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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복권 1년 ㊤] 현장경영·소통에 '진심'…'제2의 신경영' 발표만 남겼다

  • 경제 | 2023-08-15 00:00

사면·복귄 후 1년간 국내외 현장 돌며 네트워크 회복, 성장 동력 발굴 전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결정돼 경영에 복귀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광복절 사면·복권은 취업제한 등으로 정상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재용 회장과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한 삼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10월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 새 시대의 개막을 공식화할 수 있던 것도 취업제한 족쇄가 풀린 덕분이었다.

이재용 회장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는 사면·복권 취지에 맞게 지난 1년간 보폭을 넓히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휴대전화와 반도체를 이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했다. 30여 년 전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을 혁신시켜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듯 이재용 회장은 '제2의 신경영 선언'으로 초격차의 경쟁력을 갖춰 '뉴삼성'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이재용 회장의 복권 1년 경영 활동과 과제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열심히 뛰겠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월 사면·복권 결정 직후 취재진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회사 차원의 입장문을 통해서도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도 형기를 마쳤지만 취업제한 탓에 발이 자유롭지 못한 이재용 회장이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가속 페달을 밟길 기대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 같은 기대를 실천으로 부응했다. 지난 1년간 공식으로 알려진 것만 10여 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사법 리스크로 단절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동시에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평가다.

◆ 기대를 실천으로 부응한 글로벌 현장 경영...1년간 10여 차례 공식 해외 출장

사면·복권 후 첫 해외 일정은 지난해 9월 중남미·유럽 출장이었다.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는 등 국가 행사인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협력 모색, 현지 삼성 임직원 격려도 빼놓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은 이후 해외 출장에서도 빠듯한 일정 속 시간을 쪼개 '민간 외교관'이자 '삼성 영업맨', '그룹 총수'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성장 동력 확보 차원의 일정에 주력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는데 재계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미래 사업과 관련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출장지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용 회장은 같은 달 곧바로 신흥 시장인 동남아로 출장을 떠나 베트남 삼성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을 점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 총회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삼성 내부에서는 올해 5월 22일간의 미국 출장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두 공개되진 않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거물급 경영진들과 '마라톤 회동'을 가지며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먹을거리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삼성 관계자들은 전했다.

미국 출장에서 이재용 회장은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글로벌 주요 제약사 CEO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탄탄한 신뢰를 구축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빅파마(대형 제약사)들과의 협업 확대, 성장 동력 창출로 이어진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 산업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장기 협업을 위한 신뢰와 평판 구축이 필수다.

이 밖에 이재용 회장은 1월 UAE·스위스, 3월 일본, 4월 미국, 6월 프랑스·베트남 등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경제 외교 선봉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해외 행보를 외부로 알리지 않고, 11월 말 개최지가 결정되는 엑스포 관련 물밑 지원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만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사면·복권 후 가장 큰 변화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본격 재개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만나 사업을 논의하는 데도 이전보다 수월했을 것"이라면서 "주요 행사 때마다 활용하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게 긍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MZ세대 직원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 복권 1년 키워드 '소통·동행'…워킹맘·MZ세대 고충 귀 기울여

이재용 회장의 현장 경영은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뤄졌다. 사면·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사진 촬영을 요청한 한 직원의 부인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웃음을 자아내는 등 격의 없는 소통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회장의 지난 1년간 국내 현장 경영은 사업 점검 외 '소통 경영'으로도 요약된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장 방문 때마다 소통 간담회를 열고 워킹맘, MZ세대를 비롯한 직원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였다.

이 같은 소통 경영은 지난해 10월 회장직에 오른 이후 더욱 강화됐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소감으로 "삼성을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내부 직원들에게 먼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소통을 강화하며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향후에도 현장 경영, 임직원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난 1년간 이재용 회장의 주요 행보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동행'이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를 방문해 "협력회사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도 방문해 재차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삼성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재용 회장의 '동행' 철학에 따라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난·재해 시 위기 극복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이 3년간 총 300억 원을 투자해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여러 차례 지원책을 내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언제쯤 새로운 경영 철학을 담은 '뉴삼성 선언'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았다는 점,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새로운 시대상에 걸맞은 비전이 요구된다는 점,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 대한 위기 극복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제2의 신경영'이 발표될 수 있다는 재계 안팎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선언'에서도 '동행' 철학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높다. 선대로부터 이어온 삼성의 '사업 보국' 경영 철학이 '미래 동행'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현장 경영, 직원들과의 소통 등을 통해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면서 "주요 키워드로 초격차 기술, 인재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기존 사업 보국을 잇는 '미래 동행'도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이재용 복권 1년 ㊦] 광폭 행보 이면의 과제 '산더미'···사법 리스크도 '진행형'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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