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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 CGV 살리려 팔 걷어붙였지만…소액주주 "우리만 손해" 분노

  • 경제 | 2023-06-22 00:00

CJ, 경영난 빠진 CGV '소방수' 자처
5700억 원 유상증자, 4500억 원 현물출자


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난에 처한 CJ CGV 살리기에 나섰다. /더팩트 DB
이재현 CJ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경영난에 처한 CJ CGV 살리기에 나섰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 CGV 구출 작전'에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환경에 직격탄을 맞은 CGV가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자 그룹차원에서 구명보트를 투입해 구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영화상영 중심 사업구조 혁신을 통해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등 미래사업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영화관 살리기에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 개선도 있지만 사업 확장의 일환이 더 커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1조 원에 이르는 자본 확충에 나선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미래사업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GV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5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기업에서 유상증자를 할 때 주주가 배당받은 신주인수권을 포기하고 주급을 납부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일반공모 방식으로 실시된다. 청약은 9월 초에 이뤄진다.

CGV 지분 48.50%를 보유한 대주주 CJ는 이번 유상증자에 약 600억 원을 투입한다. 이와 별로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해당 지분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약 4500억 원이다. 유상증자 규모와 합하면 1조 원에 이르는 자본 확충이 이뤄진다.

CGV는 막대한 자본 확충을 기반으로 △기존사업 혁신(안정된 수익 기반 성장 동력 극대화) △미래사업 진화 전략(그룹 내 콘텐츠·정보기술(IT) 역량 집중) 등 2가지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자세히 보면 기존사업의 경우 △차별적 경험 제공 △수익성 극대화 △Lifestyle 플랫폼 진화 등 3가지를, 미래사업은 △콘텐츠 역량 강화 △CJ올리브네트웍스 사업 시너지 강화 등 2가지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날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CJ의 자금 수혈로 CGV의 경영환경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함에 따라 영화관을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영화관 사업을 확장시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가 CGV 살리기에 적극 나선 이유는 '문화가 미래 먹거리'라는 이재현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J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이재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에 CGV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앞으로 CJ는 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미래사업 발굴을 통한 넥스트 CGV 전략을 추진해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래산업 분야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와의 사업 시너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입장도 밝혔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IT·AI기술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마트시네마 구축(첨단화·디지털화) 등 운영효율화 △VFX(비주얼이펙트) 사업확장 가속 △극장운영·광고시스템 솔루션 사업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CJ는 이번 유상증자에 600억 원가량 참가하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CJ는 이번 유상증자에 600억 원가량 참가하며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CGV 실적 여전히 '고초'…경험 콘텐츠 필요

CGV의 실적은 코로나19 이전(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며 고초(괴로움과 어려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GV 매출은 △1조9422억 원(2019년) △5834억 원(2020년) △7363억 원(2021년) △1조2813억 원(2022년), 영업이익(손실)은 △1219억 원(2019년) △-3886억 원(2020년) △-2414억 원(2021년) △-767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차츰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문제는 관객들이 예전만큼 영화관을 찾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서비스 이용률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간 누적 관객 수는 △2억2667만 명(2019년) △5952만 명(2020년) △6053만 명(2021년) △1억1280만 명(2022년)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9139억 원(2019년) △5103억 원(2020년) △5845억 원(2021년) △1조1602억 원(2022년)으로 집계됐다. 올해 기준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는 5479만 명, 매출은 5721억 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런 속도라면 관객 수와 매출 모두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낮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관람객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영화관이 여전히 위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관들이 변화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영화가 아닌 다른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차원의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OTT 서비스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데 영화관업계는 고객들이 영화관을 찾을 수밖에 없는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해야 한다"며 "이젠 영화관이 영화 이 외에 다른 콘텐츠도 선보여야 할 때다"고 전했다. 실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공개한 'OTT 서비스 플랫폼별 이용행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41.0%에서 지난해 85.4%으로 급증했다.

CGV가 밝힌 2가지 전략이 신속히 추진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이다. 영화관 본연의 기능만 한다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의 매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며 킬러 콘텐츠 개발을 하루빨리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현재 범죄도시3을 제외한 다른 흥행 작품이 부재하다. OTT 시리즈물은 지속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회장이 제시한 넥스트 CGV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영관 생태계를 제대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는데도 더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CGV가 OTT 서비스와도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CJ의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소액주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GV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소액주주는 "주주배정으로 최대한 빚 갚고 청산하겠다는 얘기로 밖에 안 보인다"며 "채무 폭탄이 터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주가 희석이 도대체 얼마냐. 만 원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소액주주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재현 회장은 영화사업 철수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CGV 주가는 전 거래일(1만4500원) 대비 21.10% 내린 1만144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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