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회장, 4대 그룹 총수 중 나홀로 경제사절단 동행
☞<상>편에 이어
[더팩트│황원영 기자]
◆ GS건설, 아파트 주차장과 함께 무너진 신뢰…재시공비 1조 원 관측도
-건설 업계에서도 한 주를 뜨겁게 달군 소식이 있었죠?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와 관련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입주를 6개월가량 앞두고 있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내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면서 파장이 일었는데요, 아파트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자 시공 주관사인 GS건설이 통 큰 전면 재시공 의지를 밝혔습니다. 우선 사고 경위를 들어볼까요?
-GS건설이 시공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에서 지난 4월 29일 지하 주차장 일부가 붕괴했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입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예비 입주민들의 불안이 극에 도달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아파트인지 궁금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해 GS건설, 동부건설, 대보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한 177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입니다. 주관사는 GS건설로, 총공사비 2773억 원 가운데 1109억 원가량을 수주했습니다. 아파트는 인천검단 AA13-1·2블록 지구에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입주일이 언제인가요?
-오는 10월 준공하고 12월부터 입주한다는 계획이었죠. 이번 사건으로 예비 입주민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준공까지 사실상 3개월가량 남은 건데, 거의 다 지어진 것 아닌가요? 어쩌다가 GS건설이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 든 건가요?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공정률은 68%입니다. 사고 직후 GS건설의 자체 점검, LH의 정밀안전진단, 국토교통부의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와 사고 현장 특별점검 등 각종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국토부의 사조위의 점검 결과 사고 원인은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등으로 밝혀졌습니다.
GS건설은 사조위 결과 발표 직후 재시공과 관련해 "만일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어디까지가 되었건 최대한 재시공 범위를 충분히 넓혀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제거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바꿔 발표했죠. 부실시공에 따른 브랜드 가치 하락과 사고 위험성 등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LH는 어떠한 입장인가요?
-사업을 발주한 LH 역시, 시공 상태 점검에 미흡했다며 이한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LH는 7일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방안을 수용했고요,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신속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재시공과 관련 비용은 GS건설이 모두 충당하나요?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네. GS건설은 재시공을 위한 기존 주택 철거비, 재시공비, 입주 지연에 따른 보상 등의 손실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회사가 추산한 손실은 약 5500억 원입니다. GS건설은 이 금액을 우선 올해 상반기 결산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손실에는 철거공사비, 신축공사비, 입주예정자 보상비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재시공 후 준공까지의 기간은 5년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업계 내에서는 재시공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일각에서는 전면 재시공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최대 1조 원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이미 해당 단지의 공정률이 70%에 이른 데다, 각종 금융비와 오른 원자재 가격 등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손실분 외에도 회계상 각종 비용 항목에 사고에 따른 수습비가 반영됩니다. 구체적으로 건설 도급비용 등 4500억 원가량, 철거비용 2000억 원, 지체보상금 1000억 원, 손실비용 28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GS건설이 부담해야 하는 입주 지체보상금을 한 해 약 200억 원 규모로 추정했습니다.
-금전적인 손실 외에 GS건설 기업 이미지에 입은 타격도 클 것 같습니다.
-우선은 GS건설이 운영하는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습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아파트 브랜드평판 조사에서 지난 3월까지 2위를 유지한 자이는 사고 발생 후 지난달 조사에서 순위가 7위까지 밀렸습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자이 브랜드를 두고 조롱하는 투표가 이뤄졌습니다. 최근 작성된 'GS건설 자이 브랜드명 변경 투표' 게시글에는 △순살자이(철근 70% 안 넣음) △하자이(하자+자이) △자이 더 그레이브(무덤) △자이 더 워터밤(물난리) 등의 선택지가 올라왔습니다. 해당 투표에는 게시 7일째인 6일 오전 10시까지 1604명이 참여했고요. 현재 게시글은 삭제됐으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여전히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브랜드 평판 악화에 수주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네. 걱정스러운 시각이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번 사고가 시공사만의 문제로 발생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GS건설이 나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강수를 둔 만큼 이미지 회복의 길도 열려있습니다. 향후 사고 수습을 둘러싼 GS건설과 관계사들의 책임감 있는 태도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LG 구광모, '폴란드 챙기기' 직접 나선 이유는
-재계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이 발표됐는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0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를 거쳐 폴란드를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6일 폴란드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89개사 명단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올해 상반기 이뤄진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는 불참 없이 4대 그룹 총수가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죠.
-구광모 회장만 홀로 폴란드 출장에 나서는 이유가 있을까요?
-다른 총수들은 개별 일정 탓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연례 주요 행사인 제주포럼과 일정이 겹쳐 불참합니다. 구광모 회장 경우 폴란드가 가진 사업상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번 경제사절단 일정을 최우선으로 삼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LG그룹은 1997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판매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폴란드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배터리·가전 등 주요 사업에서 폴란드를 유럽의 핵심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연 70GWh)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LG이노텍,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총 8개 법인(생산법인 5개)을 운영하고 있고, 현지 LG 임직원은 9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광모 회장이 직접 챙겨야 할 아주 중요한 곳이라는 설명이군요.
-구광모 회장의 폴란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10월 폴란드를 찾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LG 직원들을 격려했는데요. 또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당시 구광모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이 LG의 전 세계 배터리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면서 "이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관심과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죠.
-그렇군요. 구광모 회장 외 어떠한 국내 주요 기업인이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지 소개해 주시죠.
-LG그룹과 마찬가지로 폴란드에서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고, 또 주요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이 큰 기업이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대거 도입하며 'K방산'의 큰손으로 급부상한 만큼 한화그룹 차기 총수로 거론되는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폴란드 일정을 소화합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협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인데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직접 동행하진 않지만, 삼성과 SK도 경제사절단에 불참하는 건 아닙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철중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 업무협약(MOU) 체결식, 무역상담회 등 다양한 행사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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