스테이지 합류 이전부터 금융업계에서 디지털전환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네이버·라이나생명 등에서 일하며 라인뱅크 설립·시스템 구축, 디지털손해보험 출범 등을 이끈 주역이라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는 금융업계의 디지털전환 작업을 수행하며 AI의 가능성을 체감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발행한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 분야 AI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6000억 원에서 5년 후인 2026년 3조2000억 원으로 433% 급증할 전망이다.
최 부사장은 이러한 AI 시대의 패러다임이 금융업계의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동안 금융기관은 예·적금이나 연금 상품, 대출 등의 전통적인 상품을 주력으로 했다. 이 방식은 실적이 금융 정책의 변화나 거대한 글로벌 경제 흐름 변화 등에 좌우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AI를 상품설계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경우, 기업이나 개인 고객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청사진을 위해서는 고성능 AI 광학문자인식(OCR) 모델이 필수다. 금융권의 데이터는 복잡하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보험사에서 처리하는 병원비 영수증이나 진단서, 은행에서 처리하는 외화송금신청서 등은 복잡한 표에 작은 글씨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일반 OCR 모델을 도입했을 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 부사장은 "이미 다수의 금융업계는 AI 기반의 광학문자인식(OCR)을 도입했거나, 사용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자동화 비율이 낮거나, 막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를 심층분석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아울러 금융권은 민감한 금융정보와 의료기록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안 기술도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보보안 이슈는 대다수의 금융권 기업들이 디지털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직접 데이터 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이를 위해선 천문학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비용과 이를 관리할 전문 인력이 필수적이다. 이미 다른 기업이 구축한 솔루션을 클라우드 형태로 구독해 사용하면 비용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보안 이슈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위험이 상존한다.
금융업계의 디지털전환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던 최 부사장에게 뜻밖의 만남이 찾아온 것은 올해 초의 일이다. 최 부사장은 "금융업계를 한바탕 휩쓴 핀테크 붐이 지난 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없을지 찾고 있는데, 업스테이지의 기술력이 눈에 들어왔다"면서 "김성훈 대표가 직접 찾아와 (저의) 금융권 현직 경험과 업스테이지의 기술을 합치면 AI로 금융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페이스북 모기업)와 아마존, 애플,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 세계 최고 기업 출신이 대거 포진된 업스테이지의 모습에 주목했다. 또한 자체 OCR 모델이나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을 개발해 세계적인 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를 위한 AI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해 올해 3월 합류를 결정했다. 현재 최 부사장은 AI SDO 조직을 맡아 고객사에 업스테이지 솔루션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 총괄, AI 모델 미세 조정를 하고 있다. 이외에 벤치마크테스트(BMT), 개념증명(POC), 고객사의 기존 시스템과 솔루션간 인터페이스 개발, 솔루션 운영에 대한 업무도 하고 있다.
◆ 금융 '맞춤형' AI 솔루션의 시대…성능 앞세워 고객 확보
최 부사장은 업스테이지의 경쟁력을 자체 확보한 AI 기술력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이 탄탄한 AI 모델을 내재화해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업계 고객들의 세밀하고, 개별적인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업스테이지는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 네이버 클로바 AI 총괄(책임리더)과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를 지낸 김성훈 대표가 창업했다. 김 대표와 네이버에서 함께 근무한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박은정 최고과학책임자(CSO) 등 '출중한' 젊은 인재가 모이면서 이목을 끌었다. 업스테이지는 창업 1년 만에 시리즈A에서 316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AI 올림픽'으로 꼽히는 '캐글(Kaggle)' 대회에서 전체 2060팀 중 8위의 성적을 냈다. 지난 4월에는 AI 광학문자인식(OCR) 성능을 평가하는 'ICDAR 로버스트 리딩 대회'에서 아마존, 엔비디아,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제치고 4개 부문 수상에 성공했다. 8월 초에는 세계 최대 머신러닝 플랫폼 '허깅페이스' 주최로 열린 '오픈 대규모언어모델(LLM) 리더보드' 평가 점수에서 업스테이지가 자체 개발한 모델이 1위를 차지하는 이변도 일어났다. 당시 업스테이지가 받은 점수는 72.3으로 생성형 AI 대중화의 포문을 연 미국 오픈AI의 'GPT-3.5'(71.9)의 성능도 뛰어 넘었다.
