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S 구글 선도 생성형 AI 시장...삼성·LG, AI 역량 확보
네이버·카카오·통신사 등 ICT 혁신 경쟁 본격화...하반기 출시 예고
AI 시대,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요? AI 기술이 우리 사회를 또 한번 혁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태세입니다.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인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와 컴퓨터가 가져온 3차 혁명에 이어 AI 기술이 가져올 차세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가져올 우리의 삶의 변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변화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서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고 도태될 것임은 이미 세 차례의 산업혁명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산업계와 학계도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하고 AI 기술을 우리나라의 차기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투자·연구를 확대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팩트>는 올해 두 번째 혁신 포럼을 통해 AI와 조금 더 친해지려고 합니다.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한 특별기획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최문정 기자] 2016년 3월, '인간 대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먼 미래로만 여긴 AI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의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는 사람과 같은 자연스러운 말투로 논문 작성, 코딩, 소설 집필 등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의 영역까지 해내면서 전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준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다.
AI는 단순히 인간을 돕는 도구를 넘어, 사업계획을 짜고, 몇 마디의 설명만으로도 프로그램 코드를 뚝딱 출력하며 인간의 동료, 혹은 인간을 대체하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기에 충격과 공포는 대단히 컸다. 제조업계는 AI를 활용해 수요와 생산 일정을 예측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AI를 활용한 자율주행 교통수단 상용화를 목전에 뒀다. 가장 보수적인 업종이라는 금융계조차 AI를 사업 전반에 적용하고, 이를 활용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려고 중지를 모으고 있다. 바이오 보건업계는 AI가 선도할 새로운 산업 분야로 꼽히고 있다. 챗GPT가 쏘아올린 공을 본 각계는 '뒤처지면 도태된다'는 위기의식과 절박함 속에 AI 역량 강화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생성형 AI가 쏘아 올린 대격변의 시대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미리 입력되지 않은 답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능을 가졌다. 과거 '알파고'와 같은 AI는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패턴을 찾아 답을 내놓는 방식을 활용했다. 반면 생성형 AI는 'A=B'처럼 입력된 질문에 정해진 답을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학습한 데이터를 재조합해 답을 출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고 창의성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이전 AI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제작됐기 때문에 답변 역시 정형화돼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생성형 AI는 사전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에 따라 그럴 듯한 문장을 만들기 때문에 한 가지 목적뿐만 아니라 기사도 쓰고, 논문도 쓰고, 시도 짓는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굉장히 넓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의 성능은 사전 학습한 데이터의 양에 따라 판가름 난다. 챗GPT의 경우, 오픈AI의 'GPT 3.5'를 기반으로 제작됐는데, 약 175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졌다. 오픈AI가 오는 2024년 공개 예정인 'GPT 4'는 100조 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2022년 101억 달러(약 13조1000억 원)에서 연평균 34.7% 성장해 2030년에는 1093억7000만 달러(약 141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챗GPT가 쏘아 올린 생성형 AI 패러다임 전환에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검색엔진 왕좌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제 AI를 결합한 검색엔진으로 전장을 옮겼다.
MS는 오픈AI와 손잡고 자체 검색엔진 '빙'에 챗GPT보다 발전한 '프로메테우스 AI 모델'을 적용했다. MS는 오픈 AI에 100억 달러(약 12조350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자체 대형 언어모델(LLM)인 '람다'와 '팜'을 적용한 검색 모델 '바드'로 맞불을 놨다. 또한, AI 챗봇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4억 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는 지난 2월 대규모 언어모델 6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LLaMA'를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음성비서 알렉사에 다국어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알렉사 TM'을 공개했다. 지난 2월에는 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생성형 AI 도구 개발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 분주한 국내 대기업들…AI 업무에 활용하고 역량 확보 총력
국내 기업들도 AI 역량 확보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치열한 AI전쟁에서 패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느낄 수 있다. 최선봉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KT와 네이버 등 우니나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맞춤형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말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우리가 하는 일에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국내 전문기업을 통한 맞춤형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오는 12월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본서비스를 공개하고, 내년 2월부터는 자체 축적한 반도체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전문 검색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생성형 AI를 구매·경비 등 업무 프로세스 자동 응답, 공정·설계·제조 등 전문지식 검색, 제조·공정 데이터 요약, 번역, 문서 작성, 회의록 녹취·요약, 시장·업체 분석, 코드 생성·리뷰, 고객 소리 대응 등 총 9개 분야에서 두루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CE)는 지난 15일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정한 AI 경영시스템 인증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에는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의 3대 원칙을 중심으로 한 'AI 윤리 원칙'도 수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AI 연구와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리서치 등 연구조직뿐만 아니라 DX부문과 DS부문 등 각 사업조직에서도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그룹도 LG AI 연구원에서 그룹 내 AI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LG AI 연구원은 지난 2021년 12월 3000억 개의 파라미터, 60억 개의 말뭉치, 3억5000만 장 이상의 페어데이터(언어와 이미지가 결합된 데이터)를 갖춘 초거대 AI '엑사원'을 공개했다. 엑사원 개발에만 약 1283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자됐다.
