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우려는 여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연속으로 인상했다. 이후 2월부터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한 데 이어 또 동결을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검은색, 회색, 청록색이 섞인 무늬의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넥타이를 매며 긴장감을 고조했다. 이 총재가 붉은 계열 넥타이를 매면 통상 기준금리 인상을, 푸른 계열 넥타이를 매면 금리동결이나 인하를 예상한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현재 3.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채권전문가 100명 중 93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는 경기 부진에 빠진 경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6%에서 1.4%로 0.2%포인트 낮췄다. 정부도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은과 동일한 1.4%로 수정했다. 금통위는 5월 경상수지가 19억3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서고 상품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경기를 지원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7.9%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6월 2.7%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은 목표치(2%)에 근접한 수치다. 근원물가도 5월 3.9%에서 지난달에는 3.5%로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9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다.
은행 가계 대출 증가 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을 보면 올 4월 2조3000억 원 5월 4조2000억 원, 6월에는 5조9000억 원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6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새 7조 원이 증가했다. 올해 4월(2조8000억 원), 5월(4조2000억 원) 증가한 것과 비교해 증가 폭이 대폭 확대된 것으로,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차에 대한 긴장감이 크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한은이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 온 만큼 영향이 적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근 2년 사이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각) 6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3.0%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3월(2.7%) 이후 27개월 만에 최소폭으로 오른 결과다. 시장 예상치인 3.1%보다 낮았으며, 5월 CPI(4.0%) 대비 1%포인트 둔화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한·미 금리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23년 만에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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