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정용진 부회장 야구 사랑
와인시장 선점 위한 '패권다툼'도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유통업계 '쌍두마차'인 롯데와 신세계가 야구 마케팅으로 한판 승부를 펼치는 모양새다. 두 그룹은 최근 야구단 투자는 물론 홍보를 적극 펼치고 있는데 이는 유통 본업과 야구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각각 롯데 자이언츠·SSG 랜더스의 구단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두 총수 모두 야구단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 30개국의 주한대사들과 함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을 찾아 일정을 소화한 뒤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부산 사직구장을 찾았다. 올해 처음으로 홈구장을 방문한 신 회장은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끝까지 직관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직접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특히 신 회장은 빈손으로 사직을 찾지 않았는데 1·2군 선수단을 포함한 임직원, 협력사 직원에게 전복과 갈비찜 등으로 구성된 도시락 300개를 준비해 돌렸다. 부산 엑스포 유치 등 바쁜 경영 활동 가운데서도 야구단을 향한 애정은 변함없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9연승을 달성한 선수단에 고급 드라이어 등 약 3800만 원 규모의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야구단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선수단 운영·관리를 위한 지출 규모를 큰 폭으로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선수단 운영비는 △186억 원(2021년) △262억 원(2022년)으로 76억 원 늘었다. 구장 사업비는 2021년 7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17억8000만 원, 홍보 판촉비는 2억 원(2021년)에서 9억 원(2022년)으로 확대했다. 참고로 롯데 자이언츠의 매출은 △413억 원(2021년) △545억 원(2022년), 영업이익(손실)은 △32억 원(2021년) △30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구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롯데지주 차원에서 1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연말 그룹 인사에서는 롯데지주 홍보팀장으로 근무해온 이강훈 상무를 롯데자이언츠 대표이사 전무로 선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인사를 두고 계열사와 야구단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기 위한 전략이고 봤다.
현재 야구단 관련 계열사 행사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롯데온은 다음 달 13일까지 '자이언츠, 응원의 기세를 올려라' 댓글 이벤트를 연다. 롯데온 내 응원페이지를 방문해 응원 댓글을 남기면 야구단 선수의 사인 유니폼과 야구공 등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롯데온 관계자는 "롯데 자이언츠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상반기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6월 한 달간 응원 이벤트를 실시한다"며 "앞으로도 롯데 자이언츠의 활약을 기원하는 다양한 응원 이벤트를 선보일 방침이다"고 말했다.
또 롯데는 야구단 홈구장인 사직야구장에 대한 재건축에도 나섰다. 최근 부산시와 재건축 계획을 밝혔는데 총 사업비는 2344억 원으로 재건축될 야구장은 지하 2층, 지상 4충, 연면적 6만 1900㎡ 규모다. 시에 따르면 2025년 12월 철거를 시작으로 2026년 7월 착공, 2029년 2월 문을 열 계획이다.
다음은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의 야구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21년 정 부회장은 (前)SK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출범한 SSG 랜더스에 '홍보맨'을 자처했다. 그 결과 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이뤘고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통합 우승 당시 선수단에 특별 상여금을 돌렸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룹 계열사의 할인 행사를 열며 구단 홍보에 적극 나섰다. 지난달 3일에는 현장 경영의 일환으로 이마트 연수점을 둘러본 뒤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SSG 랜더스와 KT위즈의 경기를 직관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스타벅스 △G마켓 등 총 19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2023 랜더스데이'를 열었다. 또 지난 2~4일까지는 신세계푸드에서 SSG 랜더스와 함께 '노브랜드 버거 데이'(NBB DAY)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추진했다.
신세계도 선수단 운영비는 물론 판매 촉진비 등을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선수단 운영비는 2021년 262억 원에서 지난해 470억 원으로 늘렸고 판매 촉진비 규모도 2021년 12억 원에서 21억 원으로 늘렸다. 매출은 △529억 원(2021년) △552억 원(2022년), 영업이익(손실) △70억 원(2021년) △-166억 원(2022년)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 이유에 대해 야구단 출범부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세계도 현재 인천 청라에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준공 목표는 2027년이다.
업계에서는 두 총수가 야구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로 '통합 마케팅'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야구는 식음료와 패션 등 모든 부문에서 연계하기 좋은 스포츠다"며 "지난해 신세계가 야구 마케팅으로 효과를 봤다.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두 그룹의 야구 콜라보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신세계, 와인 사업 경쟁도 치열
두 그룹은 최근 와인시장에서도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한화갤러리아도 와인 전쟁에 참전 중이다. 이들이 와인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전문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가정용 일반 와인시장(스파클링·샴페인 제외) 규모는 △8106억 원(2019년) △1조 원(2020년)으로 2025년에는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찌감치 와인시장 경쟁력을 알아보고 와인 사업을 직접 챙겼다. 일례로 45년 역사를 지난 국내 최장수 아인 브랜드 '마주앙'을 보유한 일이다. 2016년에는 신 회장 주도로 국내산 포도만을 선별해 오크통 숙성과정을 거쳐 만든 '미주앙 시그니처 코리아 프리마엄'을 출시했다. 2021년에는 롯데마트 내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를 선보였는데 롯데마트에 따르면 보틀벙커가 입점한 3곳(제타플렉스 잠실점·창원중앙점·광주상무점)의 월평균 매출 신장률은 500%에 이른다.
정용진 부회장은 2008년 수입·유통 자회사인 '신세계L&B'를 세우고 와인 사업에 본격 나섰다. 또 지난해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를 3000억 원에 인수해 프리미엄 와인 경쟁력을 확보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아일드푸트 빈야드'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얼티미트 빈야드'를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에는 스타필드 하남에 400평 규모의 대형 주류 매장 '와인클럽'의 문을 열었다.
이 외에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 출자로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와이너리 10여 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현대백화점 내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한화 갤러리아도 이달 1일 '주류 수출입·주류 도소매업·와인잔 수출입업 등의 사업' 목적으로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하면서 본격 와인 전쟁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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