업스테이지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이미 성능이 입증된 AI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 고객용 솔루션인 '다큐먼트AI팩', '프라이빗AI', 'AskUP 서제스트' 등을 마련했다. 금융, 보험,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OCR 기술을 통해 이미지나 PDF 형식의 문서를 텍스트로 변환하고,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내용이 겹치는 부분을 제거하고, 문서의 내용을 추출하거나 분석·요약까지 할 수 있다. 프라이빗AI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AI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AskUP 서제스트는 검색과 추천 기술을 결합해 초개인화된 추천을 채팅 형태로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현재 업스테이지는 한화생명, 삼성생명, KB국민은행 등의 금융권 고객과 삼성SDS, 포스코홀딩스 등 산업계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최 부사장은 "업스테이지에 합류해 고객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실제로 고객사들이 (AI 도입에 있어)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의사결정의 포인트와 과정, 업무용어, 도메인 등의 지식을 내부에 전파하면서 금융권 고객들에게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다수의 금융권 고객들은 OCR 사용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사용 중인 제품과 업스테이지의 제품과의 차별화가 의사결정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업스테이지는 (AI 모델이 내재화 돼 있어) 고객 특화 모델을 단기간에 개발할 수 있고, 문자인식 정확도가 매우 높아 자동화 비율이 뛰어난 점, 그동안 심층분석이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해 주는 점을 강점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프라이빗 AI다. 이를 통해 고객이 AI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상황에 맞춰 예산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부사장은 "프라이빗 AI의 경우, 고객이 직접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모델을 운영할 수 있는 '온 프레미스' 형태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형태로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최근 프라이빗 AI 수요가 큰 금융, 의료, 커머스 등의 고객에 집중하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용과 보안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시대로의 전환은 이제 시작…경험과 학문적 관심 갖춘 인재 필요
최 부사장은 지난해 말 공개된 오픈AI의 챗봇 서비스 '챗GPT'로 '누구나 AI를 경험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했다. 챗GPT가 마치 사람과 채팅을 하듯 단순하고 익숙한 형태의 사용자디자인(UI)을 도입한 만큼 대중들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챗GPT 이전에도) AI는 이미 뉴스요약, 상품추천, 고객센터 등에 활용되며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었지만, 챗GPT의 등장 이후 AI가 사람을 도와줄 수 있겠다는 인식이 퍼진 것 같다"면서 "개발업계에서는 이미 AI 코딩이 없어서는 안 되는 도우미가 됐다"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역설이지만 AI 시대의 도래가 인간 중심의 정보 탐색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검색 서비스를 예로 들면, 우리는 컴퓨터가 주도권을 쥔 검색 시스템을 경험하며 살아왔다. 궁금한 점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결과가 나오면 또 내가 원하는 정보가 나올 때까지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라면서 "챗GPT와 같은 대화형 검색 시스템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검색 결과를 다시 도출해 달라는 요청을 넣을 수 있다. 검색의 과정을 사람이 주도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사장은 "이런 사례로 알 수 있는 것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뀐 상황이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러한 양상들이 삶의 곳곳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부사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진짜 요구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 기반의 전략을 세울 때 기업 역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AI만큼 전 세계에서 격차가 없는 학문이 존재할까 싶다. 관심이 뜨겁고, 관련 기술 연구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깃허브' 등의 플랫폼을 통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면서 "미래 AI시대의 인재는 이러한 흐름을 적극 수용하면서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고, 동시에 긴 호흡으로 학문의 바탕을 꾸준히 넓히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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