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랜우드PE, LG화학 진단사업부 통해 바이오까지 '눈독'
[더팩트|윤정원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의 운용사 H&Q코리아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2000억 원대 배상금을 내기 위해 M캐피탈로부터 10% 넘는 고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빌렸던 현정은 회장은 H&Q코리아 덕분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 현정은 회장, H&Q서 3000억 조달 추진…경영권 방어 성공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 회장 측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구조화 거래 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H&Q를 선정했다. 현 회장 측은 국내외 PEF 윤용사를 대상으로 구조화 거래를 타진하다가 H&Q를 거래 상대방으로 낙점했다. 현 회장 측은 H&Q로부터 최대 3000억 원을 투자받아 M캐피탈에서 빌린 대출금 전액을 만기일(8월 11일) 이전에 상환할 계획이다.
구조화 거래는 세부적으로 보면 세 종류의 자산 거래 계약으로 구성된다. 현 회장과 자녀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네트워크는 18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80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EB 교환 대상은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이다. H&Q는 CB와 EB에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구주 400억 원을 합쳐 매입한다.
앞서 지난 4월 현 회장은 M캐피탈로부터 연 12%의 금리로 2300억 원을 조달했다.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319만6209주(지분율 7.83%)와 현대네트워크 보유 주식 433만1171주(10.61%)를 담보로 한 4개월 만기의 주식담보대출이었다. 현대네트워크는 현 회장(91.3%)과 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 회장 측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 조달 비용에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H&Q는 CB의 쿠폰금리를 연 8%대, EB는 3%로 제안했다. 연평균 금리로 환산하면 6% 안팎이다. H&Q는 총 3000억 원의 투자금액 중 1000억 원은 자체 보유 펀드 자금으로 채우고, 나머지 2000억 원은 연기금 등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스위스 엘리베이터업체인 쉰들러그룹과의 손해배상 소송 패소로 불거진 현 회장의 경영권 위기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 글랜우드PE, LG화학 진단사업 품는다
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가 1500억 원을 들여 LG화학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부(진단사업부)를 품는다. 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PE와 LG화학은 최근 진단사업부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딜에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국투자PE), 이음프라이빗에쿼티(이음PE) 등도 참여했지만 글랜우드PE가 승기를 들게 됐다.
글랜우드PE는 지난달 진단사업부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인비트로스' 설립도 완료한 상태다. 글랜우드PE는 인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200억~300억 원가량을 추가로 투입해 바이오 관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비트로스 사업목적에는 이미 진단사업을 넘어 바이오 관련 제품의 제조, 가공 및 매매, 연구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2021년 9000억 원 규모 2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한 이후 올리브영 지분 투자를 끝으로 숨 고르기를 해왔던 글랜우드PE 올해 초 LG화학 사업부를 비롯해 SKC 자회사 SK피유코어 인수도 추진했다. 시장에서 카브아웃 거래(대기업 비주력 계열사나 사업부를 인수하는 거래) 강자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 모건스탠리PE, 위생용품 제조사 중원 새주인으로
여성 생리대 브랜드 시크릿데이 등 위생용품을 제조하는 중원이 PEF 운용사 어센트프라이빗에쿼티(어센트PE)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 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모건스탠리PE) 어센트PE에 중원 지분 80%를 920억 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어센트 PE는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인수 대금을 모아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분 양도일은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다.
중원은 위생용품 제조·판매 업체로, 지난 2011년 김성훈 대표이사가 설립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모건스탠리PE를 최대주주로 맞이했다. 당시 모건스탠리PE가 지배하는 모나리자와 쌍용씨앤비(C&B), 엠에스에스글로벌이 지분 50%를 확보했다. 모건스탠리PE의 진두지휘 하에 중원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은 590억 원, 영업이익은 73억 원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PE가 인수 당시 500억 원대로 평가한 중원의 기업가치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11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가치가 뛴 셈이다. 이번 매각으로 모건스탠리PE는 투자금 대비 약 4배의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 큐리어스파트너스, 동부건설에 250억 원 투자
PEF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가 동부건설에 배팅하기로 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큐리어스파트너스는 동부건설이 발행하는 CB 250억 원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큐리어스리커버리제일호 기업재무안정 기관전용 블라인드펀드가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큐리어스센트레빌 유한회사를 활용하기로 했다. 쿠폰금리는 6%, 만기 수익률은 9%다.
1969년 설립된 동부건설은 한국토지신탁과 PEF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가 조성한 펀드가 지분 56.39%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동부건설이 2016년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하고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다.
큐리어스파트너스의 투자로 동부건설은 재무구조를 개선해 향후 해외수주확대 및 영업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3위에 이름을 올리는 동부건설은 신규 수주액이 1조 원대를 넘어섰지만 부채비율이 2021년 125.5%에서 2022년 171%로 늘어나 재무적 부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구조화 금융을 활용해 투자 안정성 제고 및 향후 기업가치 상승 시 주식전환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전망이다. 큐리어스파트너스는 앞서도 성동조선해양과 성운탱크터미널, 좋은사람들 등 다수의 회생기업과 우진기전, 이랜드그룹등에 대한 구조조정 투자로 IRR(내부수익률) 20% 수준의 안정적 청산 펀드 수익률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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