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94세 세상 떠나…서울삼성병원 빈소 마련
미군 부대서 잡역부 시절 침대 접하고 사업 추진
[더팩트|이중삼 기자]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든 건 최초와 최고를 향한 굳은 신념과 도전 정신이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던 것은 내 손으로 직접 강선을 꼬아가며 개발한 침대가 곧 우리나라 침대 산업의 역사가 됐기 때문이다."
국내 침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낸 에이스침대 창업주 안유수 회장이 지난 26일 밤 11시경 별세했다. 향년 94세다. 안 회장은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침대 개발에만 힘써온 인물이다.
안 회장은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6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1951년 1·4후퇴 당시 부모와 떨어져 남쪽으로 내려왔으며 부산에 있는 미국 부대에서 잡역부 생활을 하던 중에 미군 야전에서 처음으로 침대를 접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방송국에 기자재를 납품하면서 가구점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침대가 없는 것을 보고 먼저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결심으로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세웠다.
당시 국내에는 스프링 침대를 제조한 사례가 없어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개발해 제조해야 했다. 안 회장은 처음 스프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강선을 감아 보기를 수없이 반복한 후에야 1년여 만에 스프링을 찍어낼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1호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기기다.
침대 프레임 역시 당시 상용되던 목재 기술로는 안 회장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이 시기에는 모든 목재와 무늬목 접착은 아교로 칠은 나무 송진을 변형한 와니스로 여러 번 바르는 것이 전부였다. 안 회장은 당시 페인트 기술부 직원과 함께 도막이 강하고 경제적인 도료 '아미노알키드'를 개발해냈다. 이 도료는 훗날 우레탄 도료가 개발될 때까지 침대 프레임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련은 있었다. 금호동 공장이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공장이 전소된 1975년 12월은 그에게 뼈아픈 기억이다. 이 사건은 안 회장에게 기술은 불에 타지도 않고 물에 떠내려갈 일도 없는 무형의 재산이라는 것을 새기는 계기가 됐다. 1976년 성수동으로 공장을 이전한 안 회장은 1977년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들었다.
이후 안 회장은 표준화와 품질관리를 위해 '품질관리실'이라는 부서를 만들고 모든 업무를 표준화·문서화하며 에이스침대의 회사 규격을 설립 이래 처음으로 만들었다. 에이스침대는 1987년 품질관리 1등급 업체 지정과 함께 KS마크 인증, 1991년에는 JIS 마크를 획득했다.
1992년 안 회장은 침대 기술의 독립화와 한국화를 목표로 업계 최초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06년에는 국가기술표준원으로부터 국내 침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공인 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에이스침대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에이스침대가 연구소를 통해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은 국내외를 합해 300여개, 총 출원은 880개에 이른다.
안 회장은 경영 능력과 침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부분을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과 철탑산업훈장을 수훈했고 이 외에 대통령상 3회, 국무총리상 4회 수상, 대한민국 마케팅 대상 최고경영자상 등을 수상했다. 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에도 앞장섰다. 일례로 1999년부터 25년 간 설날·추석 명절마다 지역 사회에 백미를 기부했고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참고로 안 회장은 동아대 정경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단국대 경영학 명예박사를 학위를 받았다.
안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안성호(장남)·안정호(차남)·안명숙(장녀) 등이다. 2001년 차남 안정호에게 시몬스를, 2002년에는 장남인 안성호에게 에이스침대를 물려줬다. 지난달에는 딸 안명숙에게 에이스침대 지분 5%를 증여했다.
한편 안 회장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일은 6월 30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용인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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