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 자금 해제로 원유 수입길 열려…수입 다변화 기대
OPEC+ 감산에 미국·이란 증산…힘겨루기 이기면 유가 '하락'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것을 대가로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을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산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에서는 원유 수입 경로가 다변화할수 있고 수급 안정화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6달러 오른 80.66달러, 브렌트유도 0.68달러 오른 84.8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6월 67달러선에서 거래되다 8월 9일 85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엔 80달러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시작하면서 치솟았다가, 미국과 이란이 증산을 강행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국제 에너지 기구·단체들의 연합체 JODI의 조사 결과, 지난 6월 사우디는 하루에 총 680만 배럴을 수출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생산이 줄어든 숫자다. 원유 생산량도 지난 6월 996만 배럴로 줄어들며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와 함께하는 산유국 연합체인 오펙플러스(OPEC+) 회원국인 러시아도 지난 6월 원유 해상 수출 물량이 전월보다 10% 줄어든 하루 346만 배럴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276만 배럴로, 지난 2019년 대비 3.6% 생산을 늘렸다. 이란의 경우 하루 220만 배럴에서 310만 배럴까지 원유 생산량을 40%나 늘렸다. 이는 지난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 협정 탈퇴를 빌미로 제재를 강화한 이후 가장 생산량이 높아진 것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자 미국이 이란과 화해무드를 조성해 원유 생산을 독려하고 자국 생산도 늘리는 '기름값 낮추기'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에 합의하면서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의 모든 자금도 풀려나면서 이란산 원유를 다시 국내로 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사우디에 의존하는 원유 도입선을 다각화할 수 있어 수급 안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또 이란은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함량이 높은 초경질원유를 주로 수출한다. 나프타 생산에 유리하고 가격이 저렴해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낮아질 수도 있다.
정유사들은 이란산 원유 도입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데다,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가 얽힌 곳이기에 섣불리 도입했다 중단되면 오히려 피해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지 않아도 될만큼 이미 원유 도입선은 다각화돼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의 갈등 관계, 쿠르드족과의 분쟁 등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있어 이란산 원유를 도입했다가 중단될 경우 수급 안정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증산과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싸움에서 미국·이란이 승리해 국제 유가가 낮아진다면, 간접적인 이익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이란은 세계 석유 매장량 4위를 기록하는 대규모 산유국으로, 증산이 대규모로 이뤄져 수출을 시작할 경우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기름값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싼 가격에 원유를 수입하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그 이후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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