엑사원은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다. 또한 텍스트로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거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를 설명하는 글을 출력하는 '멀티모달' 기능도 갖췄다.
LG그룹은 지난해 12월 엑사원의 상용화를 목표로 'AI 경량화·최적화 신기술' 연구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엑사원은 1년 새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량은 63% 줄이면서, AI 추론 속도는 40% 늘리는 성과가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LG AI 연구원은 그룹 내 싱크탱크 조직으로 기능하며 선행연구, 초거대 AI 모델 구축, AI를 활용한 난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으며, 각 계열사들은 자체적으로 AI 연구 조직을 갖추고 각 사가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엑사원을 적용한 실제 서비스나 제품 등은 현재 준비중이며, 적절한 때에 맞춰 공개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혁신이 본업' ICT 기업들, 하반기 AI 주도권 경쟁 본격화
국내 대표 IC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를 AI 상용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하반기 중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등 회사의 주요 서비스에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용 AI 서비스 출시도 고려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국내 최초인 초대규모의 한국어 학습량을 보유했다.
또한, 네이버는 쇼핑과 블로그, 지식인 등의 서비스에도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고, 고객사의 데이터와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해 생성용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클로바 스튜디오'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하반기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언어모델 '코GPT(KoGPT)'를 결합한 AI 챗봇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코GPT 2.0은 기술 영역에서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경험을 통해 AI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 서비스 측면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의 이용자 접점을 대화형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카카오는 최근 AI 연구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는 이번 체제 전환을 시작으로 그룹 내 AI 역량을 카카오브레인으로 결집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김일두 대표는 현재 카카오브레인이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선행연구와 초거대 AI 모델 구축 사업을 맡는다. 김병학 신임 대표는 사업모델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통신사 역시 신규 먹거리로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회사의 정체성을 'AI 서비스 컴퍼니'로 재정의했다. 특히 지난해 베타서비스를 통해 공개한 대화형 AI 서비스 '에이닷'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3월 에이닷에 이전 대화 내용 중 주요 정보를 기억하는 '장기기억'과 이미지와 한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해 사람과 흡사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리트리벌' 기술을 추가했다. 이를 위해 한국어 기반의 10억 장의 '이미지·한글 텍스트 쌍' 학습데이터를 구축했다.
KT는 지난해 11월 AI 전략 간담회를 열고 초거대 AI '믿음'을 공개했다. '믿음'은 다양한 응용 사례를 쉽게 학습할 수 있는 '협업 융합 지능'을 갖춰 적은 데이터로도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KT는 '믿음'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나 서비스형 플랫폼화 방식을 통해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아직은 한국의 AI 기술 수준이 오픈AI, 구글, MS 등 글로벌 기업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AI 기초기술뿐만 아니라 응용 서비스 등도 거대 기업에 치이는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황 원장은 한국이 AI 시대에 경쟁우위를 찾아가기 위한 방안은 크게 2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후발주자는)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한 실제 응용 사례부터 만드는 것이 출발점일 것"이라며 "두 번째는 좋은 AI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 즉 데이터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AI 사업에 있어 데이터 준비에만 전체의 80% 이상의 노력이 투입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정부 역시 국가 차원의 '데이터 카탈로그'를 만들어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 공급에 나서는 한편, 오래된 관행과 규제를 타파해 혁신을 가로막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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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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