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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주⑤] "기부 다음은 상폐라는데…" 쌍방울 소액주주 '노심초사'

  • 경제 | 2023-06-14 09:05

그룹 계열사 광림, 상폐 절차 진행 중

이달 2일 불법 대북송금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이달 2일 불법 대북송금과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렸다. 사진은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동전주란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일컫는 말이다. 현시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0여 개의 종목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개 이상이 동전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전주는 주가가 낮을 대로 낮기 때문에 통상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쉽게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욱이 동전주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해소되거나 강력한 테마주가 되는 경우 급등세를 연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드높인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가격 변동성도 커 투자에 유의할 점이 많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동전주는 값이 싸서 비교적 접근성도 높고 적은 돈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어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이 잦다.

'대박'과 '쪽박', 이름에 걸맞게 동전의 앞뒷면을 지닌 동전주. 투자 위험도가 높은 종목부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띈 종목까지, <더팩트>는 현시점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종목들을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윤정원 기자] 쌍방울의 주가가 200원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액면가 500원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주가에 소액주주들은 좌불안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쌍방울은 266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3.10% 오른 수준에 마감했으나 상승치는 앞서의 주가와 견주면 아쉬운 수준이다. 쌍방울은 지난 2015년 10월 16일에는 4214원을 호가했던 종목이다.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탔고, 지난 4월 21일에는 246원까지 고꾸라졌다.

쌍방울의 주가가 악화일로를 걷게 된 데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범죄 혐의가 크게 작용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뇌물 공여,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 등 3명에 대한 첫 재판까지 진행됐다. 이달 2일에는 2차 공판이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팜 비용 등 지급을 명목으로 800만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이를 북한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8년 7월∼2022년 7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법인카드 및 차량 제공 등 3억3000만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2억6000만 원 포함)을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김 전 회장은 2018~2019년 쌍방울 그룹 계열사에서 3차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2014∼2022년 쌍방울그룹 계열사 자금 43억 원과 2019∼2021년 그룹 임직원 명의로 만든 비상장회사 자금 592억여 원을 횡령 및 배임했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뇌물 공여 정황을 숨기기 위해 2021년 10~11월 임직원들에게 컴퓨터 교체 등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증거 인멸 교사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차 공판에서 "피고인은 비상장회사를 동원해 갖가지 횡령과 배임을 저지르는가 하면 사업 확장과 주가 부양을 위해 정치권에 뇌물을 주고 대북 송금을 하는 등 각종 불법 수단을 동원해 자본시장을 교란시켰다"며 "김 전 회장의 혐의는 '기업 범죄 종합판'"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을 기업 사냥꾼이 아닌 건전하게 회사를 경영한 경영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기업사냥의 성격도 있는 사안"이라면서 "업무상 배임 등 추가로 수사 중인 사안을 고려하면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김 전 회장 측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앞서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비상장사가 대표들에게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본을 횡령으로 의율한 건데, 이 자금의 원천은 김성태 피고인 재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이라면서 "자신이 대출받아 자신(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비상장사)이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쌍방울은 최근 1억 원 상당의 물품 기부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쌍방울은 소외계층을 위해 속옷과 양말 등 1억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의 통합 복지 증진과 건강한 여름나기를 지원하기 위한 게 이유였다. 그러나 쌍방울의 기부에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주들은 죽겠는데 무슨 기부냐", "범죄를 1억 원으로 덮을 수 있을소냐", "기부 다음 단계가 상폐 아닌가"라는 볼멘소리와 푸념이 줄을 잇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광림은 앞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거래소는 지난달 12일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 제57조 제5항에 따라 20일 영업일 이내인 이달 13일까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했다. 광림은 지난 2월 김 전 쌍방울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에 대한 규모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18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0.78% 수준이나 거래소는 주권 매매거래정지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는 쌍방울 역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쌍방울 측은 그룹 계열사인 광림은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으나 쌍방울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펄쩍 뛴다. 쌍방울 관계자는 "광림관 관련해 13일 거래소 위원회가 열린게 맞다. 그렇지만 쌍방울은 코스피 기준 거래 정지,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장폐지에 관한 풍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부에 관해서는 "매년 진행 중인 행사"라고 설명했다.

쌍방울은 앞으로 주가 부양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쌍방울 관계자는 "쌍방울은 경영 효율성과 건전성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진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이후로도 주주 여러분의 주주가치 보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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