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 가격 하락 직격탄…상반기 매출 전년 대비 '반토막'
신사업 진출 투자 제동 우려…"현금 확보해 투자 무리없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그린수소·친환경, 자원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내세운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신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아연가격 하락과 더불어 전기료 인상과 같은 악재로 고려아연이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부진이 지속되면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25일 비철금속업계에서는 매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해오던 고려아연이 올 상반기 부진하면서 13년 만에 최저 실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매출 2조4694억 원 영업이익 1557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60%가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301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고려아연 실적 하락은 세계적인 불황으로 철강제품 수요가 줄면서, 재료 중 하나인 아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다. 아연 수요가 줄어들면서 올해 2분기 아연 평균 가격은 톤당 2540달러로 전년 동기(3925달러) 대비 35% 줄었다. 고려아연 전체 매출에서 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기 부진과 부동산 하락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당국은 철강재 재고 소진을 위해 바오우강철그룹 등 철강사들에 대해 감산을 지시했다. 세계 최대 철 생산국인 중국이 감산을 본격화하면서 아연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계도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부진한 실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에서 전기료가 상승해 아연 제조 비용도 크게 늘었다. 국내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12.5% 인상에 이어 올해 1분기 24.95% 올랐다.
이처럼 고려아연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최윤범 회장이 적극 나서는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비전으로 삼아 그린수소, 자원 순환, 이차전지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고려아연은 호주 최대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에퓨론과 자원순환 기업인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이그니오홀딩스를 인수했고, 지난해 7400억 원을 투자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동박' 생산시설을 확충했다. 당장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지만, 동박 사업 외에는 아직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고려아연에 대한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7월 목표주가를 기존 63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지난 5월 69만 원에서 67만 원으로, 7월 67만 원에서 62만 원으로 두 차례 내렸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본격 양산이 기대되는 전해동박 사업은 시장 상황 감안 시 당장 실적 기대를 높이긴 어려울 수 있고, 전구체 밸류 체인 완성을 위해 추진될 니켈 제련사업은 아직 투자 주체와 규모, 자본적 지출(capex) 마련 방법 등이 구체화돼야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사업 투자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성과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신사업 투자 재원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기초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1264억 원, 2020년 1368억 원, 올해 상반기 4332억 원을 기록 중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진 현금흐름 자체가 워낙 좋았고, 올해 상반기 투자도 무리없이 했다"면서 "앞으로도 신사업 관련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