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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롯손보 '구원투수' 문효일 대표, 1년 성적표는?

  • 경제 | 2023-07-31 00:00

캐롯손보 4년 연속 적자 행진
실적개선 부담감 안은 문 대표, 하반기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심


한화손해보험 주도로 디지털 손해보험업 첫 주자로 출항한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문효일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 /캐롯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주도로 디지털 손해보험업 첫 주자로 출항한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문효일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문효일 캐롯손보 대표. /캐롯손해보험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화손해보험 주도로 출항한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문효일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업계 내에선 캐롯손보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위해 장기보장성 보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2019년 5월 업계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범했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이 합작해 만들어졌다. 출범 초기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책임자였던 김동원 사장의 야심작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당시 김동원 사장은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행·레저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캐롯손보는 4년 연속 적자 수렁에 빠져 있다. 출범 첫해인 2019년 9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0년에는 381억 원의 적자를 냈고 2021년에도 65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795억 원에 달했으며 올해 1분기도 10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구원투수'로 등장한 문효일 대표는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임기 내 캐롯손보의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문효일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으며 1993년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한화생명에서 다양한 부문의 전략투자와 컨설팅을 담당한 '전략통'이다.

문효일 대표는 캐롯손보의 실적이 출범을 주도한 김동원 사장의 경영성과와 연결되는 만큼 흑자 전환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문효일 대표는 선임 당시 "급변하는 IT기술 트렌드에 걸맞는 고도화된 서비스로 더 큰 도약을 준비할 때"라며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그동안 경험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장점을 활용해 캐롯의 성장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뚜렷한 도약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캐롯손보 적자난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의 특수성이 거론된다. 1만 원 안팎의 저렴한 보험료와 가입기간 1년 미만이라는 소액단기보험 특성상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기간이 짧기 때문에 자산운용 어려움이 크고 보험료가 낮은 만큼 손해율 관리도 까다롭다는 분석이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으로 꼽히는 퍼마일 자동차보험도 실적 개선에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행거리 측정으로 탄 만큼 결제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누적 가입건수가 100만 건을 돌파하며 지난해 12월 기준 갱신율은 90.2% 돌파했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캐롯손보 점유율은 1%대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막대한 마케팅과 홍보 비용을 지출하고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올해 초 데이원자산운용이 인수한 옛 고양 오리온 농구단과 30억 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그러나 데이원자산운용이 경영 악화로 한국농구연맹(BKL)에 납부해야 할 특별회비 조차 내지 못한데 이어 선수 임금까지 체불했다. 캐롯손보는 잡음이 커지자 4년 계약을 단 1년 만에 해지했다. 실적 부진 속에 스포츠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고도 이미지만 훼손한 셈이다.

이에 캐롯손보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위해 장기보장성 보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으로 암보험·어린이보험·운전자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캐롯손보의 경우 자동차보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보장성 보험 등 다양한 고객친화적인 상품이 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위해 장기보장성 보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의 뚜렷한 실적 개선을 위해 장기보장성 보험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롯손해보험

캐롯손보는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모빌리티 기반의 '퍼마일자동차보험'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IT 기술을 접목한 상품 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경영 체계화로 이익 창출 기반도 마련한다.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추진과 데이터 효율 기반의 통합 마케팅 등도 추진한다.

캐롯손보는 뚜렷한 장기보험은 없으나 유사한 구조의 단기상품을 내놓고 있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캐롯 직장인 생활건강보험'을 출시했으며 올해 3월 정신질환 치료비를 보장하는 '마음케어모듈' 특약을 추가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현재 장기보험 도입 적정성에 대해 검토 중으로 구체화된 출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손보사의 장기보험 상품 확대 전략에 대한 걱정의 시선도 있다. 장기보험 등 상품 설계가 복잡한 계약은 여전히 직접 설명 듣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디지털 채널 영업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전속설계사를 더 늘리는 등 대면 채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쟁력있는 장기보험 상품출시를 위해서는 상품개발인력, 상품심사 언더라이터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롯손보는 카드사, 은행 등과 제휴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캐롯손보는 롯데카드와 카드이용금액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캐롯손해보험 롯데카드'를 출시했다.

캐롯손보는 퍼마일자동차보험 서비스와 유사한 신규 디지털 사업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확대하는 전략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캐롯손보 관계자는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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