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중소기업 납품 방해" vs CJ올리브영 "그런 적 없어"
업계 "4년이 흘러 신고한 이유는 지속된 '피해 누적'"
[더팩트|이중삼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공(功)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 넘어갔다." 쿠팡과 CJ올리브영의 치열한 '진실 게임'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25일 <더팩트> 취재진에게 전한 말이다.
쿠팡은 지난 24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이 중소기업 뷰티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가 거래를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쿠팡은 2019년부터 지금까지 CJ올리브영의 갑질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신고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CJ올리브영은 쿠팡을 경쟁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힘없는 중소 납품업자를 대상으로 쿠팡 납품과 거래를 막는 갑질을 수년간 지속해왔다"며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CJ올리브영의 압박에 못 이겨 쿠팡과 거래를 포기했다"며 "이는 명백히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위반행위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부당하게 납품업자 등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쿠팡은 피해 사례도 소개했다. 이를테면 CJ올리브영이 한 중소 납품업체에 인기 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도록 금지 제품군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다른 업체에는 제품을 쿠팡에 납품하는 경우 입점 수량과 품목을 축소하겠다고 협박해 결국 쿠팡에 납품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쿠팡은 CJ올리브영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매년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함과 동시에 CJ올리브영에서 취급하고 있는 상품의 80%는 국내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수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CJ올리브영은 매년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성장했다. CJ올리브영 매출은 △1조8738억 원(2020년) △2조1191억 원(2021년) △2조7809억 원(2022년), 영업이익은 △1001억 원(2020년) △1377억 원(2021년) △2713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89억 원(2020년) △949억 원(2021년) △2056억 원(2022년)으로 매년 치솟았다. 특히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기준 헬스&뷰티(H&B) 시장점유율이 올해 1분기 기준 71.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 CJ올리브영 '사실무근'…공정위 검토 '예의주시'
이에 대해 CJ올리브영은 쿠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어떤 부분에서 신고를 당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CJ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해 어떠한 유통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실제 공정위에서 조사에 나온다면 그때 조치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신고함에 따라 내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신고한 것은 사실이며 현재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용을 파악하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증거를 요청할 수 있고 법 위반 소지가 명확하다고 결론이 나면 현장 조사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 4년이 지난 시점에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피해 누적'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실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쿠팡 주장대로라면 201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뷰티 사업에 있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법 위반이 확실하면 통상 즉각 대응에 나서는 것이 맞지만 쿠팡은 증거수집 일환으로 CJ올리브영의 갑질 정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쿠팡의 주장일 뿐 공정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CJ올리브영이 갑질했다는 얘기는 쿠팡의 주장일 뿐이다"며 "이제 막 신고한 것이고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위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쿠팡이 공격 타이밍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지금이 최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4년 전만 해도 쿠팡의 재무상태는 좋지 못해 CJ그룹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고 본다"며 "그러나 지속된 물류센터 투자로 이제는 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에 쿠팡이 적극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이번 계기로 시장에서 CJ올리브영의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동시에 갑질 행태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첨언했다. 덧붙여 '투키디데스의 함정'(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의미)이라는 용어를 들며 CJ그룹과 쿠팡과의 공방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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